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혜연

학창 시절, 매년 4월이면 과학의 날을 맞이해 과학 상상화를 그렸다. 발명품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허술하고 귀여운 무언가를 만들었던 기억도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과학과 친해지지는 못했다. 비상한 두뇌와 꿋꿋한 열정을 가진 과학자들을 늘 동경만 했었는데, 요즘은 그들이 친근한 모습으로 미디어에 등장한다. 물리학자가 시를 쓰거나 예능에 출연하는 일은 아주 반갑다.

그것이 영화라면 더욱 반갑다. 아래 다섯 편의 영화는 실존했던 과학자들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과학자가 된 다섯 명의 배우들은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쩐지 이성적이고 냉철할 것 같았지만, 그들의 삶에도 희로애락이 충분했다. 사실은 사람 냄새가 가득했던 과학자들의 삶을 만나보자.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에디 레드메인 / 스티븐 호킹 역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세상을 바꾼 남자와 그의 삶을 바꾼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를 그린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촉망받는 물리학도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은 우연히 파티에서 매력적이고 당찬 인문학도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와 마주치고,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제인 호킹’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회고록 「무한으로의 여행: 스티븐 호킹과 함께 한 인생」(Traveling To Infinity: My Life With Stephen Hawking)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천재적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그의 곁을 지킨 여인 ‘제인 와일드’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아주 따뜻하고 로맨틱한 과학자의 이야기이다.

스티븐 호킹을 연기한 영국 배우 에디 레드메인은 [레 미제라블]에서 눈도장을 찍은 후, 이 영화와 [대니쉬 걸]에 출연해 저력을 드러내며 콜린 퍼스와 휴 그랜트를 뒤잇는 워킹타이틀의 얼굴이 되었다. 그는 루게릭 환자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위해 루게릭병을 직접 앓고 있는 환자들을 찾아 연구를 거듭했고, 근육질이었던 몸매를 10kg가량 감량했다. 또한 호킹의 실제 버릇인 손톱 기르기까지 살리는 등 경이로울 정도의 연기를 선보이며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실제로 스티븐 호킹은 영화를 감상한 후, “나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커런트 워(2019) 베네딕트 컴버배치 / 토머스 에디슨 역

이미지: (주)이수C&E

최고의 발명가이자 쇼맨십의 천재였던 ‘토머스 에디슨’의 이야기를 그린 [커런트 워].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과 좌중을 압도하는 쇼맨십의 소유자인 발명가 에디슨은 전류 전쟁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인설, 테슬라, 웨스팅하우스와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이 대결이 세기의 발명인지, 희대의 전쟁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야망 가득한 천재들의 비즈니스 대결’ 쯤으로 요약되는 이 영화는 천재 끝판왕이자 모두가 아는 ‘위인 에디슨’의 이미지를 180도 뒤집는 새로운 ‘에디슨’의 모습을 선보인다.

셜록 홈즈, 앨런 튜닝, 줄리안 어산지 등 유독 비상한 두뇌의 캐릭터를 많이 맡는 천재 전문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에디슨으로 등장한다. 그가 연기한 에디슨은 1,093개의 특허를 가진 최고의 발명가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과 좌중을 압도하는 쇼맨십의 소유자였다.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부터, 전기 사업권을 차지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비밀리에 사형 의자 개발에 관여하는 모습까지, 지금껏 많은 이들이 알지 못했던 이면이 드러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홀랜드, 니콜라스 홀트, 마이클 섀넌의 압도적인 연기 대결도 관전 포인트이다.

마리 퀴리(2019) 로자먼드 파이크 / 마리 퀴리 역

이미지: (주)디스테이션

새로운 세상을 만든 천재 과학자 ‘마리 퀴리’의 빛나는 도전과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마리 퀴리]. 뛰어난 연구 실적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성격 때문에 연구실에서 쫓겨난 과학자 마리는 물리학자 피에르의 제안으로 공동 연구를 시작하고, 새로운 원소 라듐을 발견하며 예상치 못한 일과 마주하게 된다.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자이자 세계 최초 노벨상 2회 수상자인 마리 퀴리는 사실 그 누구보다 열정과 사랑이 가득했던 인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오만과 편견], [나를 찾아줘], [퍼펙트 케어] 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 로자먼드 파이크가 마리 퀴리로 분했다. 과학을 향한 지적 호기심, 끝까지 파고들어 탐구하는 집념뿐만 아니라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모습까지 훌륭하게 연기했다. 연구실에서도 웨딩드레스를 입을 정도의 확고한 패션 철학을 가진 마리 퀴리였던 만큼, 시대를 반영한 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의상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최민식 / 장영실 역

이미지: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세종’과 관노로 태어나 종3품 대호군이 된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이야기를 그린 [천문: 하늘에 묻는다]. 20년간 같은 꿈을 꾸던 두 사람의 사이는 임금이 타는 가마가 부서지는 사건 이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대왕과 그와 뜻을 함께했지만 한순간에 역사에서 사라진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한 줄의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이 만나 탄생했다.

배우 최민식이 ‘과학을 위해 태어난 인물’ 장영실로 출연해, 한석규와 강렬한 연기 시너지를 보여준다. 두 사람은 20년간 같은 꿈을 꾸던 세종과 장영실의 혼란스럽고도 뜨거운 우정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또한 신구, 김홍파, 허준호, 박성훈, 전여빈 등 충무로의 신구 조합을 한 화면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테슬라(2020) 에단 호크 / 니콜라 테슬라 역

이미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위대한 발명에 착수하는 니콜라 테슬라의 이야기를 그린 [테슬라]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전기 공학의 비전을 제시한 테슬라를 가장 생생히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에디슨과 미운정 고운정을 나누었던 테슬라는 빛, 에너지 정보를 전 세계에 무선으로 전송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분투했었다. 그리고 100년을 뛰어넘어 지금의 현재를 디자인하였고, 무선통신의 아버지이자 현대 전기 공학의 개척자로 불리게 되었다.

실제 테슬라는 엄청난 ‘인싸’였으며, 탁월한 패션 센스로 유명했다고 한다. [내 사랑], [비포] 삼부작으로 잘 알려진 에단 호크가 니콜라 테슬라로 분해서 그의 무수한 매력을 전달했다. 무엇보다 테슬라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5대5 가르마, 날렵한 콧수염을 장착한 에단 호크의 모습은 실제 테슬라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