빰빠바빰~정겹고 흥겨운 OST가 흘러나오면서 누군가가 중절모를 쓰고 채찍을 휘두른다. 전작으로부터 무려 15년 만의 귀환을 알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등장이다. 특히 이번 5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오랜 기간 보물을 찾아서 세상을 돌아다녔던 ‘인디’(인디아나 존스의 애칭)의 은퇴를 알리는 작품이기에 감회가 더 새롭다. 1981년 [래이더스]를 시작으로 이번 편까지 거의 반 세기나 계속되었던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이다. 이제 끝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 [레이더스]부터 최근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까지 그의 모험 연대기를 살펴본다.
연대기에 앞서…. 재미로 보는 ‘인디아나 존스’의 특징

5편까지 시리즈가 나온 만큼 작품마다 나름의 특징과 법칙이 있다. 하나씩 살펴보면, 일단 인디아나 존스는 항상 중절모를 쓰고 다니며, 채찍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 그가 중절모를 쓰게 딘 이유는 3편에서 밝혀지는데, 자신이 쫓던 도굴꾼이 그의 용기가 가상하다며 준 선물이다. 채찍도 시리즈 내내 등장하지만 의외로 공격용으로는 많이 쓰이지 않는다. 주로 적들의 다가오지 못하도록 견제하거나 물리적인 장치로 갈 수 없는 곳에 갈 때 밧줄 대용으로 사용할 때가 더 많다.
수많은 난관을 해치며 모험을 떠나는 베테랑 답게 인디아나 존스는 시리즈 중 슈퍼히어로급 활약을 펼친다.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이 있으니, 뱀을 엄청 무서워한다. 1편 [레이더스]부터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까지 뱀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그 이유는 3편 [최후의 성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어렸을 때 도굴범들과 열차 위에서 싸우던 중 뱀이 가득한 화물칸에 떨어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5편에서도 그의 뱀 공포증은 계속될 예정이다.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지만 대부분 인디아나는 그것을 손에 넣지 못한다. 1편 [레이더스]의 보물 성궤는 정부 기간이 보관하고, 힘들게 찾았던 3편의 성배도 결국 성전의 붕괴와 함께 사라진다. 4편 크리스탈 해골 역시 그들의 고향[?]으로 떠나는 등, 모험왕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보물 회수율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5편의 보물은 어떻게 될까? 극장에서 직접 그 결과를 확인하시길.
레이더스 (1981)

[레이더스]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조지 루카스(제작 및 원안)와 스티븐 스필버그(연출)가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 솔로로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 역을 맡아서 지상 최고의 모험을 떠난다. [레이더스]는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나치가 자신들의 야망을 위해 전설의 성궤 발굴에 나섰고, 이를 알게 된 인디아나가 그들 보다 먼저 보물을 찾기 위해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인디아나 존스]의 시그니처가 된 중절모와 채찍, 존 윌리암스의 메인 테마 등이 이미 이 작품에서부터 나온다. 든든한 조력자의 등장, 매 순간마다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아찔한 모험 등 시리즈의 뼈대가 되는 공식 또한 이미 [레이더스]에 있다. 초반부 거대한 바위가 굴러오는 부비트랩은 어드벤처 영화의 빠질 수 없는 레퍼런스가 되었고, 후반부 성궤 발굴 후 시작되는 신의 저주는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기도 했다. 모험의 시작을 알린 1편이지만, 이미 여기서 전설을 완성했는지도 모르겠다.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 (1984)

