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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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국내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명량]부터 [극한직업]과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무려 네 편의 천만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류승룡이 신작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을 아름다워]가 화제의 작품이다. 사극부터 코미디, 로맨스와 애니메이션 더빙까지 다양한 장르에 출연해온 그가 이번에는 뮤지컬에 도전한다.

오늘은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직접 춤과 노래를 소화하게 된 배우 류승룡의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이번 영화 이후에도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정가네 목장]과 어느 사건에 휘말리게 된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비광]까지, 다양한 장르에 출연한 배우 류승룡의 인상적인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탐구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주목하길 바란다.

최종병기 활(2011) – 쥬신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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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에게 청룡영화상의 트로피를 거머쥐게 한 작품이 있다. 청나라 군사로서 완벽한 비주얼의 외국인 연기를 보여준 영화 [최종병기 활]이다. 영화는 청나라 정예부대인 ‘니루’에게 소중한 누이를 빼앗긴 조선 최고의 신궁 ‘남이’가 활 한 자루로 10만 대군의 심장부로 뛰어들어 거대한 활의 전쟁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개봉 당시 74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이전까지 조연급 배우로 활동했던 류승룡을 주목 받게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하다.

류승룡은 청나라 진영 ‘니루’의 수장이자, 활을 든 조선인 ‘남이’를 경계하고 그를 추적하는 인물 ‘쥬신타’ 역을 맡았다. ‘쥬신타’는 자신에게 맞서고, 활 든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남이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하지만 대결을 통해 자신의 부하와 동료를 죽인 남이에게 분노하며, 청나라 군사의 수장으로서 복수를 다짐한다. 류승룡은 활을 사용하는 캐릭터 설정에 맞춰 기마술과 궁술을 직접 소화했으며, 청나라 군인이라는 설정에 맞춰 만주어도 직접 배웠다. 한국인이 외국인 역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류승룡은 큰 이질감 없이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줬다. 이후 출연한 [명량](2014)에서도 일본 장수를 연기해 다시 한번 외국인 캐릭터를 카리스마 있게 소화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장성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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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의 대표작을 하나만 꼽아본다면,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빼놓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류승룡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열연에 대한 호평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카사노바 ‘성기’에게 자신의 아내 ‘정인’을 유혹해 달라고 부탁한 남자 ‘두현’의 결별 프로젝트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류승룡은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등 전 세계 각국의 수많은 여성을 순식간에 유혹하는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 역을 맡았다. 그는 아내 정인이 자신을 떠날 수 있도록 유혹해달라는 두현의 부탁을 받고, 정인에게 일부러 접근하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더티섹시’라는 매력으로 모든 여자들을 홀리는 스킬을 뽐내며 색다른 캐릭터를 구축했다. 이 같은 연기 덕분에 해당 캐릭터를 이용한 광고 촬영은 물론, 이후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종병기 활]에 연이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도 수상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 허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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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는 상반된 성격을 지닌 1인 2역 연기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이병헌의 연기가 제일 기억날 것이다. 하지만 깊이 있는 태도로 극을 입체적으로 만든 류승룡의 존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독살 위기에 놓인 ‘광해’를 대신해 가짜 왕 노릇을 하게 된 광대 ‘하선’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류승룡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살해 위협에 분노와 두려움으로 난폭해진 ‘광해군’을 보위하며, 그를 대신할 ‘하선’이라는 인물을 직접 택하는 ‘허균’을 연기했다. 왕을 보좌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묵직한 카리스마의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때때로 허당스러운 모습도 드러내며 이야기의 메시지와 재미를 책임진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류승룡은 대종상영화제와 부일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흥행 또한 1230만 관객을 동원하며 류승룡 필모그래피 최초의 천만 영화로 기록되었다.

7번방의 선물(2013) – 이용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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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마다 다양한 연기 변신을 보여준 배우에 류승룡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지금 소개할 영화에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내 아내의 모든 것]를 통해 커리어를 쌓아가던 류승룡이 [7번방의 선물]에서 첫 주연을 맡으며 평단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7번방의 선물]은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와 평생 죄만 짓고 살아온 7번방 패밀리들이 용구의 딸 ‘예승’을 교도소에 반입하기(?) 위한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렸다.

류승룡은 실제 나이는 37세이지만, 7살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이용구 역을 맡았다. 딸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중 아동 성폭행 범죄자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힌 인물이다. 류승룡은 세상을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 같은 모습은 물론,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딸바보 아빠의 모습도 완벽하게 연기하며 관객의 웃음과 눈물을 끌어냈다. 그의 인생 연기에 힘입어 영화는 1,281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 류승룡 첫 주연 영화의 성공 가능성에 반신반의했던 주변의 기우를 자신의 힘으로 날려버렸다. 여기에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과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비롯해 수많은 시상식을 휩쓸며,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극한직업(2018) – 고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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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한국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드립(?)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에서도 류승룡은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다. [참고로 류승룡은 역대 국내 흥행 1, 2위 작품 모두에 주연급으로 출연한 배우다. 1위 [명량], 2위 [극한직업]. [극한직업]은 [명량] 성공 이후 다소 부진에 빠졌던 그를 부활시킨 작품이다.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하게 그렸다.

류승룡은 경찰서 마약반장으로, 실적이 없는 팀의 해체 위기를 해결하고자 자신의 퇴직금을 미리 받아 치킨집을 차리고 잠복 수사를 주도하는 ‘고반장’을 연기했다. 장기간 잠복근무로 아내의 핀잔을 받으면서도, 치킨집이 성공하자 명품 가방을 사주는 등 고된 형사와 성공한 자영업자의 괴리감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극 후반부에는 강력계 출신, 마약반장이라는 설정에 걸맞게 거대 범죄 조직과의 싸움에도 밀리지 않는 액션을 선보이며, 단순한 개그캐가 아님을 입증한다. 무엇보다 영화 속 수많은 명대사는 [극한직업]은 물론, 배우 류승룡의 연기와 잘 맞아떨어져 그를 대표하는 대사들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