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돌고 후반부로 향하는 [빅마우스]가 여전히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며 흥미진진한 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매주 ‘빅마우스’ 정체를 둘러싼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시청자의 추리 본능을 자극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첫회 시청률 6.2%로 출발했던 드라마는 12회에 12%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시청자들이 [빅마우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지: MBC

[빅마우스]는 삼류 변호사 박창호(이종석)가 구천 시장 최도하(김주헌)에게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은 뒤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룬다. 떠벌이 변호사(Big mouth)로 조롱받던 그는 이 사건으로 한몫 챙길 꾀를 부리다가, 되려 범죄자로 몰린다. 마약을 했다는 누명도 모자라 권력층의 사모임 NR 포럼의 1000억 원을 가지고 잠적한 희대의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로 지목된 것이다. 드라마는 교도소에 갇힌 박창호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빅마우스 행세를 하며 음모의 실체에 다가서는 과정을 빠른 호흡으로 펼쳐 보인다.

이 과정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의문점들이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빅마우스의 정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다량의 금괴를 숨기고 박창호에게 누명을 씌운 자가 빅마우스인지, 그렇다면 그의 의도는 무엇인지 등의 질문과 함께 그의 실체에 이목을 집중시킨다. 1000억원을 훔칠 만큼 범죄의 스케일이 남다르기에 빅마우스란 자가 더욱 궁금하다. 드라마는 이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교도소 안팎의 인물들을 수상쩍게 바라보게 하는 동시에, 소용돌이에 휘말린 박창호에게도 의심의 시선을 남긴다. 교도소에서 1인자로 올라선 박창호가 살아남기 위해 빅마우스인 척하는 건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건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도록 예측불허의 전개를 이어간다.

더불어 살해당한 서재용 교수가 남긴 논문은 교도소 밖에서 미스터리의 한 축을 담당한다. 드라마는 NR 포럼 멤버들이 기를 쓰고 찾으려는 논문의 내용에 궁금증을 더하면서 구천병원과 구천교도소 사이의 수상한 연결고리를 드러내 긴장감을 높인다. 논문의 행방은 수감자 신세가 된 박창호에게 불리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빅마우스의 정체 못지않게 중요하다.

궁지에 몰린 박창호가 각성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패한 권력층과 누명이라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주인공의 정체성에 혼돈을 주면서 통쾌한 반격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빅마우스만이 알고 있는 마약 거래자 명단을 건 승부처럼 말이다. 그러니 박창호가 빅마우스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면서도 그가 정글 같은 교도소를 평정하고 게임을 리드해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짜릿하다. 자신을 농락한 이들에게 복수하고 오명을 안긴 빅마우스를 찾아낼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기대감이 든다. 흡사 안티 히어로의 탄생 서사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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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와 고미호(윤아) 부부의 이야기는 드라마에 이질적이면서도 신선한 흥미를 부여한다. [빅마우스]가 표방하는 누아르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는 흔히 팜므파탈로 표현되는 유혹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고미호는 능동적이고 협력적이다. 단순히 남편이 무사히 누명을 벗고 돌아오길 바라는 수동적인 조력자에 그치지 않고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움직인다. 그 바탕에는 서로를 향한 끈끈하고 순애보적인 사랑이 있다.

과장되고 만화적인 색채가 짙은 이야기를 맛깔나게 끌고 가는 배우들의 힘도 탁월하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종석은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캐릭터 소화력이 대단하다. 허세스럽게 빅마우스 행세를 하는 인물을 밉지 않게 표현하며 시청자의 과몰입을 유도하는 기술이 유려하다. 이종석과 반대되는 톤으로 박창호와 대치점에 선 최도하를 연기하는 김주헌과, 노골적인 야욕을 가진 공지훈을 마냥 살벌하고 천박해 보이지 않게 주무르는 양경원도 인상적이다.

이제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빅마우스가 노박(양형욱)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그를 움직이게 한 숨은 실세가 있고, 구천시의 검은 커넥션의 실체는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험난한 여정을 거치면서 박창호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 빅마우스와 검은 커넥션을 추적해오던 이야기는 남은 회차에서 마무리되겠지만, 박창호의 이야기가 새롭게 계속될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