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그우먼 김민경이 국가 대표 사격 선수로 깜짝 변신하여 많은 이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비록 높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의 도전은 보는 이의 가슴에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고이 접은 꿈. 아직 늦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 하지 못하는 일은 키즈 모델뿐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들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도전하는 주인공들을 다룬다. 이 영화들을 보다 보면 ‘어쩌면 나도’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인턴십 – 컴맹 아재들의 험난한 구글 생존기

이미지: 20세기 폭스

국가를 막론하고 인턴의 최종 목표는 정규직이다. 코미디 영화 [인턴십]은 구글 인턴십에 합격한 두 중년 남성이 정규직 전환을 두고 파릇파릇한 대학생들과 경쟁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여러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주인공을 맡았던 오웬 윌슨과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낸 빈스 본이 듀오로 호흡을 맞췄다. 이들이 연기한 닉과 빌리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편한 X세대다. 프로그래밍을 잘 알기는커녕 오히려 컴맹에 가깝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 영업직 생활로 일군 융통성과 말발로 어린 친구들과 경쟁한다. 관련 지식은 부족하지만 침착하게 팀원들을 다독이고 이끌면서 구글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인턴십]의 러닝타임 과반은 캐릭터들 간의 농담으로 채워져 있지만, 사실 영화는 시대에 뒤처진 이들의 고군분투를 비춘다. 닉과 빌리도 결국 일하던 시계 회사가 휴대전화에 밀려 폐업하는 바람에 인턴십에 지원한 것이다. 뒤처졌다고 쓸모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인생은 기나긴 마라톤이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인턴십]을 보며 공감하고 감동을 느끼는 이유다. 작품의 감독은 [애덤 프로젝트], [프리 가이]를 연출한 숀 레비다. 이제는 텐트폴 영화로 익숙하지만 사실 숀 레비는 커리어 초기에 코미디 위주로 연출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코믹 아이콘 윌 페렐이 카메오로 출연해 짧지만 굵은 존재감을 자랑한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 관절염도 막을 수 없다! 열정 금메달 아저씨들의 수중 발레 도전기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벼랑 끝에 몰린 동네 아저씨들이 프랑스 최초 수중발레 남자 국가대표팀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장기간의 취업 준비로 우울한 가장 베르트랑. 딸을 픽업하러 간 수영장에서 남자 수중발레 팀원 모집 글을 발견한다. 공식 협회도 없고 선수들은 전부 아마추어에 어린 감독은 다이빙 보드에 앉아 담배를 피우기 일쑤다. 그런 감독은 생기를 잃어버린 베르트랑의 눈을 보고 말한다. 팀에 입단하려면 의지력을 갖춰야 한다고.

영화는 초반부터 팀원이 그만두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다. 근육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주름과 뱃살이 자리 잡았고 심지어 베르트랑은 관절염 약을 복용한다. 누군가는 집이 없어 주차장에서 밤을 지새고, 2년째 실업 상태인 사람, 우울증을 앓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있어 수중 발레는 어렵게 찾은 삶의 의미이자 희망이다. 사람은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현재를 버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때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패배자도 승리자만큼 행복할 수 있다. 이것이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라 믿는다.

인턴 – 40년 경력직 인턴이 들어왔다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패션 회사를 일군 줄스가 70세 벤을 인턴으로 채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인턴]. 1분 1초가 급한 줄스는 노인인 벤이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 짐작하고 업무 지시를 꺼린다. 그 대신 벤은 다른 팀원들을 돕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점차 호감을 산다. 한편 줄스가 투자자들의 압박에 자리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하자 벤의 연륜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영화 속 벤은 줄스의 우려와는 달리 민폐를 끼치지 않고 회사에 재빠르게 녹아든다. 관찰력과 친화성, 유연한 태도를 바탕으로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나아가 줄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험은 녹슬지 않는다’는 영화의 캐치 프레이즈처럼 이질적인 존재였던 벤은 대체 불가한 인력으로 거듭난다. 특히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글 같은 스타트업에서 벤의 뚝심과 지혜는 유용하다. 트렌드에 맞추어 사는 것도 좋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행복을 찾아서 – 영원할 것 같은 시련에도 끝은 있다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노숙자로 전락한 싱글 대디와 어린 아들이 해피 엔딩을 찾아가는 이야기 [행복을 찾아서].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는 전 재산을 털어 의료기기를 매입하지만 저조한 영업 실적에 생활비는 고갈된다. 결국 지쳤던 아내가 떠나면서 크리스와 아들은 길거리를 떠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는 우연히 증권 브로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고, 이내 20명이 경쟁하는 무급 인턴십을 시작하게 된다. 지하철역에서 밤을 지새고 공중화장실에서 씻는 날이 지속되는 가운데 크리스와 아들은 그토록 바라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영화가 놀라운 점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폴 가드너는 1980년대 초 금융계에 입성, 수년 후 직접 회사를 설립한 전설적인 브로커다. 하지만 가드너의 유년 시절은 고난으로 가득했다. 그의 아버지는 폭력을 일삼았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살해하려다 수감됐다. 유일한 롤모델인 삼촌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 결국 가드너는 보호 시설을 진전해야만 했다. 나쁜 길로 빠질 수도 있었지만, 되려 가드너는 알코올 중독과 가정 폭력, 두려움의 덫에 빠지지 않겠다고 어릴 때부터 다짐했다고 한다. 불행한 환경에서도 희망의 끊을 놓지 않았던 가드너는 이제 자선사업가로 변신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선데이리그 – 잊고 있던 열정을 깨워준 풋살

이미지: 아이 엠(eye m)

2002년을 기점으로 국민 스포츠가 된 축구. 덕분에 조기 축구를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취미로 할 뿐, 축구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선데이리그]는 몇 안 되는 그런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다룬다. 한때는 국가대표급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동네 축구 코치가 된 준일에게 해고 위기가 닥친다.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오합지졸 철수축구단을 아마추어 풋살 대회 본선에 진출시켜야 한다. 대부 업체 직원들부터 교인들, 동네 에이스까지 참가하는 선데이리그. 과연 철수축구단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넘고 본선에 골인할 수 있을까.

[선데이리그]는 유쾌하면서 짠하다. 코믹한 대사와 자연스러운 연기가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또 찡하게 현실적이다. 일단 준일은 이혼할 위기에 놓여있는 비정규직 코치이고 막판에 합류한 박씨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백수다. 비록 철수축구단원들은 성공이나 안정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지만 진심을 담아 공을 찬다. 축구에는 Man of the Match라는 용어가 있다. 줄여서 MOM인데,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를 의미한다. 비록 우리는 손흥민처럼 세계적인 스타가 될지는 못할지언정 각자의 인생에서 MOM이 될 수 있다. 철이 없다고 손가락질 받으면 어떤가. 도전은 용기를 수반하니 행위 자체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렇게 꿋꿋이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꿈에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