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은 [콜]의 이충현 감독이 연출한 동명 단편 영화를 6부작으로 확장한 드라마다.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의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어는 과정을 치열하게 그린다. 단편 [몸값]의 제작에 참여했던 전우성 감독이 연출을 맡고, 진선규, 전종서, 장률 등 탁월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참여해 작품을 힘 있게 이끌어간다.

이미지: 티빙

처음에는 괜히 드라마로 늘어뜨려 오리지널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건 아닌지 걱정이 컸다. 다행히도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10여분의 오프닝이 끝나면 이 같은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난다. 드라마는 단편에서 평면적으로 그렸던 주인공 형수(진선규)와 주영(전종서)에게 남다른 목적과 사연을 부여해 이야기의 가지를 영민하게 넓힌다. 여기에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의 상황을 아찔하게 담아내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재미를 건넨다. 주인공들이 당면한 퀘스트를 해결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침내 건물을 탈출한 이들이 만나는 세상은 시청자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으며 또 다른 사건을 예고한다. 실제 [몸값]은 곧 개봉할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연결되는데, 10분짜리 단편 영화를 유명 영화의 유니버스 못지않은 세계관으로 확장하는 작품의 야망이 예사롭지 않다.

원작은 ‘원 테이크’ 촬영 기법이 전체적인 스토리와 잘 맞아떨어져 화제가 됐다. 드라마 역시 원작과 동일한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이로 인해 극중 상황이 상당히 생생하고 긴박하게 흘러간다. 카메라는 끊임없이 주인공만 비추며 의도적으로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덕분에 보는 이가 현장에 있는 듯한 리얼리티를 자연스럽게 확보한다. 배우들 역시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에 처한 듯한 날 것의 연기를 보여주면서 상대방과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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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은 크게 세 사람의 이익 다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고등학생과 화대를 흥정하던 중 뜻밖의 위기에 휘말리는 노형수, 상대를 유혹한 뒤 함정에 빠뜨려 몸값을 계산하는 장기밀매 전문가 박주영, 아버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장기밀매 시장에 뛰어든 고극렬(장률)이 주요 인물이다. 흥미롭게도 등장인물 모두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다.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상대가 누구든 쉽게 배신하고 함정에 빠뜨린다. 주인공이 이 정도인데 다른 인물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음모와 위협이 극 전반에 포진해 이들이 빚어내는 소동이 웃기면서도 섬뜩하다. 그렇기에 시청자는 인물들의 행동에 혀를 차면서도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지 눈을 떼지 못한다.

드라마는 원작에 없던 요소를 더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지만, 부족한 점도 눈에 띈다. 아무래도 원테이크 촬영의 장·단점이 극명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같은 연출 방식이 이야기의 현장감을 불어넣으나, 의도와 달리 극을 늘어뜨릴 때도 많다. 편집 없이 계속해서 영상이 이어지기에 앵글이 답답하고, 캐릭터들의 티키타카를 온전하게 담아내지 못한다. 특히 4화에서 많은 인물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어수선하고 산만해 보인다. 캐릭터의 감정을 오로지 비명과 고함으로 처리하는 한계도 있다. 연출 기법 때문에 극중 상황이 제약받는다는 인상도 허다하다. 드라마가 아니라 고정된 무대의 연극 같다고 할까? 지진 때문에 무너진 건물을 더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물론 이 같은 단점은 6부작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열연이 있기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원작의 작은 이야기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확대해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여러 작품과 연계한 확장력이 탁월해 보인다. [몸값] 이후 펼쳐질 세계관은 6화부터 본격적으로 암시하는데, 이 프로젝트의 야심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빛을 발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