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사극’은 이제 하나의 장르라고 할 만하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가상의 시공간에서, 젊고 패기 있는 주인공들이 사랑하고 성장한다. 분위기는 대체로 가볍고, 설렘이 가득하며, 감동도 준다. [꽃선비열애사]의 ‘상큼 발칙한 미스터리 밀착 로맨스’라는 소개글만 보면 전형적인 청춘사극 같다. 게다가 당찬 여주인공과 세 ‘꽃미남’이 등장한다고 하니 달콤하거나 쓰라린 다각관계 로맨스가 생각난다. 마침내 공개된 이 드라마는 기대한 것보다 더 진지하고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다.

가상의 조선, 도성에서 이화원이라는 객주(조선판 하숙집)를 운영하는 윤단오(신예은)는 아버지가 사망한 후 달랑 남은 집 하나를 건사하려고 열심히 일하는 양반가 아씨다. 그리고 이화원에는 무과를 준비하는 강산(려운), 명문가 도령 정유하(정건주), 어느 대감댁의 서자라는 김시열(강훈)이 묵고 있다. 어느 날 단오는 아버지가 오래전에 진 빚을 갚으라는 통보를 받지만, 돈을 구할 길이 막막하다. 그래서 단오는 도성 최고의 미스터리를 풀면 빚을 탕감받기로 한다. 몇 년 전에 사라진 폐세손 이설의 정체를 밝히는 것. 이화원을 지키려 동분서주하는 단오를 돕기 위해 세 꽃선비도 나선다.

출처: SBS

[꽃선비열애사]의 이야기는 크게 두 개다. 하나는 윤단오와 세 꽃선비의 심쿵 로맨스다. 성격도 개성도 다른 강산, 정유하, 김시열은 윤단오와 다른 방식으로 가까워지며 단오와 시청자에게 매력을 어필한다. 다른 한 축은 ‘폐세손 이설’이라는 인물 찾기다. 소위 ‘왕자의 난’으로 나라가 뒤집혔던 당시 세자의 아들 이설은 자취를 감췄다. 십 년이 지났어도 이설의 존재는 현 왕과 왕실, 조정 대신들에게 관심사다. 단오는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세손을 찾는 데 뛰어들고, 세 선비도 각자 다른 이유로 단오의 추적에 동참한다. 추적 과정에서 여러 사건이 벌어지고, 세 선비와 단오의 감정도 일렁이며, 사건 속에서 그들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진다.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함께 가는 작품이기에 두 이야기 사이의 결합이 가장 중요한데, 4화까지는 그 결합이 자연스럽지 않다. 그러나 미스터리는 흥미진진하다. 이설을 쫓는 사람들의 각자의 이유가 명확하고, 단오가 추적에 뛰어드는 과정도 설득력이 있다. 또 여러 단서를 통해 ‘이설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에 있다’라고 밝히며 양반가 아씨인 단오의 능력 안에서 찾을 수 있게 한정했다. 하지만 가장 예상하지 못한 지점은 ‘이설이 누구인가?’를 굉장히 일찍 밝히면서, (지금 밝혀진 사람이 맞는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설의 정체가 아니란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반면 로맨스 전개는 매끄럽지 않은 편이다. 지금 단오와 맺어질 가능성이 가장 큰 선비는 강산인데, 그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강산이 단오를 왜 지켜보는지,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는지 아직은 알쏭달쏭하다. 유하는 단오를 좋아하지만 (서브남주의 슬픈 숙명 때문에) 둘은 이어지지 않을 테고, 시열은 셋의 엇갈리는 감정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는 데 머문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속 로맨스 장면의 연출도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남녀 주인공이 손을 잡거나, 눈을 맞추거나, 서로 감정을 감추며 대화하는 장면들이 마치 ‘자, 이제 로맨스다!’라고 크게 외치면서 나오는 것 같다. 이 부분이 청춘 로맨스 사극의 정형화된 구성과 연출일 수 있으나, 다른 이야기 축인 폐세손 추적의 구성과 연출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 아쉽게 다가온다.

출처: SBS

주요 캐릭터 네 명의 설정도 이젠 고전이 된 [성균관 스캔들]을 보는 듯하다. 여자주인공이 남장은 하지 않았어도 네 명이 한 공간에 살고, 같은 과제를 해결하며, 그 과정에서 우정과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설정은 익숙하다. 그래서 배우의 연기력과 연기 연출이 더 중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배우 네 명의 연기는 합격점이다. 윤단오는 최근 청춘사극 여성캐릭터 중에서도 중심이 잘 잡힌 편이다. 오지랖은 넓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굳세고 씩씩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리고,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신예은은 [3인칭 복수], [더 글로리] 등 여러 작품에서 갈고닦은 연기력으로 단오를 잘 그려내고 있다. 꽃선비 3인방을 연기한 배우들도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데, 지금은 김시열 역의 강훈이 가장 눈에 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홍덕로와는 또 다른, 보면 볼수록 궁금한 시열이라는 인물은 강훈의 묘한 표정을 만나 더 흥미로워졌다.

4화까지 방영한 [꽃선비열애사]는 이미 원작과 다른 선택을 하면서 전개 예측을 어렵게 만들었다. 앞서 말했듯 폐세손이 누구인지보다는 폐세손이 단오의 인생과 극중 조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스터리가 로맨스보다 더 흥미로운 상황을, 앞으로의 전개가 만회할 수 있을까? 두 이야기가 어느 시점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그리고 인물들 사이에 어떤 감정의 파도가 칠지 궁금하다. 단오와 미래의 모든 순간을 함께할 ‘파트너’가 누구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