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제목이다. 고의적으로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하는 사기는 엄연한 범죄인데, 어찌 이로울 수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혹시 사기꾼 시점인가?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타이틀로 이목을 집중시키며 지난달29일 공개됐다. 과연 드라마는 제목만큼이나 내용적인 측면으로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한 십 대 소녀가 부모를 살해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한때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천재소녀’ 이로움(천우희)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러 모두가 이 끔찍한 패륜 범죄를 잊었을 무렵, 사건의 진범이 나타난 것도 모자라 그의 파렴치함이 담긴 녹취록을 담당 변호사가 공개해 전 국민이 또 한 번 발칵 뒤집힌다. 누명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온 로움은 한 가지를 결심한다. 이 변호사를 이용해 자신의 복수를 완성시키기로 말이다.

한무영 변호사(김동욱)는 찌르면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 냉철하다고 해서 ‘뱀파이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데 악명(?)과 달리 사실 그는 타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공감하는 ‘과공감 증후군’을 앓고 있다. 커리어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살던 무영은 ‘암기천재 존속살인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후 다시 한번 약자의 편에 서기로 한다. 알고 보니 이름과는 다르게 이로움이 그가 가장 피해야 할 부류의 사람, 즉 소시오패스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이미지: tvN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장르의 맛이 느껴진다. 복수극이라는 큰 틀 아래 [이로운 사기]는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펼치는 공조극’이 주는 버디물의 재미뿐 아니라 케이퍼물, 블랙 코미디, 범죄 스릴러, 그리고 휴먼 드라마까지 선보인다. 자칫 과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각 장르만의 고유한 매력들이 짧지만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여기에(높은 확률로) 로맨스까지 더해진다면 어떨지는 조금 더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배우들의 열연과 케미스트리가 이야기에 활력을 더한다. 특히 이로움 역의 천우희는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연기로 감탄을 자아낸다. 제4의 벽을 넘나들 때의 능청스러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나오는 뻔뻔함과 때때로 내비치는 살기 가득한 표정 등 배우의 다채로운 얼굴들이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한무영을 연기한 김동욱도 마찬가지다. 시종일관 유지하는 무표정의 이면에 감춰진 타인을 향한 연민과 공감, 그리고 갈등에서 한무영이 어떤 사람인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두 사람 사이의 케미스트리와 더불어 껄렁한 보호관찰관 고요한(윤박), 로움의 조력자 정다정(이연)과는 또 어떤 관계성이 빚어질지도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이미지: tvN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다양한 장르가 녹아있다는 점은 [이로운 사기]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각각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작품으로 남을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와 대화를 나누는 특유의 연출 또한 호불호 요소가 될 수 있다. 작품 외적으로는 김동욱의 또 다른 주연작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편성이 일부 겹친 점도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방영 첫 주 내용으로 평하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을지 몰라도, 첫인상만큼은 합격점이다. 캐릭터와 스토리 모두 시선을 사로잡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앞으로 풀어나갈 스토리 역시 흥미진진해 보인다. 로움과 무영의 과거 서사, 어릴 적 로움을 데려갔던 적목 재단의 실체, 그리고 이 재단에서 자란 ‘적목 키드’들의 활약까지. 과연 이로움과 한무연의 사기극은 정의를 실현하는 진짜 이로운 사기가 될 수 있을까? 이들의 공조를 일단은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