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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경 작가와 류성희 미술감독, 김희원 감독이 드라마 [작은 아씨들]로 뭉쳤다. 박찬욱 감독과의 협업으로 잘 알려진 정서경 작가와 류성희 미술감독은 [헤어질 결심]에서 독보적인 말맛을 보여주는 대사와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올해 영화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게다가 [빈센조]에서 수려한 연출로 좋은 인상을 남긴 김희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방송 전부터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었다.

[작은 아씨들]은 동명의 고전 명작 소설 속 메그, 조, 에이미 세 자매를 데려와 현대 한국 배경에 알맞게 재해석한 새로운 서사를 보여준다. 세 자매가 각자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에, 이들이 의문의 사건에 얽히는 미스터리를 더해 독특한 스릴러 추적극을 보는 것 같은 장르적 매력을 더한다. 절반까지 달려온 현재, 드라마가 보여준 매력은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하고 있는 듯하다.

세 자매는 각자 처한 현실에서 돈에 얽힌 사건을 마주한다. 맏이 오인주(김고은)는 온 가족이 가난에서 벗어나길 꿈꾸며 돈을 욕망한다. 어느 날, 진화영(추자현)이 회사에서 빼돌린 비자금을 인주에게 남기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20억이라는 거금이 생긴다. 인주는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동시에, 화영을 죽음에 이르게 한 돈을 욕망하는 데서 오는 죄책감과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검은돈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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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오인경(남지현)은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기자다. 어린 시절에 부자인 고모할머니 손에 자랐으나, 돈보다는 옳은 일을 추구한다. 인경은 박재상(엄기준)의 비리를 취재하는 중에 증인의 죽음을 목도하고 설상가상으로 기자직에서 해고된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일에 매달려 모든 사망사건에 박재상과 원령가가 얽혀 있으며 인주의 20억 역시 박재상의 비자금 중 일부임을 알아낸다. 막내 오인혜(박지후)는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고등학생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인혜는 박재상과 원상아(엄지원)의 딸 박효린(전채은)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대신 미국 유학을 보장받고, 언니들의 반대에도 원령가로 들어간다.

이렇게 세 자매 모두 원령가와 얽히는데, 이에 대한 시선과 대처가 제각각 다른 점이 흥미롭다. 인주와 인경은 화영이 남긴 돈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보여준다. 인혜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어린 동생이 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었던 일을 기억하는 인주는 돈이 없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며 가족을 살리기 위해 돈을 선택한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훔친 적이 없어도 늘 도둑 취급을 받았던 인경은 가난을 이유로 도둑질하지 않을 거라며 돈을 거부한다.

인주와 인경은 인혜가 미국 유학을 위해 원령가에 들어가는 것을 각자의 이유로 만류하며 어떻게든 보내주겠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인혜는 자신을 위해 언니들이 스스로를 희생하는 모습을 불편해하고 거부하면서 본인의 능력으로 원령가에 자리를 잡으려는 야심을 불태운다. 같은 집에서 나고 자란 세 자매여도 경험과 기억이 다르다는 점에서 생기는 시선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덕에, 각자의 선택에 이입할 수 있는 정도는 다를지라도 세 사람의 선택에 모두 공감하게 된다는 점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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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 대사, 연출, 영상미 또한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세 자매의 서사적 매력을 한껏 돋운다. 세 자매를 연기하는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의 건조하고 단단한 얼굴을 비롯해 등장하는 모든 배우가 구멍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일상적인 톤과 문어체가 절묘하게 섞인 대사는 여전히 독특한 매력이 있고, 속도감 있는 전개로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긴장감을 높이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음악을 더해 드라마에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작은 아씨들]은 6회에서 충격적인 엔딩을 맞이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사망 사건마다 등장하는 푸른 난초의 비밀과 원령가의 연관성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점점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진범은 과연 누구인지, 이에 맞서며 세 자매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