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헝거게임’ 시리즈. 이미지: 라이언스게이트

[베놈] 시리즈에서는 주인공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카니지’, [한 솔로]에서는 주인공의 스승 ‘베킷’, [헝거 게임] 시리즈에서는 12구역의 우승자 ‘헤이미치’까지. 이 캐릭터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배우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캐릭터들이라는 것. 예술 영화들은 물론, 거대한 스케일의 할리우드 시리즈까지 다양하게 출연해 온 그의 필모그래피는 유독 색다른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우디 해럴슨은 곧 있으면 제7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슬픔의 삼각형]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슬픔의 삼각형]은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호화 크루즈에 탑승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우디 해럴슨은 해당 작품에서 선장 ‘토마스 스미스’ 역을 맡았다. 매 작품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그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할리우드의 그 어떤 배우보다도 다양한 장르에서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맡아온 그, 오늘은 우디 해럴슨이 출연한 영화 중 시리즈 작품 중심으로 살펴본다.

‘헝거 게임’ 시리즈 (2012~2015)

헤이미치 애버내시 역
이미지: 라이언스게이트

[헝거 게임] 시리즈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인 영화로, 독재국가 ‘판엠’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생존 전쟁 게임에 참가하게 된 소녀 ‘캣니스’의 서사를 그린 시리즈이다. 우디 해럴슨은 50회 헝거 게임의 우승자이자, 12구역의 우승자로 캣니스와 피타의 멘토가 되어주는 ‘헤이미치 애버내시’로 등장했다. 술을 좋아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외모로 반신반의하게 되는 인물이지만, 게임에 대해 조언하고 멘토로서 스폰서들을 구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우디 해럴슨은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단순히 술을 좋아하는 과거 우승자에서 반란의 불씨를 피워주는 인물로, ‘헝거 게임’의 우승자라는 과거의 사연도 흡입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극중 단발 기장의 금발 헤어스타일이 참으로 인상적인데, 주인공의 서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조연으로 영화의 재미를 책임진다.

‘나우 유 씨 미’ 시리즈 (2013~2016)

메리트 맥키니 역
이미지: K/O 페이퍼 프로덕츠

[나우 유 씨 미] 시리즈는 네 명의 무명 마술사가 ‘포 호스맨’이라는 마술팀을 결성,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쇼로 세계적인 톱스타가 되면서 벌어지는 서사를 그린 작품이다. 우디 해럴슨은 ‘포 호스맨’의 멤버 중 한 명이자, 타고난 최면술과 높은 통찰력으로 독심술을 부리는 인물 ‘메리트 맥키니’를 연기했다.

영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술사들의 행각을 중심으로 보여줘, 메리트의 퍼포먼스는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그만큼 우디 해럴슨은 자연스럽고도 능청스러운 행동과 표정을 동반한 최면술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역을 매끄럽게 소화했다. 몇몇 장면에서는 정말 우디 해럴슨의 포커페이스에 속았을 정도다. 2024년 가을 개봉을 목표로 현재 3편이 제작 중이다. 다시 한번 그의 허허실실하면서도 예리한 심리술에 빠져들길 기대해본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2017)

맥컬로프 대령 역
이미지: 20세기 폭스

[혹성탈출]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도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다. 시리즈에서 단 한 편만 나왔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유인원의 본부를 습격해 시저를 죽이려는 인간의 군대와 유인원들이 맞붙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디 해럴슨은 독자적인 군사 세력, 특공대를 이끌며 잔혹한 모습을 보이는 ‘대령’(극중 이름은 나오지 않는데 명찰에서 ‘맥컬로프’임을 알 수 있다)을 연기했다. 멸종될 위기에 놓인 인간으로서, 인간을 보존하기 위해 인간성을 버려야만 한다는 신념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시작부터 유인원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디 해럴슨의 연기력으로 ‘대령’ 캐릭터의 사연도 깊이 있게 극에 녹아들어, 악랄하고 폭력적인 그의 행동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시저’의 입장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위협적이고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빌런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냉정하게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인물의 감정선을 적은 대사로도 묵직하게 표현, 인간을 퇴화하도록 만드는 바이러스의 공포감을 표정과 몸짓으로 완벽하게 소화하여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2018)

