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주)마인드 마크

문자 알림음, 커피 그라인더 소리, 기다리던 골이 터졌을 때 터지는 환성. 일상 속 소음이 폭발 사고로 연결된다면? 영화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면 폭발하는 특수 폭탄을 설계한 범인과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이 벌이는 테러 액션 영화다. 범인은 소음을 제어할 수 없는 축구장, 워터파크, 놀이터에 폭탄을 숨겨 두어 주인공을 계속 위기로 몰아넣는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가족을 인질로 잡아 갈등을 고조하고 긴장감을 배가한다.

이처럼 [데시벨]은 ‘소음 반응 폭탄’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소음이 일정 데시벨을 넘어서면 제한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거나 터지는 형식이다. 사정을 모르고 열렬히 소리 지르는 관중의 밝은 표정과 폭탄을 찾기에 급급한 주인공 강도영의 불안한 표정이 맞물려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범인이 폭탄에 남겨놓은 메시지를 파악하고 슬픔에 빠져드는 강도영의 모습은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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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축구장에 방문했다가 얼떨결에 테러 저지에 동참하게 된 기자 오대오는 극중 깨알 같은 재미를 건넨다. 오대오는 축구장에서 강도영을 알아보고 말을 건넸다가 ‘경기 시간을 지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필드에 난입하는 인물이다. ‘튀지 말고 중간만 가자’는 신념으로 살아온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정의감 내지 오지랖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강도영을 돕는다. 여기에 김슬기가 오대오의 아내로 출연해 콩트 같은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정상훈과 김슬기가 나오는 잠깐의 장면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무겁고 긴박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여기에는 테러 방식이 한몫했다. 한 폭탄이 터지면 곧바로 다음 테러를 예고하는 전화가 울리면서 긴장감을 이어간다. 어쩔 때는 폭탄 두 개를 동시에 가동해 갈등을 극대화한다. 그 과정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도심 곳곳을 뛰는 강도영의 살신성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도영 역을 맡은 김래원은 대역을 쓰지 않고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열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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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설계자이자 멘사 출신 해군 대위 전태성 역은 이종석이 맡았다. 선과 악을 능숙하게 오가는 그의 모습은 이따금 소름이 끼칠 정도다. 전태성은 그야말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스크린을 존재감으로 가득 채운다. 특히 후반부 억누른 감정이 터지면서 절박하게 호소하는 그의 모습은 악역임에도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드라마에서 활약하던 차은우는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어 앞으로의 필모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따금 발성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표정과 감정 연기는 강렬했다. 분량이 크지 않지만 영화에 빠져서는 안 될 핵심적인 캐릭터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성적인 판단력과 행동력을 보여주는 주인공과 나름의 권선징악이 서사적 쾌감을 선사했다. 11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도 장점이다. 다만 이 때문에 오대오와 강도영의 관계가 압축되어 보여진 점은 아쉽다. 중반까지 강도영은 오대오에게 선을 그었고 둘은 일종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그려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강도영이 오대오를 ‘너’로 지칭해 의아하게 다가온다. 편집점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다.

또한 강도영이 폭탄을 찾으면 범인이 그다음 폭탄으로 유인하는 전개가 반복되어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하지만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과거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충격과 반전이 드러난다. 여기서 영화의 분위기가 전환된다. 테러와 액션에 치중을 두었던 전개가 진상 규명으로 넘어가면서다. 바뀐 톤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배우들, 특히 이종석의 열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엔딩은 사건의 끝맺음이 분명한 일반 액션 영화와 달리 일부러 여운을 남긴 감독의 의중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