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이미지: CJ ENM

지난 2021년, 배우 박소담이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원톱 주연의 영화 [특송]의 개봉을 앞둔 상황이라 많은 팬들에게도 안타까운 소식이 되었다. 처음에는 컨디션 난조라고 생각했던 그는 이후 수술했다는 소식, 잘 지낸다는 소식을 전하며 팬들의 응원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가 당시 촬영했던 영화 [유령]으로 직접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단편 영화부터 다양한 독립, 예술 영화에 이어 상업 영화까지. 관객들이 아는 것보다 더욱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아온 박소담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이제는 해외에서도 알아볼 정도로 세계적인 배우가 되었는데, 그래서 준비했다. 배우 박소담의 다양한 얼굴들을 볼 수 있는 영화들을 만나보자.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 – 연덕 역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박소담의 출세작을 꼽자면 아마 대부분 [검은 사제들]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전부터 다양한 영화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였다. 그중에서도 [유령] 이해영 감독과의 첫 호흡을 맞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그의 빛나는 가능성을 만날 수 있었던 초기작 중 하나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1930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여자 기숙학교에서 소녀들이 한명씩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배우 박소담은 경성 요양기숙학교의 우수학생이자, 전학생 주란의 친구인 ‘연덕’ 역을 맡았다. 참고로 ‘연덕’은 주인공 주란(박보영)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후 학교에 대한 비밀을 함께 파헤치는 캐릭터다. 주인공 못지않은 활약과 시크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이 같은 열연에 힘입어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주목까지 받기 시작했다.

검은 사제들(2015) – 영신 역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 ‘김신부’와 ‘최부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사제라고는 믿기지 않는 배우 강동원의 미모와 김윤석의 카리스마까지, 아마 영화를 보기 전 많은 분들이 기대한 포인트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뜻밖의 발견이 있었으니 바로 박소담의 존재감이었다. 극중 영신의 신들린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박소담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연기였다. 

​배우 박소담은 김신부(김윤석)와 알고 지내던 가톨릭 평신도이자, 평범했던 고등학생 ‘영신’ 역을 맡았다.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로, 마귀가 빙의 된 섬뜩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연기를 위해 박소담은 중국어와 독일어, 라틴어를 직접 소화했다고. [검은 사제들]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박소담은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등에서 여우조연상 혹은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화제의 배우로 등극했다.

설행_눈길을 걷다(2016) – 마리아 역

이미지: 인디플러그

박소담은 대형 상업 영화뿐 아니라 [잉투기](2013)를 비롯한 작지만 힘 있는 독립 영화에도 자주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완성해갔다. [설행_눈길을 걷다]에서도 순수한 분위기를 한껏 살린 연기로 본인만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설행_눈길을 걷다]는 치료를 위해 산중에 위치한 요양원을 찾아온 알코올 중독자 ‘정우’가 신비로운 수녀 ‘마리아’를 만나 점차 치유 받게 되는 이야기다. 

​배우 박소담은 과거를 잊고 살아가고 싶어하는 인물이자, 순수한 수녀 ‘마리아’ 역을 맡았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던 인물을 관객이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려낸 그의 캐릭터 해석 능력이 인상적이다. 이야기 내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치유와 회복이라는 영화의 감성에 상징적인 의미를 건넨다. [검은 사제들]은 악귀에 빙의된 소녀, [설행]은 누군가의 상처를 치료하는 수녀라는 점에서 두 작품 속 박소담의 연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올 듯하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 – 주은 역

이미지: (주)트리플픽쳐스

[경성학교] [검은 사제들] [설행]까지, 박소담은 뭔가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작품들을 많이 해왔다. 그럼에도 매 작품마다 해당 캐릭터의 매력을 백프로 끄집어 낸다. 심지어 대사가 없는 캐릭터여도 그렇다. 그런 면모를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통해 발휘한다. 오랜 지인이던 남녀가 갑자기 함께 떠난 군산 여행에서 맞닥뜨리는 인물과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피어오르는 미묘한 감정을 그린 영화다. 

박소담은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사장의 딸이자, 자폐증을 앓고 있는 ‘주은’ 역을 맡았다. 박소담은 새하얀 원피스, 손에 쥔 인형 등을 통해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말이 없는 역할임에도 표정과 행동으로만 캐릭터의 맑고 순수한 마음을 설득력 있게 전했다.

기생충(2019) – 기정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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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담을 전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나도록 만들어준 영화 [기생충]. 백수 ‘기택’네 아들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서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그 이후에 시작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과정을 그렸다. 

​여기에서 박소담은 기택의 딸이자, 과거 미대 입시를 준비했던 ‘김기정’ 역을 맡았다. 박사장 아들 다송의 심리치료를 위한 교사로 오게 되는 인물이다. 이후 박사장 댁의 신뢰를 얻고 가족 전부를 이곳에 취업하게 만들며 이야기의 새로운 재미를 건네게 한다. 극중 기정은 어떻게 보면 남에게 사기를 치는 나쁜 역할이지만, 박소담은 예리하면서도 현실적인 모습으로 캐릭터의 장점을 부각한다. 특히 박소담이 불렀던 [기생충] 속 ‘제시카 징글’은 그의 톡툭 튀는 연기와 맞물려 해외 SNS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특송(2022) – 은하 역

이미지: (주)NEW

[경성학교]와 [검은 사제들], [기생충]에서 명품 조연으로 활약한 박소담은 [특송]을 통해 드디어 원톱 주연을 맡았다. [특송]은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가 예상하지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박소담은 확실하게 대금만 지불된다면 배송 업무를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 역을 맡았다. 어떤 물건이라도 주어진 시간에 맞춰 배송하는 인물의 특성 덕분에 박소담은 카체이싱 액션까지 직접 소화하며 영화를 힘있게 이끌어간다. 그의 필모 중 가장 터프하고 쿨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기생충]에서 과외 선생님과 제자로 인연을 맺었던 아역배우 정현준과 좋은 케미를 빚어내며 작품의 웃음과 감동을 함께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