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가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계에도 불어온 이 바람은 그 시절을 겪어본 사람에게는 추억을,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신선함을 준다. 그런 흐름 속에 2000년대 대표 멜로 영화 [동감]이 리메이크 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무래도 이 작품은 원작을 본 사람이 좀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과 어떤 부분이 다를지, 과연 원작의 아성을 뛰어넘는 작품이 될지 벌써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리메이크 [동감]은 1999년에 사는 김용과 2022년의 무늬가 HAM 무전기를 통해 교신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둘은 각자의 고민을 터놓으며 호감을 쌓고 만나기로 하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 인연이 엇갈리면서 서로 다른 시간에 살고 있음을 것을 눈치 챈다. 전체적인 뼈대는 원작과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설정과 시대가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그 시절, 즉 [동감] (2000)처럼 유난히 판타지 멜로가 흥행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했고 종말론의 불안을 안고 있던 시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작중에서는 세계 멸망을 외치며 계속해서 등장하는 캐릭터가 웃음을 유발한다.

이미지: 고고스튜디오

원작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에는 폭넓은 의미에서의 시간 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당시 신예 배우였던 유지태, 김하늘의 공감가는 연기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리메이크의 두 배우는 어땠을까? 먼저 김용을 맡았던 여진구의 로맨스 연기는 인상적이다. 첫사랑을 경험하는 이의 어리숙하고 순수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극에 녹여낸다. 특히 트레이드 마크인 그의 낮은 목소리는 작품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지며 캐릭터의 감성을 더한다. 전체적인 극의 흐름은 무늬 역을 맡은 조이현 배우가 끌어간다. 남사친을 좋아하지만 차마 마음을 밝힐 수 없는 인물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했던 김용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원작을 본 관람객이라면 궁금해할 것이 또 있다. 과연 임재범의 ‘너를 위해’가 나오는지 여부인데, 아쉽게도 이번 작품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김광석의 ‘편지’, 롤러코스터의 ‘습관’ 등 시대를 대표하는 여러 명곡이 나와 사랑에 들뜨고, 상처받은 인물들의 감성에 힘을 보탠다. 여기에 90년대를 대표하는 여러 코드와 패러디도 등장해 소소한 재미를 자아낸다. 특히 90년대 생이라면 모두 알 법한 박카스 광고 ‘지킬 건 지켜야지’의 패러디 장면은 이 작품의 키워드인 ‘청춘’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미지: 고고스튜디오

흔히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는 없다고 말한다. 이미 오리지널로 만족한 관객의 취향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아킬레스 속에서도 리메이크 [동감]은 원작 캐릭터보다 더 순수해 보이는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90년대의 아련한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며 재미를 건넨다. 스포일러 관계로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원작과 다른 결말 또한 이 작품의 매력이다. 여러모로 [동감]은 착하고 따뜻했던 2000년의 레전드 로맨스를 잘 옮겨와, 같은 소재의 다른 이야기임에도 여전히 뭉클한 작품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