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 막힐 만큼 어둡고 칙칙하다. 답답한 전개와 매운맛의 향연에 지칠 법도 한데, 보다 보면 또 묘하게 끌리는 구석도 있다. 그래서일까? 넷플릭스 [썸바디]를 두고 누구는 올해 손에 꼽을 범죄 스릴러, 또 누군가는 5분도 견디기 힘든 작품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 넷플릭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김섬(강해림)은 타인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가 개발한 썸바디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화제가 된 걸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다. 그러던 어느 날, 섬은 썸바디를 통해 한 사람과 매칭이 된다. 다른 이들과 달리 그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느낀 섬은 무언가에 홀리듯 그에게 빠져든다.

한편 섬의 마음을 훔친 성윤오(김영광)는 겉보기엔 성공한 건축가지만, 사실 썸바디로 불러낸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연쇄살인마다. 여느 때처럼 다음 희생양을 물색하던 윤호의 눈에 섬이 들어온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어째서인지 말도 잘 통하고, 자신과 닮은 듯한 그에게 관심이 쏠린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속마음이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의 인연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연쇄살인마와 사랑에 빠진 아스피’, 소재만 놓고 보더라도 제법 파격적이다. 그런데 [썸바디]는 이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모양인지, 노골적인 베드신은 물론이고, 동물과 인간을 가리지 않는 끔찍한 범죄의 순간을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디테일하면서도 소위 ‘때깔 좋게’ 묘사한다. 소재나 비주얼이나 그야말로 자극의 향연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평소 청불 범죄 스릴러를 즐겨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요소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트리거 요소가 상당히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극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김영광의 연기 변신과 신예 강해림의 발견이다. 김영광은 이번 작품에서 섬뜩하고 광기 어린 내면을 숨긴 연쇄살인마 윤오를 통해 그동안 ‘로맨스 장인’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해냈다. 웹드라마를 비롯한 몇몇 작품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내비쳤던 강해림은 이번이 첫 주연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섬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자신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 섬의 곁을 지키는 무당 목원과 경찰 기은을 연기한 김용지, 김수연을 비롯한 배우들 역시 각자의 몫을 충분히 하면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미지: 넷플릭스

다만 매력적인 배우와 캐릭터만 가지고 썸바디를 누군가에게 선뜻 추천하기엔 망설여진다. 우선 인물들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과 감정선 때문에 몰입에 방해가 되는 순간들이 종종 눈에 밟힌다. 한 예로 섬이 유일한 친구인 기은이 윤오 때문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음에도 오히려 윤오를 감싸는 모습은 단순히 섬의 상태 때문이라고 여기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 다양한 소재를 엮으려는 시도는 좋지만, 이를 풀어내려다 다소 욕심을 부린 듯한 인상도 지울 수가 없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딥페이크 기술의 양면성,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끔찍한 범죄, 아스퍼거 증후군과 사랑 등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데 막상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을 준다. 자극적인 장면들로 시선을 사로잡아서 그렇지, 돌아서면 이러한 과욕과 특유의 느린 호흡이 맞물리면서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온다는 점은 아쉽다.

하나 분명한 건 [썸바디]가 지금껏 접해온 국내 범죄 스릴러물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런 파격적이고 대담한 시도에 찬사를 보낼지, 혹은 비판을 할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그래서 말인데, ‘좋은데 싫고, 싫은데 또 좋다’라는 느낌이 든 사람 혹시 나뿐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