글. 김닛코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사이드킥’은 범죄와 싸울 수 있는 히어로의 조수를 뜻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짝패’ 내지는 ‘조수’라고 나오는데, 뉘앙스가 썩 살지 않는다. 함께 팀을 이루어 적극적으로 보조한다는 점에서 그냥 ‘조수’라고 표현하는 건 의미전달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히어로와의 대립이나 히어로가 하지 않는 실수를 하는 것도 사이드킥의 중요한 역할이다. 1940년, 배트맨의 사이드킥 ‘로빈’의 등장 이후로 많은 히어로들이 사이드킥을 두게 되었고, 그들 중 다수가 어린 소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뻔한 공식이 아닌 색다른 유형의 사이드킥들도 존재하게 되었는데, 이번 시간에는 그런 독특한 사이드킥들을 살펴본다.
스타걸의 스트라이프 (DC)

로빈, 버키 등 초창기 사이드킥은 주로 어린 소년들이었다. 패트릭 듀건이란 남자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스타스팽글드 키드라는 히어로가 된 소년을 보조하며 스트라입시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별과 줄무늬, 즉 성조기를 의미한다) 어른이 어린 아이의 사이드킥이 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로, 차별화를 꾀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스타스팽글드 키드가 여러 아이템으로 싸우는 동안, 패트릭은 맨주먹과 정비사라는 직업적 재능을 살린 기술로 맞섰다. 은퇴한 뒤엔 아이가 있는 여성과 결혼했는데, 이 아이인 코트니가 스타스팽글드 키드와 스타맨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은 스타걸이 되었다. 패트릭은 코트니를 돕기 위해 전투용 슈트를 만들어 입고 스트라이프(S.T.R.I.P.E.)가 되어 다시 모험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저스티스 리그의 스내퍼 카 (DC)

저스티스 리그의 초창기 시절, 어린 학생 스내퍼 카는 리그의 후원자인 삼촌 덕에 본부에서 살며 팀의 마스코트 겸 도우미로 지냈다. 특정 히어로의 사이드킥이 아니라 팀 전체의 사이드킥이 되어 다수의 임무에 함께 참여했지만, 시험기간에는 공부하느라 임무에 나서질 못했다. 어른 히어로들이 스내퍼의 공부를 도와주기도 했다. 손가락을 튕기면 순간이동을 하는 초능력을 얻기도. 본부의 위치를 누설하거나 그린 애로우와 블랙 카나리의 결혼식 장소를 흘리는 등의 사고를 치기도 했지만, 히어로들과 함께 모험을 계속 이어갔다.
가디언의 뉴스보이 리전 (DC)

메트로폴리스의 빈민가를 수호하는 슈퍼히어로 가디언은 사이드킥 한 명이 아니라 군단을 데리고 다녔다. 빈민가에서 신문을 파는 고아들인 빅 워즈, 그래비, 스크래퍼, 토미 톰킨스는 뉴스보이 리전이라는 이름으로 가디언을 따라 본격적으로 범죄와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뉴스보이는 어른이 된 후에 정부의 시설에 들어갔고, 가디언과 자신들의 클론을 제작했다. 이들의 클론들 역시 뉴스보이 리전으로서 활동했다.
부스터 골드의 스키츠 (DC)

로봇 사이드킥도 있다. 25세기에서 온 히어로 부스터 골드의 사이드킥 스키츠가 대표적이다. 우주 박물관에서 보안 로봇이었던 스키츠는 부스터 골드가 현재로 넘어오면서 함께 데려왔고,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동원해서 부스터 골드의 사업과 모험을 도왔다. 정보 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조언까지 해주며 사실상 히어로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과 기계라는 차이를 넘는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되었다.
스파이더맨의 알파 (마블)

때나마 스파이더맨에게도 사이드킥이 있었다. 심지어 그보다 더욱 강했다. 피터 파커(스파이더맨)가 실험 도중 실수로 앤드류 맥과이어라는 왕따 소년에게 초능력을 부여하는 사고가 일으켰다. 앤드류는 우주 에너지를 발사하거나, 분자 수준의 물체를 보거나,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는 다양한 초능력을 얻었지만, 한 번에 한 가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알파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앤드류를 직접 훈련시키며 능력 조절을 가르쳤다. 초능력이 점점 강해지면서 스파이더맨을 뛰어넘는 강력한 존재가 되어, 스파이더맨이 강제로 능력을 일부 제한해야 했다. 앤드류 맥과이어라는 이름은 스파이더맨 영화의 주인공들이었던 앤드류 가필드와 토비 맥과이어의 이름을 각각 조합한 것이다.
데드풀의 밥 (마블)

사이드킥이 항상 히어로의 곁에 붙어있을 필요는 없다. 데드풀과 종종 어울리는 밥은 테러조직 하이드라 소속의 말단 요원이다. 사실 하이드라와 데드풀의 관계는 좋다고 말하긴커녕 같은 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처음에는 대적하던 데드풀의 협박으로 인해 얼떨결에 그를 돕게 되었지만, 배신자가 된 몸이라 하이드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데드풀을 따라 다니며 많은 모험을 함께 했다. 데드풀 때문에 온갖 고생은 다 하지만, 본인 자체도 썩 유능한 인물은 아니다.
캡틴 브리튼의 잭도 (마블)

잭도는 아더월드에 사는 엘프였다. 캡틴 브리튼과 블랙 나이트의 싸움을 도운 후에 캡틴 브리튼의 사이드킥이 되었다. 엘프답게 활 쏘는 재주가 뛰어났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기에 얼마 안 가서 목숨을 잃었다. 이때, 멀린이 잭도를 부활시키면서, 순간이동이나 불을 발사하는 능력 등을 주었다. 하지만, 지구-238에서 또 다시 죽고 말았는데, 멀린은 이번엔 캡틴 브리튼을 부활시키기 위해 잭도를 포기하고 말았다.
캡틴 아메리카의 리키 반즈 (마블)

리키는 허구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어벤저스와 판타스틱 포가 강력한 적과 싸우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미스터 판타스틱의 아들 프랭클린이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 모두를 그곳으로 데려갔다. 리키는 그 세계에서 태어났으므로 프랭클린이 만들어낸 인물인 셈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사이드킥 ‘버키’가 된 리키는 히어로들이 원래의 지구-616의 세계로 돌아가면서 홀로 남겨지고 말았다. 이후, 리키는 범죄와 싸우다 사망하면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눈을 뜨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지구-616에서 프랭클린과 그가 속한 그룹인 퓨처 파운데이션을 만났다. 초능력이 없는 리키가 이렇게 계속 부활하며 살 수 있었던 이유는 프랭클린이 멀티버스의 모든 세계마다 친구인 리키를 배치해두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망한 리키의 의식과 기억은 다른 차원의 리키의 몸으로 들어가 생존할 수 있다.
팔콘의 레드윙 (마블)

동물을 사이드킥으로 두는 히어로도 종종 있다. 슈퍼맨에겐 개 크립토가, 스쿼럴걸에는 다람쥐 티피 토처럼 말이다. 왠지 매운맛일 것만 같은 레드윙은 캡틴 아메리카의 사이드킥인 팔콘의 사이드킥이다. 그리고 진짜 팔콘이자 동물인 송골매다. 레드 스컬의 코스믹 큐브로 인해 팔콘과 레드윙 사이엔 특별한 정신적 연결이 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서 팔콘의 지시사항을 이해할 수 있다. 맹금류이기 때문에 공격기술도 뛰어나며, 레드윙이 눈으로 보는 것은 팔콘도 볼 수 있다. 영화에선 새가 아닌 소형 드론으로 표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