토비아스 베켓 역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 이어, 우디 해럴슨은 또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에 등장했다. 이번에는 지구가 아니라 은하계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요 인물 ‘한 솔로’의 젊은 시절을 다룬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가 바로 그 작품. 최고의 파일럿을 꿈꾸던 ‘한 솔로’가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임무를 수행하고자 팀을 꾸리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우디 해럴슨은 주인공 한 솔로의 스승 ‘토비아스 베켓’을 연기했다. 처음에는 뛰어난 위장 실력으로 한에게 접근, 이후 팀으로서 함께하는 인물이다. 우디 해럴슨은 무법자와 멘토라는 얼핏 간극이 큰 설정을 캐릭터가 지닌 다양한 매력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영화는 다사다난한 제작 과정에도 아쉬운 흥행 성적을 거둬 속편 가능성이 낮지만, 그가 맡은 캐릭터는 다른 스핀 오프로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작품의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좀비랜드’ 시리즈 (2009~2019)

탤러해시 역
이미지: 컬럼비아 픽처스

[좀비랜드]는 우디 해럴슨의 시리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아닐까? 원인을 알 수 없는 좀비 사태가 발생한 미국에서 나름의 생존 규칙을 가지고 있는 청년 ‘콜럼버스’가 한 남자와 동행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디 해럴슨은 온갖 무기로 무장해 좀비라면 일단 쏴 죽이는 남자이자, 콜럼버스와 동행하는 ‘탤러해시’를 연기했다. 카우보이 모자와 가죽 재킷, 터프한 행동 등 마초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과자 트윙클에 집착하는 다소 독특한 캐릭터. 그로 인해 여러 캐릭터와 갈등도 벌이지만, 몇몇 소동들은 영화에 웃음을 더한다. 무엇보다 작중 최악의 사태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좀비들을 물리치며 관객들에게 통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우디 해럴슨의 건들건들거리는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 캐릭터가 더 빛을 발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베놈’ 시리즈 (2018~2021)

카니지 역
이미지: 소니 픽처스 코리아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배우라면 히어로 세계관에서 역할 하나 맡는 것쯤은 당연한 세상이다. 우디 해럴슨도 마찬가지. [베놈] 시리즈의 인기 빌런을 맡아서 연기 영역을 확장한다. [베놈] 시리즈는 우연히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의 공격을 받은 기자 ‘에디 브룩’이 그와 공생하게 되어 ‘베놈’으로 거듭나는 일련의 서사를 그린 작품이다. 참고로 우 디 해럴슨은 이 작품을 만든 루벤 플레셔와 [좀비랜드] 시리즈에서 손을 맞잡은 바 있다. 여기에 곧 개봉할 [나우 유 씨 미 3]에서도 감독와 배우로 함께해 둘의 끈끈한 인연이 계속될 예정이다(1, 2, 3편 모두 감독이 다르다).

우디 해럴슨은 연쇄살인 혐의로 사형을 앞두고 있는 ‘클리터스 캐서디’이자, 심비오트를 흡수한 ‘카니지’ 역을 맡았다. 1편의 쿠키 영상부터 등장해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우디 해럴슨은 어린 시절부터 소년원에 수감될 정도의 문제아, 이후 살인까지 저지르는 연쇄살인마 ‘클리터스 캐서디’의 사이코패스 기질부터 물론, 심비오트 능력으로 폭주하는 ‘카니지’의 섬뜩함까지 소화해 빌런의 포스를 제대로 보여준다. 다만 우디 해럴슨의 좋은 연기와 별개로 캐릭터의 설정이나 배경이 원작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이름부터가 대학살(카니지)인데, 영화가 슴슴하게 그려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