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혜연

음악의 힘은 강하다. 그것을 구현해 내는 아티스트의 열정은 더욱 강하다. 다양한 음악 다큐멘터리는 화려한 아티스트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담아내며 친근감을 준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그들의 일상은 개성 있는 삶의 태도와 진지한 음악적 고민으로 인해 특별해진다. 우리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재즈의 장인부터 전설적인 뮤지션, 브릿팝의 아이돌, 모두에게 사랑받을 만한 팝스타, 현재 가장 뜨거운 케이팝 스타와 본 적 없던 Z세대의 아이콘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음악 다큐멘터리 6편을 감상하며 멋진 아티스트들의 매력에 빠져보자. 보통 영화를 보려면 큰 스크린에서 관람하길 추천하지만, 이들 작품만큼은 사운드가 우렁찬 곳에서 본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빌리 아일리시: 조금 흐릿한 세상 – 21세기 록스타의 탄생

이미지: Apple TV

세계적인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의 흥미로운 여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부터 소박하고 따뜻한 무대 아래 일상까지 공개된다. ‘비범한 아티스트’라는 말로 자주 소개되는 빌리 아일리시는 LA 출신의 2001년생 싱어송라이터로, 21세기의 록스타이자 아이돌, 대체할 수 없는 Z세대의 아이콘이다. 본 적 없고 들은 적 없던 음악과 비디오, 패션을 통해 등장부터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여전히 무섭게 성장 중이다. 우울하고 암울한 감정은 그의 가장 평범한 기분들이었고, 그것들을 토해내는 방식은 단지 힙스터의 몸짓을 넘어섰다. 영화 속에서는 친오빠 피니어스와 함께 휴식을 취하거나, 장난을 치는 일상을 통해 평범하고 친근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늘한 푸름과 잿빛이 어울리는 아티스트 빌리 아일리시만의 세상이 궁금하다면 [빌리 아일리시: 조금 흐릿한 세상]을 감상해 보자.

미스 아메리카나 – 다음 세대를 위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용기

이미지: 넷플릭스

21세기 대중음악계의 대표적인 인물,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로운 모습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 작곡가 겸 가수로서 무대를 빛내는 모습과 더불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으로서의 그도 만나볼 수 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만한 인형으로 길러졌던 그는 말 많고 탈 많은 행보를 이어왔지만, 언제부턴가 성숙해지기 시작했다. 음악을 표현하는 방식과 대중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러했고, 그래서 [미스 아메리카나] 속의 그는 편안해 보인다. 끊임없이 반짝여야 했던 그가 가수로서의 명성을 잃을까 두려워하면서도, 보편적인 인간의 행복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대중의 착한 소녀이자 문제아였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제 다음 세대를 위해, 더 용기 있고 멋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 케이팝의 현재는 블랙핑크

이미지: 넷플릭스

케이팝은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는 케이팝 최초의 기록들을 써 내려가는 그룹 블랙핑크의 꿈을 향한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험난했던 연습생 시절부터 풋풋한 데뷔, 세계를 사로잡은 무대들까지. 월드 스타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치열한 여정이 빼곡히 담겨 있다. 필수 관문이 된 하드 트레이닝부터 더욱 거대하고 웅장해지는 음악과 무대, 다채로운 콘셉트, 빠르게 변하는 유행까지. 전 세계는 무엇이 케이팝을 현재의 자리까지 올려놓을 수 있었는지 묻고 있다. 지금 가장 영향력 있는 케이팝 그룹 중 한 팀인 블랙핑크를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매력을 다큐멘터리로 만나는 것이 첫 번째다.

마일스 데이비스: 쿨 재즈의 탄생 –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미지: 선댄스 영화제

재즈의 거장이자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의 삶과 음악을 담은 [마일스 데이비스: 쿨 재즈의 탄생]. 지금 우리가 접하는 로맨틱하고 흥겨운 재즈 음악은 마일스 데이비스로부터 확립되었다. 늘 재즈의 최전선에 있었던 그는 재즈계의 개척자이자 선구자, 혁신가였다. 흑인들의 것이었던 재즈에 백인적인 감성을 녹인 쿨 재즈 또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낡지 않는 열정을 가졌던 그는 고집스럽고, 변덕스럽고, 천재적이며, 우아하다. 여전히 사랑받는 재즈의 오랜 수명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순수한 고집이 녹아 있을 것이다. 재즈만큼이나 뜨거운 삶을 살았던 그의 이야기를 꼭 만나보자.

슈퍼 소닉 – 90년대를 살아보지 못한 이들에게 오아시스를

이미지: (주)씨네룩스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의 이야기를 다룬 [슈퍼 소닉].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밴드 오아시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갤러거 형제의 일대기부터 260만 명 관객을 동원했던 1996년 공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리암, 노엘 형제의 악동 같은 일상도 엿볼 수 있다. 흥겨운 음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난스러움과 쿨함은 그들 유명세에 한몫을 하기도 했던 포인트이다. 이러한 친근함과 더불어 그들이 어떻게 비틀즈 이후 영국 최고의 밴드라 불리게 되었으며, 브릿팝에서 가장 성공을 이룬 밴드이자 영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기록될 수 있었는지를 천천히 따라간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오아시스 키드들에게는 물론, 90년대를 살아보지 못한 이들에게도 추천하는 다큐멘터리이다.

매카트니 3,2,1 –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송라이터, 폴 매카트니

이미지: 디즈니+

전설적인 뮤지션 폴 매카트니의 음악 인생을 명 프로듀서 릭 루빈과 함께 되돌아보는 [매카트니 3,2,1]. 폴과 릭의 차분하고 친밀한 대화를 담은 6부작 시리즈로, ‘음악’ 자체를 가장 심도 있게 다룬 음악 다큐멘터리이다. 폴 매카트니는 영국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즈의 베이시스트 겸 작곡가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송라이터로 꼽힌다. 오아시스가 사랑하며, 밥 딜런이 경외하고, 세계가 열광했던 아티스트이다. [매카트니 3,2,1]에서 그는 음악적 태도와 신념,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진화 과정과 노력, 존 레논에 대한 그리움까지 전한다.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으로 제작되는 보통의 다큐멘터리들과 달리 오직 음악적인 대화가 주를 이루며, 화려한 무대가 아닌 어두운 암실을 배경으로 한다. 진중하고 냉철하지만 따뜻하다. 이미 전설로 기록되는 그가 여전히 자아를 탐구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