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슬램덩크]의 식지 않은 흥행 열풍과 다음주 한국영화 [리바운드] 개봉까지. 극장가는 그야말로 농구 영화 붐이다. 이런 가운데 농구 영화의 끝판대장(?)이 참전을 예고해 기대를 모은다. 그야말로 농구 그 자체, 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과 그의 이름을 딴 신발의 탄생을 그린 [에어]다.

[애어]는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딴 스포츠 브랜드 ‘에어 조던’의 탄생 과정을 치열하게 그린 작품이다. 1980년대 당시 농구화 점유율 부진을 겪던 나이키가 자사의 스카우터의 안목을 믿고, 당시 NBA에 아직 한 게임도 뛰지 않은 신인 마이클 조던과 파격적인 계약을 맺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았다. 할리우드의 찐친이자, 영화적 동지인 벤 에플렉- 맷 데이먼 콤비가 각각 감독 및 주연을 맡았다.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1984년, 농구화 시장에 부진을 면치 못하던 나이키는 관련 사업을 접을까 고민했을 정도로 위기에 빠졌다. 이게 다 직원들의 무능과 부진일까? 아니다. 스카우터 소니(맷 데이먼)는 매번 원석을 발견해도 회사의 소극적인 투자로 인재를 다른 회사에 뺏겨 버리는 일에 질려버렸다. 그러던 중 한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그야말로 ‘위대함’를 발견하고, 이번만큼은 무조건 잡아야 함을 회사에게 외친다. 그 선수가 바로 마이클 조던이다.

문제는 계약금. 회사 사정상 고액을 줄 수 없는데, 대신 소니는 파격적인 계획을 제시한다. 한 해 보통 3-4명의 선수에게 줄 계약금을 모두 마이클 조던에게 줘서 이번만큼은 꼭 잡기로, 여기에 그의 이름을 딴 농구화 브랜드까지 만들자고 한다. 그의 의견에 회사 사람들 모두 미쳤다며 말린다. 하지만 소니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이 업계의 불문율을 어기면서까지 조던의 부모님을 만나 그를 영입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그 후 결말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한 선수의 이름이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가 된 에어 조던이 탄생한다.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에어]는 소재의 호기심과 별개로 독특한 스포츠 영화다. 역대 최고 농구 선수를 소재로 삼았지만 농구 경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선수 영입을 둘러싼 각 회사의 경쟁과 전략은 마치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스포츠 경기를 방불케 한다. 특히 회사 계약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이권 다툼과 협상 과정은 해외 매체의 평대로 농구판 [소셜 네트워크]를 보는 기분이다.

이렇게 냉정한 비스니스 세계의 이면을 담았지만 작품은 위트를 잃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신념을 믿고 무조건 마이클 조던을 영입하자는 소니(맷 데이먼)와 이를 반대하는 나이키 대표 필 나이트(벤 에플렉)의 관계가 꽤 웃기다. 실제로 절친인 이들이 서로의 말 꼬투리를 잡으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영화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린다. 후반부 마이클 조던과 협상할 때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허둥대는 모습은 시트콤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다.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물론 이 작품의 핵심인 마이클 조던을 향한 존경과 헌정은 잊지 않는다. 소니가 협상테이블에서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던 조던을 설득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아직 미래를 모르는 신인 조던에게 앞으로 당신이 어떤 일을 이루는지를 설명하는데, 이때 실제 조던의 활약상을 보여주며 가슴 벅찬 메시지를 전한다. 여기에 조던의 모친으로 나오는 비올라 데이비스의 대사도 하나하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농구 천재 아들을 뒀다는 부심이 아닌, 그에게 영감을 받고 자라날 다음 세대를 향한 응원의 마음도 담겨 있어 작품에 감동을 더한다.

소재는 분명 흥미롭지만, 아무래도 비즈니스 계약을 다룬 이야기라 불편한 구석도 있다. 마이클 조던이 이룬 농구 업적보다 그가 벌어들인 수익을 더 강조하는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의 업적이 농구계를 뛰어넘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극중 비올라 데이비스의 대사대로 마이클 조던이 NBA에서 뛰는 게 아니라 NBA가 그의 덕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를 신인에게 이 정도로 투자한 극중 인물들의 안목과 도전, 그리고 성공 신화가 오피스 드라마 특유의 통쾌한 반전으로 다가와 강력한 재미도 빚어낸다. 영화는 에어하면 조건 반사적으로 조던이 먼저 떠오르는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로 다가올 듯하다. 설사 농구를 잘 모르는 분도 세계 스포츠 브랜드의 역사를 바꾼 이 실화에 분명 큰 재미를 느낄 것이다. 괜히 농구영화 붐의 끝판대장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