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처럼 개성 넘치는 재미를 찾아 헤맨 시청자들이 즐겁게 볼 드라마가 나왔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는 [빈센조], [죄 많은 소녀]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 전여빈과 [출사표], [저스티스]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나나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여기에 파격적인 설정으로 충격을 안겼던 [인간수업]의 진한새 작가와 [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드는 미스터리 SF 드라마로 알려져 제작 단계부터 신선한 조합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미지: 넷플릭스

쳇바퀴 돌듯 평범한 삶을 살던 홍지효(전여빈)는 이따금 크고 새카만 눈에 뾰족한 얼굴, 회색 피부와 배만 툭 튀어나온 마른 몸의 전형적인 생김새에 초록색 야구 헬멧을 쓴 외계인이 눈에 보인다. 눈에 보인다고 해서 전부 믿지 않는다며 외계인이 보인다는 사실을 회피하며 지내던 어느 날, 지효는 남자친구 이시국(이동휘)이 미스터리한 흔적만을 남긴 채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찾아간 UFO 커뮤니티에서 지효는 미스터리 전문 스트리머가 된 중학교 동창 허보라(나나)와 기묘한 재회를 한다.

[글리치]는 잘 맞지 않을 것 같던 두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 사라진 시국을 쫓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SF 미스터리 추적극처럼 보인다. 아니, 그런 줄로만 알았으나 살인과 납치가 벌어지는 사이비종교를 파헤치는 오컬트 범죄 추적극에 가깝게 이야기가 진행된다.시국이 사라진 장소에서 본 미스터리 서클 문양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UFO를 신으로 신봉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성서에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 지효와 보라는 점차 그 집단을 깊게 파고들면서 숨겨진 진실을 마주한다.

이 과정에서 시국의 생사 여부와 UFO의 존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대신 연결고리가 된 사이비 집단인 ‘하늘빛들림교회’에 집중하면서, 기묘한 사건과 실마리가 등장하고 이후 사건의 해답을 적절히 해소하며 미스터리 추적극의 매력을 차근차근 쌓아 올린다. 예를 들면, 교회에 잠입한 보라는 VR 기계를 쓴 신도들 사이에서 서집사(백주희)가 공중에 떠오른 채 빛으로 미스터리 서클 문양을 만드는 기묘한 광경을 목도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교회 관리자 김찬우(고창석)에게 잡힐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공중 부양이나 빛으로 만든 문양은 모두 기계장치로 조작한 가짜이며, 이 사실을 은폐하려 드는 것처럼 보였던 김찬우가 사실은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가출한 딸을 찾기 위해 잠입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처럼 극의 흐름은 따라잡기 어렵지 않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건과 실마리가 촘촘하게 짜여 있어 다음 에피소드를 곧장 이어보고 싶게끔 시청자의 흥미를 돋운다.

이미지: 넷플릭스

무엇보다 추적극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단연 주인공인 홍지효와 허보라다. 처음 재회할 때 두 사람의 관계는 중학교 시절 겪은 사건으로 쌓인 오해 때문에 맞물리지 못하고 삐걱거린다. 두 사람은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며 과거의 오해를 푸는 대신, 지나가듯 툭 던지는 대사와 행동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응어리를 녹인다. “세상에 근거 있어서 생기는 일이 몇 가지나 있다고 그러냐”는 보라의 말에 지효는 외계인을 본다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며 조금씩 벗어나고, “(널 구하러 간 건) 내 마음이다”라는 지효의 말에 보라는 둘이 가까웠던 어린 시절 그랬듯이 지효가 여전히 자신을 믿고 있음을 느낀다. 두 사람이 점차 관계를 회복하고 서로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면서 애정이 빛나는 멋진 여성 버디물을 완성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기에 자칫 혼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전여빈의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연기와 나나의 현실감 가득한 연기가 극의 흐름을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지탱한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만한 소재를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통통 튀는 가벼운 톤의 연출과 기묘한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이 더해져 [글리치]만의 독특한 매력이 잘 드러난다. 후속 시즌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알록달록 매력적인 분위기 속에서 빛나는 전여빈과 나나의 찰떡 케미스트리를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