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은빛유니콘

친구에서 연인이 되거나, 첫눈에 반하는, 혹은 운명적으로 독특하게 만나는 등 해외 시리즈에는 다양한 방식과 관계의 로맨스가 존재한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감정이입을 하거나 흥미를 느끼는데, 그중에서도 금단의 사랑은 언제나 매력적인 소재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과 이루어질 수 없는 금지된 관계는 시청자를 더욱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계의 정당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언제 들킬지 몰라 조마조마한 재미가 있는 아찔하고 아슬아슬한 금단의 사랑을 그린 해외 시리즈들을 만나 보자.

친구들과의 대화 (Conversations with Friends)

이미지: 웨이브

[친구들과의 대화]는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드라마 [노멀 피플]의 원작자인 샐리 루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시인을 꿈꾸는 대학생 프랜시스는 절친이자 과거 연인이었던 보비와 함께 공연을 하던 중, 우연히 유명 작가 멀리사와 알게 된다. 이후 멀리사의 남편 닉도 소개받는데 프랜시스는 닉에게, 보비는 멀리사의 매력에 빠진다. 프랜시스는 자신과 비슷한 성격과 취향의 닉과 가까워지고 결국 둘은 남몰래 관계를 맺는다. 유부남인 닉은 프랜시스를 좋아하지만 멀리사와 이혼을 할 생각은 없어 프랜시스를 혼란스럽게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유부남과 여대생의 선 넘는 사랑을 그리지만, 일반적인 불륜 소재의 작품과 분위기가 다르다. 프랜시스와 닉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으로, 드라마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대변하고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언제 터지고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잘 담아냈다. 특히 프랜시스 역을 맡은 신인 배우 앨리슨 올리버의 연기와 두 사람의 관계에 점차 몰입하게 된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노멀 피플]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해외 시리즈다.

티쳐 (A Teacher)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미드 [티쳐]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티쳐]는 2013년 영화 [개인교수]의 리메이크로, 젊고 매력적인 유부녀 영어 교사 클레어와 남자 고등학생 에릭의 금지된 관계를 다룬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부적절한 관계, 게다가 불륜을 소재로 해서 드라마의 기획 의도가 의심스럽지만, 이 드라마는 두 사람의 관계를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작품이 아니다. 드라마는 평범했던 두 사람이 어떻게 사제 관계를 뛰어넘게 되는지부터 관계가 밝혀진 이후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까지 치열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인지 잘못된 관계였는지 드라마의 제작 의도를 후반부에 명확히 밝히고 있다. [티쳐]는 파격적인 소재임에도 자극적이지 않고 극에 몰입하게 하는 연출이 돋보여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에 거부감을 덜어준다. 주연 배우인 케이트 마라와 닉 로빈슨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잘 녹아든 작품으로, 신예 닉 로빈슨이라는 배우의 발견만으로도 가치 있을 드라마다. (디즈니+)

창란결 (苍兰诀)

이미지: 아이치이

중국 판타지 드라마 [창란결]은 출구 없는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창란결]은 선녀와 마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는 로맨스 코미디 장르다. 장엄한 세계관에 비해 살짝 유치하면서도 코믹한 내용으로 유쾌함을 자아낸다. 3만 년 전 전쟁 중 선족에 의해 호천탑에 갇혔던 마존 동방청창이 우연히 난초 선녀 소란화 덕에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동방청창은 소란화의 감정과 아픔을 느끼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소란화 곁에서 그를 지킨다. 더 강해지기 위해 감정을 끊어냈던 동방청창은 소란화로 인해 다시 감정을 느끼고,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두 주인공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3만 년 넘게 적으로 지내고 있는 다른 종족 소속으로, 둘의 사랑은 각자 종족에게 인정받기도 힘들고, 서로의 종족을 외면하기도 어려워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창란결]은 무시무시하고 냉철한 마존 동방청창과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란화 역에 찰떡인 우서흔과 왕학체의 캐스팅이 빛난 드라마다. 장형 선군과의 삼각관계와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두 배우의 캐스팅 덕에 최강의 몰입도를 자랑한다. 중국 선협 드라마임에도 짧은 회차가 장점이자 단점이다.

빌리 앤드 빌리 (Billy and Billie)

이미지: DirecTV

[빌리 앤드 빌리]는 같은 이름을 가진 빌리 존스(남)와 빌리 스미스(여)의 이야기다.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이 드라마는 남매간의 사랑을 그리는 충격적인 작품이다. 빌리 존스와 빌리 스미스는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로 결국 하룻밤을 같이 보냈는데, 둘은 각자의 부모가 서로 재혼한 의붓남매다. 성격도 다르고 친부모도 다르지만 서로 호감이 있던 두 사람은 상대방을 향한 마음을 억눌러왔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사랑을 포기하거나 숨기지 않기로 한다. 생물학적인 남매는 아니지만 법적인 남매 사이로 비난받을 각오를 하고 진지한 관계를 생각해 보는데, 이들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빌리 앤드 빌리]는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모큐멘터리식의 연출이 있다. 여기에 연극 같은 진행 방식의 연출로 배경이 한정적이며, 대부분 등장인물들 간의 대사로 진행된다. 가볍게 보기 힘든 소재 같지만, [빌리 앤드 빌리]는 재치 있는 대사들과 꽤 밝은 분위기로 진행된다.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해야 할지 남들처럼 이상하게 봐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감상하면 더 재미있을지도. 2시즌으로 종영된 [빌리 앤드 빌리]는 과거 국내 OTT에서 서비스가 되었지만, 현재는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 조만간 이 작품을 다시 볼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

퍼스트 킬 (First Kill)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 [퍼스트 킬]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하는 판타지 드라마다. 십 대 줄리엣은 학교에 새로 전학 온 여학생 칼리오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둘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인데, 줄리엣은 유력 뱀파이어 가문의 딸이고, 칼리오는 이 마을에 위장해서 온 몬스터 헌터 가문의 딸이기 때문이다. 줄리엣은 인간의 피를 마셔야 살아남을 수 있어 첫 번째 인간 사냥을 해야 하고, 칼리오는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첫 괴물을 사냥해야 한다.

[퍼스트 킬]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소녀의 로맨스와 두 가문의 대립을 그린다. 드라마는 로맨스보다 두 가문의 이야기에 더 중점을 두어 예상과 다른 전개나 스토리가 허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설정이 이야기 중간에 있기에, 취향에 맞는다면 의외로 작품에 빠져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