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혜연

천사들이 황금색 잉크로 써진 각본을 가져와서 “사람들이 봐야 하는 정말로 중요한 영화예요”라고 말하기 전까지, 잠시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선언한 짐 캐리.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짐 캐리는 코미디 이외에도 드라마, 멜로, 스릴러, SF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앞에 하루빨리 천사가 나타나기를 바라며, 감동과 웃음을 선사해온 배우 짐 캐리의 활약들, 특히 안방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작들 중심으로 살펴보자.

덤 앤 더머 (1994) & 덤 앤 더머 투 (2014) / 로이드 크리스마스 역

이미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조금 모자라지만 순박한 빈털터리 노총각 둘의 좌충우돌 여정을 그린 코미디 로드무비 [덤 앤 더머] 시리즈. 짐 캐리 표 코미디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그저 웃고 싶은 이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황당한 바보짓과 우스꽝스러운 몸짓, 하찮은 유머 속에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애드리브가 곳곳에 숨어 있다. 1편은 전설적인 바보 콤비의 탄생을 그렸고, 2편은 오로지 개그 하나만을 치기 위해 20년 동안 환자인 척을 했던 로이드의 비밀이 밝혀진다. 두 편 모두 ‘웃다가 쓰러질 여정’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20년 만에 공개된 후속편에서 짐 캐리는 더욱 노련해진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며, 그 시절 감성과 추억을 소환하는 데에 성공했다. 현재 1편은 Google Play 무비, 네이버 시리즈온, 웨이브, seezn, Apple TV, U+모바일tv에서 구매 및 대여 서비스 중이다.

마스크 (1994) / 스탠리 입키스/마스크 역

이미지: 뉴라인시네마/태원엔터테인먼트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평범한 은행원이 신비로운 마스크를 발견하며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되는 [마스크]. 짐 캐리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코미디 장르의 그야말로 ‘띵작’이다. 마스크만 쓰면 히어로가 되는 남자가 여러 가지 소동에 휘말리며, 어두운 세력에 맞서 홀로 ‘원 맨 쇼’를 펼친다. 고어하고 폭력적인 분위기의 코믹스 원작을 대중적으로 순화한 작품으로, 주인공 마스크는 짐 캐리의 애드리브가 반쯤 더해져 완성된 캐릭터이다. 노란 슈트와 괴상한 가면을 무기로, 웃음을 주기 위해 탄생한 듯한 ‘병맛 히어로’를 만나보자. 현재 티빙에서 서비스 중이다.

트루먼 쇼 (1998) / 트루먼 버뱅크 역

이미지: 해리슨앤컴퍼니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모두 ‘쇼’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트루먼 쇼]. 거짓 세상 속에 갇힌 진짜 인간의 일상과 그를 관찰하는 주변인들의 심리를 통해, 현대인의 새로운 질병인 ‘관음증’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동시에 우리 또한 트루먼은 아닐지, 우리의 자유의지는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짐 캐리에게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이맘때 할리우드는 코미디언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를 정극 배우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그의 필모그래피에 상당한 전환점을 가져다 준 작품이다. 당초에 톰 행크스를 염두에 두었다던 감독은 짐 캐리를 만난 후, 그의 성장배경이나 생활이 트루먼과 닮았으며 누구보다 트루먼 역을 잘 해내리라 판단했다는 캐스팅 일화를 밝혔다. 짐 캐리의 팬이라면 가장 먼저 봐야 할 작품이다. 물론 완성도면에서도 탁월하며, 많은 분들의 인생 영화로 손꼽힌다. 현재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서비스 중이다.

이터널 선샤인 (2004) / 조엘 배리쉬 역

이미지: 코리아픽처스 , (주)노바미디어

사랑 후의 아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 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터널 선샤인]. 미셸 공드리,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의 조합으로 탄생한 아름다운 사랑 영화이다. 짐 캐리의 편안하고 진지한 멜로 연기와 특유의 익살스러운 매력이 동시에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조엘은 어딘가 울적해 보이는 남자로, 지워진 기억과 남겨진 감정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되는 인물이다.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은 이별을 경험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에 대한 감상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연애의 설렘과 여운을 건넨 것은 물론, 이별의 아픔까지 공감가게 그려내어 N차 관람이 아깝지 않다. 사랑에 실패할 때마다, 이제는 사랑이 지겹다고 느껴질 때마다, 그냥 겨울이 올 때마다 꺼내보게 되는 로맨스 장르의 마스터피스다. 현재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U+모바일tv에서 서비스 중이다.

키딩 (2018) / 제프 피클스 역

이미지: 왓챠

짐 캐리의 입체적인 마스크는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고통을 직면하지도, 나누지도 못하고 웃어야만 하는 남자의 삶을 그린 [키딩]은 미셸 공드리와 짐 캐리가 드라마에서 다시 만난 작품이다. 끊임없이 어른들에게 동심을 배달하던 공드리가 여전히 무해하고 천진난만한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마주하기 힘든 비극을 알려주려 한다. 짐 캐리가 연기한 제프는 유쾌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이지만, 농담이라 믿고 싶은 잔혹한 비극을 마주하며 슬픔과 상실에 짓눌리게 된다. 연극을 끝내고 홀로 남겨진 그를 보고 있으면, 결국 가면 뒤의 어른 남자도 쓸쓸한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짐 캐리의 표정은 특히나 긴 여운을 남긴다. 현재 왓챠에서 서비스 중이다.

수퍼 소닉 (2020) & 수퍼 소닉 2 (2022) / 닥터 로보트닉/닥터 에그맨 역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소리보다 빠른 초고속 고슴도치 히어로 소닉과 세계 정복을 꿈꾸는 과학자 닥터 로보트닉의 대결을 그린 [수퍼 소닉] 시리즈. 게임 소재라는 한계와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흥행 성과를 거두며 후속편까지 제작되었다. 짐 캐리가 연기한 닥터 로보트닉은 귀여운 고슴도치 히어로를 매 순간 위기에 빠뜨리는 최강 빌런으로, 원작 캐릭터에 코믹스러움과 광기가 더해져 재해석된 인물이다. 1편에서는 지구에 불시착한 소닉과 천재 악당 로보트닉의 악연의 시작을 그린다. 결국 버섯 행성으로 쫓겨난 로보트닉이 2편에서 복수를 계획하며 지구로 돌아온다. 거추장스러운 콧수염과 괴팍한 성격을 장착한 닥터 로보트닉의 독보적인 매력은 소닉 시리즈의 큰 재미 요소이기도 하다. 1편 보다 더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두며 게임 IP 원작 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 중이다. 그야말로 짐 캐리가 캐리 중인 [수퍼 소닉] 시리즈는 2024년에 3편이 개봉될 예정이다. 현재 1편은 Google Play 무비, 웨이브, 네이버 시리즈온, 티빙, seezn, Apple TV, U+모바일tv에서 대여, 구매 서비스 중이며, 2편 역시 다수의 OTT와 캐치온에서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