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슬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 직업의 사전적 의미를 말한다.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일 말고도 히어로의 다른 능력은 무엇일까?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히어로를 알아보자.
‘데어데블’ 맷 머독 – 변호사


맷 머독(데어 데블)은 어렸을 때 겪은 사고로 시각을 잃었다. 하지만 다른 감각들이 초인적으로 발달하였고, 뼈를 깎는듯한 고통의 수련을 통해 뛰어난 신체 능력을 얻게 됐다. 예민한 청각은 사람의 심장 박동을 듣고 거짓말을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며, 손가락으로 점자가 아닌 글도 읽을 수 있는 민감한 촉각을 자랑한다. 맷 머독은 자신의 이러한 능력을 뉴욕 헬스 키친에서 벌어지는 부정을 바로잡는데 쏟고 있다.
맷 머독은 밤에는 가면을 쓰고 도시를 위해 싸우지만, 낮에는 정의로운 변호사로 활동한다. 홀로 범죄 조직과 싸우면서 어두운 분위기를 잔뜩 머금은 [데어 데블] 시리즈에서, 그의 변호사 생활은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대학 시절 만난 절친한 친구 포기 넬슨과 함께 대형 로펌 자리를 거절하고, 둘만의 작은 로펌을 설립했다. 수임료를 낼 돈이 없는 사람들도 기꺼이 도우며, 시민들의 삶을 돌보는 공익적인 변호사로 따뜻하고 훈훈한 장면을 자아낸다. 더불어 유능한 그가 자신의 적들을 법으로 처벌하는 모습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자신의 이득을 포기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변호하는 낮의 생활은 도시를 위한 밤의 생활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무력으로 범죄를 해결하는 밤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약자들을 지키는 낮. 의도는 모두 정의를 지키기 위함이지만, 그는 밤과 낮의 간극으로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끊임없이 처참한 위험에 빠지고, 본인의 정체성 때문에 불안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정의를 사수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계속된다.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쉬헐크]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데어데블은 오랜 기간의 공백을 깨고 2024년 새로운 시리즈로 우리 앞에 돌아올 예정이다.
‘이터널스’ 세르시 – 큐레이터


기원전부터 존재했던 태초의 수호자 집단, 이터널스의 멤버이자 새로운 리더 세르시는 인류사에 개입하지 않고 그들과 융화되어 사는 히어로이다. 오래전 자취를 감췄던 괴물 데비안츠의 등장으로 이터널스는 다시 한번 인류를 돕기 위해 뭉쳐 능력을 발휘한다.
세르시의 능력은 물체의 성질을 바꾸는 것으로, 인간을 구하기 위해 추락하는 버스를 가루로 만들거나 데비안츠가 밟고 있는 땅을 진흙으로 만들어 동료들을 구한다. 그의 온화한 성품처럼 직접적으로 해를 가하는 공격은 하지 않으며, 주로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사용한다.
그는 지구에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부터 아름다움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인류를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 지구에 정착한 후 인류에게 새로운 물질인 청동으로 만든 창을 전달하고, 농사를 돕는 등 발전을 돕는다. 인류와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한 그는 자신이 몸소 겪었던 지구인의 성장을 박물관에서 직접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그는 영화 속에서 최상위 포식자에 관한 이야기를 학생들과 나누며 폭넓은 역사 지식을 자랑한다.
함께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인간 데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며, 다분히 평범하고 안락한 삶을 살던 그는 데비안츠의 출현으로 사랑하는 인류를 지키기 위해 과감한 모험을 펼친다. 이터널스 존재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 후,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배신한 동료에 의해 부상을 입었음에도 본인의 모든 능력을 총동원한다. 각성한 그에 의해 이터널스의 계획은 성공하고, 지구를 지키게 된다.
힘든 싸움 끝, 행복한 일상으로 잠시 돌아간 그를 창조자가 납치하며 영화는 막을 내려 팬들의 걱정과 궁금증을 자아냈다. 인류와 가장 교류가 활발한 인물인 만큼,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터널스’ 킨고 – 발리우드 배우


세르시와 마찬가지로 이터널스의 멤버인 킨고. 양손에서 에너지를 모아 발사하는 능력을 가진 전사형 이터널스이다. 데비안츠의 공격을 빠르고 가볍게 막아내거나, 힘을 모아 강력한 한방으로 날려버리는 등 다양하게 능력을 조절하며 전투에 임한다.
조용하게 인류에 섞여 살아가는 세르시와 달리, 킨고는 인도 발리우드에서 영화배우로 위장하여 화려한 스타의 삶을 살고 있다. 늙지 않는 이터널스의 특성상, 가문 대대로 배우인 설정을 통해 오랜 기간 해당 직업으로 활동 중이다. 영화를 직접 제작하기도 하며, 매니저를 포함한 많은 직원을 거느리는 대형 스타로 살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코믹스 원작에서는 사무라이였는데, 영화에서는 발리우드 배우로 직업이 수정되었다. 덕분에 더욱더 발랄하고 활기찬 그의 개성이 드러난다. 데비안츠를 잡는 위험한 여정에 매니저와 동행하여,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꿈을 실현한다. 이터널스로서 전투에 참여하는 동시에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코믹한 모습을 보이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는 우주의 번영을 위한 창조자의 계획에 호의적이었지만,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과 본인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 등 복합적인 이유로 최후의 전투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극의 후반에 세르시와 함께 창조자에게 납치되며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속편에서 창조자가 그들에게 어떤 벌을 내릴지 주목된다.
‘토르 시리즈’ 제인 포스터(마이티 토르) – 천체물리학자


신에게 받은 상처로 모든 신들을 몰살하려는 빌런 고르의 등장으로, 토르와 아스가르드는 위험에 빠진다. 그런 그를 묠니르와 함께 도와주는 의문의 히어로가 등장, 토르의 전 여자친구인 제인 포스터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는 지구에 자리 잡은 뉴 아스가르드에서 묠니르의 선택과 함께 강력한 힘을 얻고, 그것을 들었을 때만 토르와 같은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토르] 2편 이후 잠시 MCU에서 하차했던 제인 포스터의 멋진 귀환은 팬들의 환호를 받기에 충분했다.
제인은 능력 있는 천체물리학자로 [토르 : 천둥의 신]에 첫 등장, 비프로스트 현상을 연구 중 우연히 토르와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진다. 이후 [토르 : 다크월드]에서 5000년마다 9개의 왕국이 일렬로 정렬되는 컨버전스 현상을 직접 연구하다가 현실 조작 능력을 가진 에테르를 온몸에 흡수하게 되는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3편에서는 잠깐 빠졌던 제인 포스터는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 마이티 토르로 돌아와 반가움을 더했다. 유능한 학자에서 히어로로 변신한 그는 토르의 조각난 묠니르를 손에 쥔 채 엄청난 파워를 자랑한다. 원래 그의 본 모습처럼 똑똑하게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해, 묠니르의 원래 주인인 토르마저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동안 볼 수 없던 제인 포스터의 화려한 액션은 그를 기다리던 팬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며 호평을 자아냈다. 지적인 천체물리학자에서 시원시원하게 강펀치를 날리는 히어로 제인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토르 : 러브 앤 썬더]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