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

영화 [오펀: 천사의 탄생]은 전작 [오펀: 천사의 비밀]의 프리퀄 작품이다. 1편으로부터 약 2년 전,주인공 ‘에스더’가 에스토니아의 외딴 정신병원에서 탈출하여 부유한 가족의 실종된 딸로 위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09년 개봉한 [오펀: 천사의 비밀]은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한 작품이다. 전편에서 미처 자세하게 담아내지 못한 에스더의 과거와 고아원으로 가게 되기까지의 이유 등 의문 가득한 스토리를 친절하게 풀어내는데, 그 틀이 상당히 정교하고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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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는 차가울 정도로 섬뜩한 에스토니아의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오랜만에 마주한 ‘에스더’의 광기 어린 눈빛은 보자마자 13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없애고, 관객들에게 그만큼의 오싹함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많은 환자들 사이에서도 주요 감시 대상인 그는 경비원 한 명과 미술 치료 교사 한 명을 눈 깜빡 하지 않고 살해하고, 손 쉽게 정신병원을 탈출한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짜릿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소름 돋는 악마의 귀환이 시작된다.

이후 ’에스더’는 자신이 살해한 미술 보조 교사의 집으로 잠입해 노트북으로 전세계 실종 아동 리스트를 살펴본 뒤, 그 중에서 자기와 매우 닮은 부유한 가정의 딸 ‘에스더’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왜 이 악마 같은 소녀의 이름이 ‘에스더’가 되었는지, 시리즈의 궁금증이 마침내 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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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과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반전의 존재가 아닐까?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얼굴을 한 ‘에스더’가 사실 성인 여성이라는, 충격적인 반전은 없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충분히 즐길만한 작은 깜짝쇼는 있다. 또 다른 점은, 전편에서 ‘에스더’가 독보적인 빌런이었다면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와 대립할 만한 광기를 가진 이, ‘트리샤’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사라진 딸 ‘에스더’가 자신의 딸이 맞는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던 코네티컷 가문의 엄마 ‘트리샤’가 ‘에스더’에게서 뭔가 수상함을 느끼면서부터 시작되는 둘의 대립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때때로 어이없는 실소도 터트리며, 쉴 새 없는 긴장감에 너무 경직된 이야기를 살짝 풀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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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을 맡은 배우 이사벨 퍼만의 연기력은 이번 편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2009년 당시, 12세의 어린 나이로 완벽한 사이코패스 연기를 펼쳐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는데, 2편에서도 전작 못지 않은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더군다나 13년이란 시간이 지나 25세의 나이에 1편보다 더 어린 시절을 연기해야 하니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특수 효과와 촬영 기술, 메이크업 등 연출적인 구성은 물론, 목소리와 억양 트레이닝 등 배우 개인의 열정까지 합해져 다시 한번 완벽한 ‘에스더’로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오펀: 천사의 탄생]은 전편에서 풀리지 않은 의문의 구멍들을 흥미로운 이야기와 이사벨 퍼만의 섬뜩한 열연으로 훌륭하게 메운다. 이 작품을 잘 만든 프리퀄 영화라 말할 수 있는 이유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