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유난히 슈퍼히어로와 슈퍼빌런이 차고 넘치는 미국에서도 캡틴 아메리카는 히어로들의 히어로의 위치에 놓여 있다. 후배들 입장에서 선배 대우를 하는 부분도 있긴 하겠지만, 한결같이 올곧고 정의로우며 책임감이 강한 신념과 성품을 가진 그를 종신리더 자리에 올려두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와 성향이나 상황이 똑같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에도 저마다 자국을 대표하는 히어로가 존재하고 있는데, 대체로 국기를 표현한 복장을 하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가령 미국이 캡틴 아메리카라면, 대한민국은 누구일까? 캡틴 아메리카의 위치에 대응하는 각 나라의 일명 ’국가대표급 히어로들’을 모아봤다.

러시아의 레드 가디언

이미지: 마블 스튜디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탄생하자 러시아에선 이에 대응하는 레드 가디언을 창조했다. 최초의 레드 가디언부터 현재 7대 레드 가디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은 아무런 초능력이 없으나, 3대 타냐 벨린스카야와 7대 니콜라이 크릴렌코는 굉장한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6대 안톤은 안드로이드 로봇이다. 가장 잘 알려진 레드 가디언은 2대 알렉세이 쇼스타코프로, 영화 [블랙 위도우]에서 안타시야 옐레나의 양아버지로 나온 그 인물이다. 원작에선 블랙 위도우의 남편이었던 것으로 묘사된다. 대부분의 레드 가디언들은 러시아의 정부 공인 슈퍼 팀인 윈터 가드에 소속으로 캡틴 아메리카처럼 방패를 휘두르기도 하지만, 방패의 성능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유니언 잭

이미지: 마블 코믹스

영국에는 같은 ‘캡틴’인 캡틴 브리튼이 있긴 하지만, 캡틴 브리튼은 아더월드라는 차원의 수호자 역할에 더 치중하고 있으므로, 그보다는 영국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다니는 유니언 잭이 캡틴 아메리카와 더 비슷하지 않나 생각된다. 유니언 잭은 원래 제 1차 세계 대전 당시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던 귀족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유니언 잭의 임무를 수행했다. 다음 후계자였던 청년의 친구인 노동자 계급의 조 채프먼이 새롭게 유니언 잭이 되면서, 보다 서민의 삶을 밀접하게 보호하는 이미지가 더해졌다. 특별한 초능력은 없지만 탁월한 신체능력과 근성으로 위험 앞에서 서슴없이 몸을 던져가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 캡틴 아메리카와 같은 다른 나라의 히어로들과도 협동을 잘 한다.

캐나다의 가디언

이미지: 마블 코믹스

캐나다 방위성 소속의 과학자인 제임스 허드슨은 정부를 위해 전투복을 개발하고 관련부서의 운영자가 되었다. 이 특수복은 착용자 주변의 중력을 조종할 수 있으며, 손에서 전자기 플라스마를 발사, 음속 비행까지 가능하게 해주었다. 힘이 증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마땅한 착용자가 없자 결국엔 직접 나서게 되었다. 가디언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에서 캐나다의 슈퍼 팀인 알파 플라이트를 이끌게 된 그는 정부가 잘못된 결정을 할 때엔 명령을 따르지 않는 등, 조직보다는 국민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아내인 헤더 허드슨도 역시 전투복을 입고 빈디케이터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으며, 울버린과는 고종사촌 사이이다.

이스라엘의 사브라

이미지: 마블 코믹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캡틴 아메리카: 뉴 월드 오더]에서 배우 시라 하스가 연기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브라는 이스라엘의 대표 히어로이다. 고밀도로 이루어진 신체 조직 덕분에 마치 갑옷을 입은 것처럼 단단한 몸을 소유한 여성으로, 정보기관 모사드의 고위직 요원이기도 하다. 아랍 국가의 히어로들과 정치적인 이유로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상대의 정의감과 용기를 존중한다. 강력한 힘과 빠른 움직임, 재생능력을 갖추고, 적을 마비시키는 팔찌와 하늘을 날게 해주는 망토 등의 첨단장비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지키면서도, 자신이 뮤턴트이기 때문에 엑스맨을 때때로 돕기도 한다.

중국의 더 스타

이미지: 마블 코믹스

캡틴 아메리카의 것과 닮은 방패를 들었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그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더 스타는 중국의 슈퍼히어로 팀인 다이너스티의 리더이다. 토니 스타크가 다이너스티를 어벤저스의 군대 버전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스타는 방패 말고도 두 자루의 권총을 무기로 사용한다. 토니 스타크가 만다린과 싸울 때 도와주러 달려오기도 했던 스타는 타노스가 지구를 침공했을 때 팀을 이끌고 맞서다가 전사했다.   

필리핀의 레드 페더

이미지: 마블 코믹스

필리핀에는 초인과 신 등으로 구성된 트라이엄프 디비전이라는 슈퍼히어로 팀이 있다. 이들은 다른 팀들과는 달리, 각 멤버들이 은퇴하거나 사망하면 그 혈육이 선대의 이름을 계승하며 지위를 물려받는 특징이 있다. 팀의 리더는 레드 페더가 맡고 있다. 모든 레드 페더가 같은 초능력을 갖고 있었는지는 불명이지만, 현재의 레드 페더는 비행능력과 괴력을 지니고 있다. 다크엘프가 이끄는 9개의 왕국의 동맹군이 지구를 침공했을 때 팀을 이끌고 동남아시아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아일랜드의 샴록

이미지: 마블 코믹스

몰리 피츠제럴드의 아버지는 극우적 성향의 민족주의자로, 영험한 산에 올라 자신의 아들에게 영국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빌었다. 이 소원은 엉뚱하게도 아들이 아닌 딸 몰리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힘이란 것은 일종의 행운 능력으로, 무고한 전쟁 피해자들의 혼이 몰리에게 들어간 덕분에, 일이 생기면 에너지 폭발을 일으키거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을 발생시켜 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국면을 전환시킨다. 이 능력은 몰리가 캡틴 아메리카를 이길 수 있게 해주었다. 아일랜드의 대표 히어로인 샴록이 된 몰리는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행운 능력이 다하자 슈퍼히어로에서 은퇴하고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대한민국의 태극기

이미지: 마블 코믹스

국정원 산하의 초인대응기관인 타이거 디비전 소속의 요원 태극기의 등장은 여러 의미에서 센세이션한 충격을 주었다. 지극히 애국적 색채의 코드네임인 태극기의 본명은 태원, 김태원인지 이태원인지, 혹시 어쩌면 태씨 성을 가진 것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태원이다. 태극기 복장보다도 더 충격적인 부분은 그가 1950년생이라는 것. 한국전쟁 당시에 태어난 고아였던 태원은 어쩌다가 아스가르드의 유물인 사일럿 젬이라는 보석에 노출되면서 오랫동안 잘 늙지도 않는 채로 살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센트리와 맞먹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주 강력한 힘과 상처입지 않는 몸, 하늘을 날고 눈에선 광선을 발사하는 슈퍼맨스러운 초능력도 얻었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막강한 능력을 보유하고 타이거 디비전을 현장에서 이끌지만 멘탈이 조금 약한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