전편의 빅히트에 힘입어 3년 만에 제작된 속편. 인도의 샤만 마을에 불시착한 인디아나 존스와 동료들이 마을의 보물인 ‘상카라 스톤’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이한 점은 시대 배경이다. 이 작품이 2편이지만, 시간 상으로는 [레이더스] 보다 1년 전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그래서 전편에서 인디이나와 함께 모험을 떠난 연인 매리언(캐런 앨런)대신 새로운 얼굴들이 함께한다. 뜻 밖의 사건에 휩쓸려 인디이나와 함께 인도에 도착한 가수 윌리(캐이트 캡쇼), 전쟁 고아였지만 우연한 인연으로 인디의 조수가 된 꼬마 쇼티(키호이콴)등이다. 여담으로 해리슨 포드와 키호이콴은 얼마 전 오스카 시상식에서 근 40년만에 다시 만나 이 작품의 추억과 감동을 다시 전해주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레이더스]의 기본 뼈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속편 답게 더 거대하고, 더 화려한 스케일로 무장했다. 다만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는 편협한 오리엔탈리즘은 이 영화의 유일한 흠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는 상영금지까지 받았다.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1989)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은 해리슨 포드와 더불어 세계적인 배우 숀 코너리가 합류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시간 배경은 [레이더스] 이후 2년 뒤로,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사용했다는 성배를 찾기 위해 인디와 그의 아버지가 함께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작품은 지금의 인디아나 존스를 있게 한 과거를 하나 둘씩 밝히며 재미를 건넨다. 그가 왜 중절모를 쓰게 되었는지, 본명인 헨리 대신 인디아나로 불리게 된 이유, 왜 고고학자가 되어 세계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지 그 이유를 알려준다. 특히 젊은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던 청춘 스타 리버 피닉스가 인디아나의 소년 시절을 맡아서 눈길을 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모험 서사와 놀라운 부비 트랩의 재미가 가득한 작품이다. 특히 후반부 성배를 찾기 위해 도착한 곳에서 여러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인디와 그의 아버지 헨리가 기지를 발휘해 해결하는 장면이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 헨리가 인디에게 용기와 영감을 불어넣는 순간은 꽤 뭉클하게 다가온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2008)

3편 이후 무려 19만에 인디아나의 4번째 모험이 시작되었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2차 대전 후 냉전이 최고조에 다다른 1957년을 배경으로, 인디아나가 크리스탈 해골을 찾아 페루 마야 전설의 도시로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편에 출연한 인디의 연인인 매리언 역의 캐런 앨런이 시리즈에 복귀해 반가움을 더했다. 여기에 샤이아 라보프가 맡은 머트가 두 사람의 아들로 밝혀지면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시리즈 특유의 장르적 재미는 여전했다. 러닝타임 내내 KGB들의 공격에 맞서는 인디아나 일행들의 고군분투와 자동차 추격씬은 박진감 넘쳤으며, 특히 군단 개미의 역습은 오싹한 괴물 영화를 보는 듯한 서스펜스를 자아냈다. 다만 전작의 보물과 그 성격이 다른 외계인 해골이 자아낸 마지막 결론은 여러모로 시리즈팬들에게 아쉬움을 건넸다.
그리고 시리즈의 마지막,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2022)

4편으로부터 15년만에 나온 인디아나의 5번째 모험이자 마지막이다. 역사를 뒤바꿀 수 있는 유물인 ‘운명의 다이얼’을 찾기 위해 은퇴를 번복하고 모험에 뛰어든 인디아나 존스의 여정을 담았다. 어느덧 80대가 된 해리슨 포드이지만 언제나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끌며, 피비 윌러-브리지가 인디아나와 함께 모험을 떠는 헬레나 역으로 참여한다. 많은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매즈 미켈슨이 이번 편의 빌런 위르겐 풀러 역을 맡았다.
4편까지 연출을 맡았던 스필버그가 하차했지만 [로건], [포드 V 페라리]의 제임스 멘골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전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강렬하다. 디에이징 기술로 구현된 젊은 해리슨 포드가 기차 위에서 치열한 액션을 선보이며 향후 이야기를 예고한다. 고전의 향수가 묻어나는 분위기 속에 모험의 재미는 계속된다.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와 은근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전매특허로 다가오는 자동차 추격전은 스크린에 빠져들어가게 한다. 시리즈의 마지막 답게 1-4편에 등장한 주요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거나 언급되고, [인디아나 존스] 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줄 엔딩도 마련되었다. 강렬한 초반에 비해 중반부 이야기가 느슨한 감이 있지만, 42년 간 우리를 즐겁게 해준 모험왕의 은퇴식에 어울리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