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코로나 여파와 세계관 빌드업으로 지지부진했던 마블 페이즈4를 종료하고, 페이즈5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미지의 세계인 ‘양자 영역’에 빠져 버린 ‘앤트맨 패밀리’의 탈출을 거대한 스케일로 그린다. 여기에 앞으로 페이즈5, 6은 물론,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까지 담당할 메인 빌런 캉의 본격적인 활약이 펼쳐진다. 그래서일까? 이전 [앤트맨] 시리즈보다 개그는 줄어 들었지만, 좀 더 진지하고 거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해외 시사회에서 이런 말이 많이 나왔다. ‘마블판 스타워즈’라고. 영화를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스타워즈] 세계관을 보는 듯한 다양한 종족과 환경은 기본이며 캉의 제국과 양자 영역 거주민들의 대립은 [스타워즈]의 한 대목이 떠오를 정도다. 다만 이 양자영역을 설명하는데 생각보다 긴 러닝타임이 소비되어 지루함도 동반된다. 화려하고 거창한 비주얼에 비해 눈에 확 들어오는 무엇도 없어서 아쉽다. 이곳 캐릭터들도 심심하고, 기대를 모았던 빌 머레이의 출연도 거의 까메오 수준이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신 이번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캉(조나단 메이저스)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압도적인 파워와 정복자의 기품이 느껴지는 말투와 행동들은 그에게 시선을 집중시킨다. 페이즈 4가 전체적인 이야기를 아우를 메인 빌런이 없어 아쉬웠는데, 캉은 타노스에 이어 MCU의 중심축을 잡아줄 인물로 다가온다. 특히 그가 앤트맨 패밀리에게 하는 대사들이 다음 작품을 예고하는 것들이 많아서 흥미롭다.

단, 캉의 중요성에 비해 캐릭터의 묘사가 추상적이고 장황한 것은 아쉽다. 코믹스에서 캉의 캐릭터를 알고 본다면 대사 하나 하나가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데, 그것을 모르면 뭔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그가 왜 양자영역에 유배되었는지, 이곳을 탈출해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어느정도 암시만 하지 구체적으로 그리지 않아서 불친절하다. 인커전, 멀티버스 워 등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은 용어들의 남발도 보는 이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시리즈의 진입 장벽을 더 높인다.

캉을 워낙 비중있게 그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인공들의 매력이 부족하다. 전작만큼 앤트맨(폴 러드)과 와스프(에반젤리 릴리)의 콤비 플레이를 보는 순간이 드물다. 여기에 행크 핌(마이클 더글러스)은 시리즈가 갈수록 활동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캉과 직접적인 인연을 가진 재닛 (미셸 파이퍼)은 비밀을 숨기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 진실도 캉이 대부분 풀어낸다. 이번 편부터 훌쩍 커버린 캐시(캐서린 뉴튼)가 꽤 많은 활약을 하지만, 인상적이지는 않다. 대신 자식을 지키고 싶은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독특한 장치로 그린 몇몇 장면은 꽤 감성을 자극한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렇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후반부 압도적인 전투씬과 함께 다시 한번 스케일의 재미를 건넨다. 마블 영화에서 오랜만에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많이 나와서 반가웠다. 핌입자를 활용한 앤트맨 패밀리들의 크기 조절 공격도 흥미롭고, 캉 자체가 워낙 강력해서 대결의 쾌감을 마음껏 자아낸다. 스포일러 관계로 밝힐 수 없지만 전투의 전세를 뒤집는 이들의 등장도 놀라움과 함께 [앤트맨]시리즈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다진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여러 아쉬움은 있지만, 페이즈4의 지지부진했던 점을 힘있게 변화시키고, 페이즈 5,6의 큰 그림을 엿보게 한 작품이다. ‘멀티버스 사가’의 메인 빌런 캉의 위엄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이 멀티버스 사가의 진짜 시작이 아닐까 싶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캉의 야망과 특성을 다소 모호하게 설명해서 캐릭터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다면 만족도의 편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 간극을 앞으로 어떻게 줄일지가 MCU의 숙제다. 쿠키 영상은 두 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