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이미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금이야 화려한 볼거리와 CG로 무장한 초능력 뿜뿜의 주인공들이 활개 치는 히어로 무비가 넘치지만, 20세기에는 그런 이들보다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숨은 영웅을 그리는 작품이 많았다. 겉으로는 평범한 직장인, 가족처럼 보이지만 위험할 때는 슈퍼히어로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며 세상을 구했던 그들, 이런 캐릭터를 많이 맡았던 배우를 꼽자면 단연 해리슨 포드다. 그는 자신이 출연한 수많은 영화에서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거나, 나라와 인류를 위기에서 탈출하게 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해리슨 포드는 스크린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영웅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0년 고산병과 탈수증세로 하산을 못 하고 있던 여성 등산객을 구조해 직접 자신의 헬기로 병원까지 후송하였고, 숲에서 실종된 13세 보이스카우트 대원을 찾기 위해 수색에 동참했다고 한다. 2017년에는 도로제방을 들이받고 전복된 차 안에 갇혀있던 여성 운전자를 해리슨 포드가 구조했다고 하니, 영화를 넘어 진짜 영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런 그가 오랫동안 세상을 구했던 캐릭터와 작별의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중절모와 채찍, 그리고 모험하면 떠오르는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의 최신작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 그 작품이다. 전설의 마지막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는 가운데, 이 작품과 더불어 세상과 더 나아가 우주까지 구했던 해리슨 포드의 영웅 서사를 살펴보자.

‘스타워즈 시리즈’ – 한 솔로 역

한 솔로의 첫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1977)
2015년, 오랜만에 다시 한 솔로로 돌아온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이미지: 20세기 폭스

‘조지 루카스’ 감독과의 인연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 솔로’로 캐스팅된 해리슨 포드는 이 영화로 단숨에 유명 배우로 거듭난다.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한 솔로’는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의 서브 주인공으로 밀레니엄 팔콘의 선장이자 밀수꾼으로 전쟁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와 엮이게 되면서 반란 연합에 가담하고, 우주전쟁에서 큰 활약을 한다. 이런 ‘한 솔로’의 개성과 해리슨 포드의 연기가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스타워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로 우뚝 서게 된다.

오리지널 3부작에 출연한 해리슨 포드는 약 30년 뒤인 2015년에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출연한다. 건재한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한 솔로의 장렬한 죽음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아쉽지만 퇴장하게 된다. 그러나 부성애의 감동과 베테랑의 활약을 보여주며, ‘한 솔로’를 사랑하던 팬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퇴장으로 회자되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 인디아나 존스 역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해리슨 포드. 이미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타워즈]와 더불어 해리슨 포드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작품. ‘존스’박사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숨겨진 보물을 찾는다는 이야기로, 오랫동안 전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현재까지 4편이 나왔고, 오는 6월 28일, 15년 만에 시리즈의 마지막이 등장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서 해리슨 포드는 극의 타이틀이자 주인공인 인디아나 존스 역을 맡았다. ‘인디’는 언제나 호기심 가득하고 미지의 영역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불가능한 탐험에 도전한다. 때때로 동료들과 마찰도 일으키고, 뜻하지 않은 함정에 빠지기도 하지만 용기와 끈기로 이 모든 것을 헤쳐 나간다. 해리슨 포드는 그야말로 인디아나 존스 그 자체가 되는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신나는 모험으로 인도한다. 여기의 인디의 시그니처인 중절모와 채찍 액션은 캐릭터의 매력을 더한다. 해리슨 포드의 인생캐 연기와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하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모두 그해 월드 와이드 흥행 톱을 다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해리슨 포드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작품이자 어드벤처 영화의 바이블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는 항상 한없이 야만적이며 결국 그들의 보물은 착하고 영웅적인 활약을 한 착한 백인 남성이 구해내고 이후 서양의 박물관에 장식된다는 결말이 그렇다. 심지어 2편은 인도에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을 정도.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속편에서 많은 고심을 했지만, 오리엔탈리즘 편견으로 가득찬 몇몇 설정은 현재까지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패트리어트 게임(1992), 긴급명령(1994) – 잭 라이언 역

이미지: UIP 코리아

우주 전사와 모험가를 넘어 이제 해리슨 포드는 정보 요원으로 등장, 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고군분투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패트리어트 게임]에서 주인공 잭 라이언 역을 맡아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

[패트리어트 게임]은 CIA 정보 분석가 잭 라이언이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집단을 처리하기 위해 벌이는 특수임무를 담은 작품이다. 첩보 스릴러의 긴장감과 액션이 가득 찬 영화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단순히 주인공의 영웅적인 활약상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복잡한 국제 정치 세계의 이해관계와 권력의 이면 등을 흥미롭게 묘사하며 재미를 더한다. 대통령을 구해야 하는 임무 속에서도 지금의 문제를 초래한 권력 기관에게 거침없는 비판을 가하는 라이언은 모습은 묘한 통쾌함도 함께 느껴진다. [패트리어트 게임]의 후속작인 [긴급명령]에서도 무게감 있는 해리슨 포드의 잭 라이언을 만날 수 있다. 톰 클랜시 작가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잭 라이언은 이후 알렉 볼드윈, 벤 애플렉, 크리스 파인, 존 크래신스키 등이 연기했지만 여전히 해리슨 포드의 잭 라이언이 가장 인상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다.

에어포스 원(1997) – 제임스 마샬 역

이미지: 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세상을 여러 번 구하다 보니 이제는 세계 권력의 정점인 미국 대통령 위치에까지 오른 해리슨 포드. 하지만 그의 활약상은 이번에도 멈추지 않는다. [에어 포스 원]은 미국 대통령 ‘제임스 마샬’이 대통령 전용기를 탈취한 테러집단의 위협으로부터 가족과 자신을 구하기 위해 직접 싸우는 액션 영화다. 해리슨 포드는 극중 마샬 대통령 역을 맡았다. 마샬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테러리스트에 직접 대항하고, 때때로 격투와 총기 액션까지 선보이며 기존 대통령 캐릭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해리슨 포드는 한 나라의 수장이자 위험에 처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지 고뇌에 빠진 인물의 인간적인 모습도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한편 [에어 포스 원]은 [인디펜더스 데이]처럼 ‘미국 중심의 사고’가 전반적으로 강하게 깔린 영화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를 직접 제압하는 활약이나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바치는 정의로운 미국인들이 나오는 부분은 그 의도는 이해하나 다소 이질감도 느껴진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영웅이 다수의 적을 물리친다는 통쾌한 설정 속에 하늘 위에서 쉴 새 없이 펼치는 액션과 스케일은 오락 영화로서의 본 분은 충분히 다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