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이미지: 찬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가 관객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이완 맥그리거와 크리스토프 왈츠,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등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로 힘을 더한 작품이다. 이중 틸다 스윈튼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메모리아]와 조지 밀러 감독의 [3000년의 기다림]도 국내 개봉을 앞두며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틸다 스윈튼은 친한파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설국열차]와 [옥자]를 통해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업한 전적이 있는 배우로, 개봉 당시에 내한하여 팬들을 만난 바 있다. 오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과의 신작으로 돌아오는 틸다 스윈튼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매 작품마다 놀라운 연기 변신을 선보인 그의 매력을 살펴보자.

마이클 클레이튼(2007) – 카렌 역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이클 클레이튼]은 틸다 스윈튼의 이름을 셰계적으로 알리게 한 작품이다.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사건들을 전담하는 변호사 ‘마이클 클레이튼’이 전대미문의 소송을 담당하게 되어 알게 된 진실을 그린 영화다. 틸다 스윈튼은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세계적인 기업 U노스의 법무 이사 ‘카렌 크로더’ 역을 맡았다. 그는 수많은 악행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틸다 스윈튼은 자신의 언행이 들킬까 불안한 눈빛을 보이면서도 겉으로 강한 척하는, 입체적인 성격의 악역을 완성시켰다. 이 같은 열연에 힘입어 생애 처음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했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2005~2010) – 하얀 마녀 역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는 네 남매가 마법의 옷장을 통해 환상의 나라 나니아에 도착, 위대한 사자 아슬란과 함께 위험에 빠진 나니아를 구하고자 모험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틸다 스윈튼은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서 신비의 나라 나니아를 지배하고 있는 ‘하얀 마녀’ 역을 맡았다. 얼음왕국을 떠올리게 만드는 마녀의 이질감 없는 비주얼과 놀라운 악역 연기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무엇보다 원작 소설에서는 1편에서만 등장하지만, 존재감 넘치는 연기를 펼치며 2편과 3편에 연이어 등장하기도 했다. 그만큼 시리즈의 정체성을 알리는 캐릭터로서 [나니아 연대기]의 성공에 큰 힘을 보탰다.

케빈에 대하여(2011) – 에바 역

이미지: 티캐스트

[케빈에 대하여]는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에바’가 이유 모를 반항으로 고통을 전하는 아들 ‘케빈’으로 인해 점차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틸다 스윈튼은 한때 지유로운 여행가 였지만,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 ‘에바 캐처도리언’ 역을 맡았다. 계획에 없었던 아이를 출산하여 혼란과 스트레스를 비롯한 복잡미묘한 감정을 겪는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주었다. 단순히 엄마라고 모성애가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듯한 태도, 아이 때문에 무너지는 심리 묘사를 몰입감 넘치게 표현하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더욱 넓혀간다.

설국열차(2013) – 메이슨 역

이미지: CJ ENM

틸다 스윈튼은 유독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이 두터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칸 영화제에서의 인연을 시작으로 [설국열차]에 출연, 이후 [옥자]에도 출연하고 다양한 인터뷰와 대담을 통해 그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인연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설국열차]는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가 달린지 17년 째, 빈민굴 같은 맨 뒤쪽 꼬리칸의 지도자 ‘커티스’와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에서 기차 내 2인자, 윌포드의 의지를 대변하는 ‘메이슨 총리’ 역을 맡았다. 전형적으로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는 평생토록 지켜온 존재도 서슴없이 배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얄밉지만 독보적인 존재감을 선보였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2013) – 이브 역

이미지: 찬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미국 디트로이트와 모로코 탕헤르라는 먼 거리, 수 세기에 걸쳐 사랑을 이어온 뱀파이어 커플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틸다 스윈튼은 절망을 느끼고 있던 남자친구 아담을 위로하고자 디트로이트로 향한 뱀파이어 ‘이브’를 연기했다. 인간 사회에서 뱀파이어라는 정체성을 숨기고 타협하는 모습을 농후한 대사들로 세심하게 그려내어 재미를 더한다. 새하얀 피부와 앙상한 몸매의 비주얼은 오랫동안 살아온 존재라는 설정을 더욱 부각한다. 그만큼 다른 이들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와 아우라가 틸다 스윈튼과 잘 어우러져 영화의 개성을 더한다.

닥터 스트레인지(2016) – 에이션트 원 역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예측 불가능한 연기를 통해 매번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답게, 마블 세계관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불의의 사고로 절망에 빠진 외과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간 곳에서 ‘에이션트 원’을 만나 강력한 능력을 얻게 되는 이야기다. 틸다 스윈튼은 최강의 마법사이자 오랜 세월 동안 타임 스톤과 함께 지구를 지켜온 ‘에이션트 원’ 역을 맡았다. 엄청난 힘과 능력을 보유, 신비로운 초월자라는 설정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특히 캐릭터의 개성을 위해 직접 삭발까지 불사하며 연기를 했고, 이 같은 노력은 영화의 재미에 고스란히 녹여졌다.

서스페리아(2018) – 마담 블랑, 요제프 박사, 러츠 교수까지 1인 3역

이미지: (주)더쿱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틸다 스윈튼은 오랜 세월 함께 협업한 관계다. [아이 엠 러브]와 [비거 스플래쉬]에 이어, [서스페리아]까지 틸다 스윈튼은 구아다니노 감독 영화의 최다 출연자로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서스페리아]는 무용을 배우기 위해 베를린으로 찾아온 소녀 수지와 그를 지도하는 마담 블랑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놀라운 경험을 다뤄낸 영화다. 틸다 스윈튼은 무용 아카데미를 이끄는 ‘마담 블랑’과 심리학 박사 ‘요제프 클렘페러’, 그리고 ‘러츠 에버스도르프 교수’까지, 무려 1인 3역을 맡았다. 아케데미를 이끌어가는 단아한 분위기의 ‘블랑’과 달리, 80대 노년의 남성 ‘클렘페러’의 비주얼은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 이 외에도 영화의 핵심적인 캐릭터 ‘에버스도로프’를 통해, 기묘한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린다. 틸다 스윈튼의 다채로운 변신을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