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시작부터 슬픔이 가득하다. 우리 곁을 떠났던 ‘티찰라’ 채드윅 보스만을 기리는 인트로부터 그의 죽음이 이야기 곳곳에 서려 있다. 반면 걱정도 가득했다. ‘블랙 팬서’ 없는 [블랙 팬서]라는 아킬레스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다행히 그 점은 ‘슈리’ 레티티아 라이트의 활약과 강렬한 주제 의식으로 효과적으로 대체한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히어로 영화답지 않은 무게감을 선사한다. 미국 내 인종차별과 흑인 인권을 다룬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국제 정치의 복잡한 기류를 그린다. 오프닝부터 예사롭지 않다. 와칸다의 비브라늄을 노리는 현실 속 강대국의 압박을 비중 있게 그리며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력하게 외친다.

이미지: 디즈니

이런 분위기 속에 바다 왕국 탈로칸은 와칸다 못지 않은 서사의 중심 축으로 다가온다. 고대 문명을 가진 원주민 부족이 강대국들의 식민지 수탈 속에 몰락하고, 복수를 다짐하는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린다. 비슷한 문제를 가진 와칸다가 이들을 이해하면서도 대립할 수밖에 없는지를 치열하게 담아내어 서사의 밀도를 탄탄하게 다진다. 마블 페이즈 4 영화들이 세계관 확장에만 치중해 설계의 약점을 드러냈다면, 적어도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만큼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는다. 기승전결이 깔끔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가진 마블 영화를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다.

액션 역시 풍성하다. 와칸다를 위협하는 탈로칸이 바다 왕국이라는 설정답게 수중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많이 펼친다. 특히 탈로칸 왕국의 리더 네이머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후반부 와칸다의 전투기를 두 동강 내고, 주인공들을 위협할 때 내뿜는 카리스마 또한 인상적이다. 여기에 적국에게는 냉정한 파괴자인 동시에, 자국에서는 존경 받는 리더라는 점이 캐릭터의 면모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그렇다고 탈로칸의 위협에 가만히 있을 와칸다가 아니다. 슈리와 시리즈에 처음 등장한 ‘아이언 하트’ 리리 윌리암스는 자신들의 장기를 발휘해 공중전을 책임진다. 최첨단 무기와 수트로 무장한 이들의 반격은 아날로그 공격 일변도의 탈로칸을 제압하며 호쾌한 비주얼을 선사한다. 후반부 새로운 수호자 블랙 팬서의 등장도 그간의 기다림을 달래주며 작품의 클라이막스를 담당한다. 다만 이 같은 액션이 너무 늦게 나오는 점은 옥의 티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티찰라’ 채드윅 보스만에 대한 헌정도 잊지 않는다. 그의 부재로 와칸다가 위기에 빠지고 새로운 갈등이 빚어진다. 이로 인해 마음 아파하는 슈리의 모습을 부각하며 애잔한 감정을 계속해서 자아낸다. 오빠를 그리워하는 그의 대사나 표정이 티찰라 뿐 아니라 채드윅 보스만을 향한 마음임이 느껴질 정도다. 픽션과 현실의 벽을 지워내는 작품의 시선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든다. 단순히 떠난 그에 대한 헌정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을 보내야 했던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다음을 향해가야 하는 의지도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티찰라를 향한 그리움으로 시리즈의 미래를 그리는 법을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의미 있게 보여준다. 쿠키 영상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