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할리우드의 최대 축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상은 아무래도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주연상일 것이다. 후보에만 오르는 것도 힘들고 대단한데, 오늘 소개할 배우인 톰 행크스는 이런 영광스러운 남우주연상에 5번이나 후보에 오르고 2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참고로 2년 연속 수상한 배우는 톰 행크스 이외에도 남자배우로는 스펜서 트레이시가 있고 여자배우로는 캐서리 헵번과 루이제 라이너가 있다. 현재 활동하는 배우 중 톰 행크스만이 유일한 2년 연속 수상자이다. 그는 1994년 [필라델피아]와 1995년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은 그는 5번의 남우주연상과 1번의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며 아카데미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았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1990년대는 톰 행크스의 전성기로 드라마, 로맨스, SF, 전쟁, 애니메이션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많은 작품들을 성공시켜 ‘미국의 국민 배우’로 자리 잡았다. 자연스럽고 절제된 연기 스타일로 성실한 미국인을 대표하며 연기력은 물론, 인성과 커리어 등 종합적인 면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톰 행크스는 미국 내에서 국민적인 인기와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런 그가 3월 말 영화 [오토라는 남자]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온다. 이 영화로 우리의 가슴속에 그의 전작처럼 잔잔한 울림을 건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에 톰 행크스가 아카데미의 마음을 훔쳤던 남우주연상 후보의 다섯 작품들을 살펴보고, 앞으로 그의 커리어에 다시 한번 아카데미의 영광이 새겨질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빅 (1988) – 조쉬 역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톰 행크스의 신인시절 작품이자, 동안 외모와 친근한 훈남 이미지로 코미디와 로맨스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영화이다. [빅]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소년이 하룻밤 만에 진짜로 어른이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어른의 몸으로 깨닫게 되는 인생의 가치를 공감가게 그려내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었다. 

13세 소년 ‘조쉬’가 놀이동산의 예언자 ‘졸타’ 기계에 소원을 빌고 다음날 30세 어른이 되어버린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설정이지만, 관객들이 이질감 없이 캐릭터에 동화될 수 있었던 건 단연 톰 행크스의 연기력 때문이다. 이렇게 캐릭터와 찰떡인 모습을 보여준 톰 행크스 덕분에 [빅]은 제6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의 후보가 될 수 있었다.

필라델피아 (1993) – 앤드류 베켓 역

이미지: 트라이스타 픽처스

데뷔 이후 코미디, 로맨스 배우로 입지를 굳힌 톰 행크스. 다시 한번 그의 커리어에 큰 변화를 준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영화 [필라델피아]였다. 에이즈로 인해 부당하게 로펌에서 해고당한 변호사가 자신의 명예와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법정싸움을 벌이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성소수자와 부당 해고 그리고 흑인 인권 문제까지 사회적 이슈를 그려내 아카데미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이중 남우주연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해 작품의 가치를 더했다.

극중 에이즈 환자인 변호사 ‘앤드류’를 연기한 톰 행크스는 캐릭터를 위해 20kg이나 감량하며 열연했고 그의 연기는 다시 한번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부당함에 맞서 신념과 명예를 위해 싸우는 모습은 많은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기도 했다. 흥행 역시 2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성공을 거뒀다. 여담으로 당시 오스카 시상식에서 톰 행크스가 고교 시절 게이 은사를 향한 수상 소감은 후에 영화 [인 앤 아웃]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포레스트 검프 (1994) – 포레스트 검프 역

이미지: UIP 코리아

톰 행크스는 [필라델피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듬해 이 영화로 2년 연속 수상한다. 그야말로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의 탄생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톰 행크스의 오스카 남우주연상 2연패뿐 아니라, 아카데미 13개 부문 노미네이트 중 6개 부문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전 세계 6억 6천만 달러라는 경이로운 흥행 기록과 함께 말이다. 

영화는 경계선 지능을 가진 포레스트 검프의 일생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검프의 눈을 통해 본 격동적인 미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들을 블랙 코미디와 현실 풍자로 적절하게 녹아낸다. 아울러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검프가 함께하는 장면을 CG로 처리해 풍성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톰 행크스는 이 영화가 엄청난 수익을 거둔 사실보다 검프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그 당시를 회고했다. 그의 이런 마음처럼 세월이 지난 지금도 톰 행크스의 인생 연기 덕분에 우리는 포레스트 검프의 순수한 마음을 지금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1998) – 존 밀러 역

이미지: UIP 코리아

현대 전쟁 장르를 이 영화의 탄생 전후로 나눌 만큼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사실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전투 장면과 전쟁의 중심에 있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시작으로 ‘제임스 라이언’ 병사를 구하기 위한 임무를 맡게 된 구출 부대의 여정을 그린다. 톰 행크스는 이 구출 부대를 이끄는 밀러 대위 역을 맡았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미 해병대 훈련까지 받는 열의를 불태웠다고 한다. 작품을 찍은 후 밀리터리 덕후가 된 그는 이 영화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전쟁을 소재로 한 TV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더 퍼시픽]을 제작하여 에미상도 수상하는 덕력을 보여준다.

비록 이 영화로 다시 한번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톰 행크스의 필모그래피 중 손꼽히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죽음 직전 라이언에게 전하는 한 마디는 많은 이들의 눈물을 훔쳤다. 톰 행크스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성공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와 [캐치 미 이프 유 캔], [터미널], [더 포스트] 에서 다시 만나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캐스트 어웨이 (2000) – 척 놀랜드 역

이미지: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포레스트 검프]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톰 행크스가 5년 만에 다시 의기투합하여 만든 휴먼 드라마다. 

[캐스트 어웨이]는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로 불리며,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척 놀랜드가 처절한 생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씁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이 남는 결말로 2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관객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톰 행크스는 이 영화를 위해 후덕한 아저씨에서 단단한 근육으로 다져진 마른 체형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무인도에서 생존하기 위해 변화하는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밀도 있게 표현하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간다. 한편, 톰 행크스는 인터뷰에서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세 가지라는 질문에 칫솔과 치약 그리고 극중 주인공의 배구공 친구 ‘윌슨’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아마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이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