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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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비롯하여 [막돼먹은 영애씨], 더 나아가 영화 [정직한 후보] 시리즈까지! 배우 라미란은 드라마와 영화, 예능을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에서 금자에게 “왜 이렇게 눈을 씨뻘겋게 칠하고 다녀?”라는 질문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하며 영화에 데뷔한 그는,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한산한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두 편의 영화 [정직한 후보2]와 [컴백홈]에 출연해, 서로 다른 특색의 캐릭터로 보는 이에게 웃음을 전할 예정이다. 그래서 오늘은 두 편의 코미디 영화로 관객들을 연속해서 만나게 될 배우 라미란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유연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유쾌한 에너지를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온 라미란. 그는 어떤 작품에서 멋진 존재감을 보여줬을까? 의외로(?) 묵직한 드라마에서도 진중한 연기를 선보여온 배우이니, 그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주목하길 바란다.

히말라야(2015) – 조명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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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라미란이 연기한 조연급 캐릭터 중, 주연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 있다.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조연상, 춘사영화상 인기상 등을 수상하며 연기력과 함께, 영화 속 존재감까지 입증한 영화 [히말라야]가 그렇다. 작품은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이야기이다. 엄홍길의 히말라야 등정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기도 했다.

라미란은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며 등반에 나선 원정대의 유일한 여성 멤버 ‘조명애’ 역을 맡아 여성 산악인의 뚝심을 보여주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조명애’는 엄홍길 대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속 깊은 후배이자, 때로는 누나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동료들을 챙기는 인물이다. [히말라야] 자체가 실화를 바탕으로 두고 있지만, 해당 캐릭터는 여성 산악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제작된 캐릭터였다. 이 때문에 라미란은 고된 산악 훈련과 촬영을 통해, 인물의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에 녹아내며 작품의 의미를 더했다.

덕혜옹주(2016) – 복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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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지만, 그 또한 실제로 있었던 역사를 바탕으로 하여 일반적인 오락 영화보다 남다른 깊이감을 자랑하는 영화도 있다.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섞은 영화 [덕혜옹주]가 바로 그러한 작품이다. 559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한 [덕혜옹주]는 만 13세의 나이에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이자,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라미란은 덕혜옹주를 끝까지 곁에서 모시기 위해 노력하는 덕혜옹주의 전속 궁녀 ‘복순’역을 맡았다. ‘복순’은 이국땅에서 덕혜옹주와 친구처럼, 때론 가족처럼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라미란은 캐릭터 연기를 위해 극 중 약 50년의 변화를 아우르며, 백발의 분장은 물론 목소리 톤에 변화를 주어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다. 덕혜옹주를 연기한 손예진과 케미 또한 호평받았다. 온 힘을 다한 열연 덕분에 대종상영화제와 올해의 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내안의 그놈(2018) – 미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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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두 편의 영화에서는 라미란은 담백하고 묵직한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는 이번 영화와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생과 아저씨, 서로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의 영혼이 뒤바뀌게 되는 [내안의 그놈]과 같은 코미디 영화 말이다. 영화 [내안의 그놈]은 우연한 사고로 영혼이 뒤바뀐 아저씨 ‘판수’와 고등학생 ‘동현’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동현의 몸으로 자신의 첫사랑 ‘미선’과 존재조차 몰랐던 딸 ‘현정’을 만나게 된 판수의 황당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라미란은 첫사랑을 가슴에 묻은 채 홀로 딸을 키우는, 강인하지만 사랑스러운 인물 ‘오미선’ 역을 연기했다. 정확히 ‘미선’은 과거에 출세를 위해 내 곁을 떠난 첫사랑이 고등학생과 몸이 바뀐 상태에서 자신을 찾아온다는 다소 황당한 일에 놓이게 된 인물이다. 라미란은 소위 멘붕(?)과도 같은 상황에 놓인 인물의 에피소드를 유쾌하고 경쾌하게 이끌어가 영화의 웃음을 책임진다. 상대 배우였던 진영, 박성웅과 빚어내는 개그도 완벽하게 소화하며, 라미란 표 코믹연기의 신뢰를 더했다.

걸캅스(2018) – 박미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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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는 라미란이 영화 48편을 찍고 처음으로 주인공을 연기한 영화이다. 첫 주연을 맡은 작품답게, 액션 연기에 도전하며 강인한 이미지로 영화의 힘을 보탰다. 영화 [걸캅스]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예고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그린 이야기이다.

라미란은 현재 가정 생활 때문에 서울성산경찰서의 민원실 주무관으로 일하고 있지만, 한때 전설의 형사로 불리던 ‘박미영’ 역을 맡았다. 정의감은 항상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지만, 현실에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런 인물로, 현직 형사이자 자신과 시누이-올케 사이인 ‘지혜’와 함께 비공식적으로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인물이다. 영화 자체가 코믹 수사극이라, 라미란이 이전 작품부터 보여줬던 유쾌한 에너지와 새로운 도전이 잘 어우러져 그의 짜릿한 활약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40도가 넘는 폭염에도 지치지 않은 연기 열정을 현장에서 보여줬고, 캐릭터 빌드업을 위한 디테일한 요소까지 신경쓰며, 상업 영화 첫 주연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훌륭히 소화했다.

정직한 후보(2019) – 주상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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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의 성공으로 후속편까지 나온 [정직한 후보] 시리즈 역시 라미란의 필모그래피에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 작품으로, 라미란은 물론, 김무열, 윤경호, 나문희 등 연기파 배우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며,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알짜배기 흥행을 거뒀다.

라미란은 3선을 넘어 4선에 도전중인 베테랑 국회의원 ‘주상숙’ 역을 맡았다. 검소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실은 거짓말로 부와 명예를 축적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진실만을 말할 수밖에 없게 된 인물이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지만, 라미란은 사면초가에 놓인 주상숙의 모습을 기막히게 그려내며 쉴 새 없는 웃음 폭탄을 던진다. 여기에 거짓말만 일삼던 국회의원이 진실을 말한다는 아이러니로 지금 현실 정치를 꼬집는 연기도 의미 있게 전한다. [정직한 후보]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선보인 라미란은 청룡영화상에서 자신의 연기 인생 첫 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