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난 강력 범죄 사건 뉴스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 형편없이 낮은 형량을 받기가 일쑤인 가해자들에게는 분노가 치민다. 사적제재는 엄연히 불법임에도, 누군가가 법을 대신해 강력하게 처벌을 해주길 바랄 정도다.
2021년에 방영한 [모범택시]는 이 같은 응분의 마음을 반영한 작품이다. 저마다 강력 범죄 사건의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한데 뭉쳐 정의가 실종된 사회를 대신해 행하는 사적 복수의 통쾌함을 담았다. 후반부에 연출자와 작가의 이견 때문에 다소 아쉽게 마무리되었지만, 작품이 전하는 복수의 카타르시스는 보는 이의 응어리진 심정을 시원하게 날리기 충분했다. 그리고 2023년, 여전히 법과 공권력의 허점을 파고들며 활개 치는 악인을 처단하기 위해 무지개 운수팀이 다시 핸들을 잡았다. 전편보다 더 큰 스케일과 치밀한 계획, 무엇보다 시원한 사이다를 가지고 말이다.
[모범택시 2]는 시즌 1의 장점을 무난하게 따라간다. 이야기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해결사인 김도기(이제훈)를 중심으로 무지개 운수 팀의 복수 계획을 흥미롭게 전개한다. 팀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 장성철(김의성), 김도기를 서포트하는 동시에 극의 웃음을 책임지는 최주임(장혁진)-박주임(배유람) 콤비, 뛰어난 해킹 실력과 함께 도기와 훈훈한 로맨스 라인을 그리는 안고은(표예진)까지, 전편의 멤버들이 그대로 나와 재미를 보장한다.
첫출발은 나쁘지 않다. 지난 시즌처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현실의 공권력이 재단하지 못한 범죄를 통쾌하게 해결한다. N번방 사건, 태국 공대생 살인사건, 노인 사기 사건 등을 재구성해 권선징악과 대리만족의 쾌감을 동시에 건넨다. 이 과정에서 무지개 운수 팀들의 기상천외한 계획들은 극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환기하며 상당한 몰입감을 자아내고, 이제훈의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은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여기에 시즌1 보이스피싱 빌런 림복자가 등장하는 등 시리즈 팬들을 위한 보너스도 선사한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스케일과 세계관도 더 커졌다. 1-2화에서는 무대를 한국에서 베트남까지 옮기며 무지개 운수팀의 활약을 확장했으며, 박진감 있는 자동차 추격 장면 같은 화려한 볼거리를 더했다. 2화 후반부에는 공대생 해외 취업사기 사건의 흑막인 비리 경찰 형섭을 제거하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등장해 향후 전개에 궁금증을 남겼다. 시즌 2는 이전처럼 개별 사건만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전체 이야기를 아우르는 강력한 흑막과 치열한 대결을 예고하며 흥미를 유발한다.
다만 너무 큰 기대를 받아서일까? 현재까지 [모범택시]의 두 번째 운행은 안전하지만 조금 더디다. 일단 개연성이 시즌 1보다 많이 약해졌다. 1-2화에서 김도기와 최주임-박주임 콤비가 드넓은 베트남에서 어떠한 단서도 없이 만나는 점은 이야기 구성상 어쩔 수 없지만 지나치게 우연에 기댄 모습이다. 여기에 해당 에피소드의 진정한 빌런인 형섭의 등장도 갑작스럽다. 그가 서울에서는 경찰, 베트남에서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의 숨겨진 보스라는 설정인데, 그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을 납득할 근거가 부족하다. 결정적으로 시즌 1만큼 극의 주요 사건들이 재미 그 이상의 감정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편의 학원 폭력, 회사 상사 갑질 사건처럼 가해자의 범죄 행위로 소시민의 일상이 파괴되면서 느껴지는 분노와 공감대가 아직까지 부족하다.
물론 아직 극 초반이기에 이 같은 아쉬운 점은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온 국민의 감정을 들끓게 한 사건들이 후반부에 등장해 시즌 1 못지 않은 관심과 공론의 장을 마련하거나, 이야기 전체를 관통할 떡밥들도 기대 이상의 반전 효과를 가지며 더 극적인 재미를 건넬 수 있기 때문이다. 1-2화의 작위적인 설정과 다르게, 3-4화에서는 무지개 운수 팀들의 케미가 제대로 맞물려 극의 전매특허인 케이퍼 장르의 즐거움과 복수의 통쾌함이 살아있다. 여기에 시즌 2에 새롭게 등장한 온하준(신재하)이 무지개 운수의 비밀 아지트를 발견하면서 극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4화까지는 워밍업이었다. 이후부터 힘차게 엑셀을 밟으며 시즌1을 뛰어넘는 재미로 다시 뭉친 무지개 운수의 힘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들이 심판해야 할 악인들은 아직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