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혜연
얼마 전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2019년 이후 5년간 작품 활동을 쉬고 있는 배우 엠마 왓슨이 ‘배우로서 행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는 것. 이렇게 그는 영화계를 떠나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그 발언은 영원한 은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내년 초에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함께 알렸다. 무엇이 엠마 왓슨을 새장에 갇히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얼른 자유롭고 행복한 모습으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적어도 그의 연기를 본 많은 영화팬들은 행복했으니깐. 다시 돌아올 엠마 왓슨의 신작을 기다리며, [해리 포터] 시리즈를 비롯해 그를 ‘흥행 신드롬’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게 한 작품들을 모아본다.
‘해리 포터’ 시리즈 (2001~2011)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역

굉장한 능력을 지닌 마법사 ‘해리 포터’와 그의 친구들의 환상적이고 놀라운 모험의 세계를 그린 [해리 포터] 시리즈. ‘출판 사상 전례 없는 최고의 기록’을 수립한 J. K. 롤링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최종장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까지 8편으로 총 77억 2천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벌어들인 메가톤급 흥행작이다. 특히 이 작품은 지금은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가 된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그리고 엠마 왓슨의 첫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어떻게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이들의 성장을 훈훈하게 바라본 것.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엠마 왓슨은 학구열 강한 호그와트 학생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역할을 맡았다. 10살의 엠마 왓슨이 데뷔를 치른 작품으로, 데뷔와 동시에 큰 인기를 안겨준 작품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해 ‘지난 10년간 가장 돈을 많이 번 여배우’, ‘할리우드에서 가장 수입이 높은 여성 스타’로 선정됐을 정도였다.
[해리 포터] 시리즈 내내 헤르미온느는 호그와트 학생들과의 귀여운 케미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헤르미온느의 풍성한 웨이브 헤어스타일은 트레이드 마크로 기억되지만, 후에 엠마 왓슨은 “너무 촌스러웠다”라고 떠올리기도. 또한 엠마 왓슨은 헤르미온느 캐릭터가 확실히 학업 의지에 큰 영향을 줬다고도 전했고, “영국을 떠나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며 영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학교에 진학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는 엠마 왓슨에게 부와 명예를 준 것은 물론, 그의 성장기에도 큰 영향을 준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월플라워(2012)
샘 역

유쾌하지만 쓰라리고, 지치지만 빛나던 청춘의 기억을 그린 [월플라워]. 전미 100만 독자들이 열광한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솔직하고 과감한 10대들의 자화상과 지독한 성장통이 펼쳐진다. 말 못 할 트라우마를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찰리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삶을 즐기는 샘과 패트릭 남매를 만나, 걷잡을 수 없는 방황과 벅찬 우정을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엠마 왓슨을 비롯해 [나비효과],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의 로건 레먼, [케빈에 대하여]의 에즈라 밀러까지 당시 가장 핫한 할리우드 하이틴 스타들이 총출동했고, 지금까지도 깊이 있고 감각적인 청춘 영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엠마 왓슨은 ‘찰리’(로건 레먼)가 한눈에 반한 자유로운 영혼 ‘샘’ 역할을 맡아, 기존의 요조숙녀 이미지를 탈피하고 과감한 연기 변신을 선보여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미녀와 야수(2017)
벨 역

1991년 개봉한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 뮤지컬 영화로 재해석한 [미녀와 야수]. 똑똑하고 아름다운 ‘벨’ 역할을 맡은 엠마 왓슨은 저주에 걸린 ‘야수’(댄 스티븐스)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다. 엠마 왓슨은 아주 예전부터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수없이 돌려봤고, 대사까지 외울 정도로 엄청난 팬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촬영 당시 몸을 압박하는 코르셋 착용을 거부했는데, “벨은 움직임이 많고 적극적이다. 신체의 행동을 제한하는 코르셋을 입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로써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 벨을 활동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해석하며, 엠마 왓슨 자신만의 벨을 만들어나갔다. 영화 또한 흥행에 성공해 북미 5억 불, 월드 와이드 12억 불을 기록하며 디즈니의 새로운 대표작을 만들어냈다.
더 서클(2017)
메이 홀랜드 역

가장 투명하고 완벽한 세상에서의 ‘24시간 라이브’를 그린 소셜 스릴러 영화 [더 서클]. 신의 직장이자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기업 ‘서클’에 입사하게 된 꿈 많은 ‘메이’는 전 세계 2억 명에게 24시간 자신을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에 자원하고, 모두가 주목하는 SNS 스타로 떠오르지만 ‘서클’이 감추고 있던 시스템의 위험성 앞에서 위험에 빠진다. [더 서클]에서 엠마 왓슨은 처음으로 20대 사회 초년생 역할을 맡았다. UN 여성친선대사로 활동하기도 한 엠마 왓슨의 스마트한 이미지가 대담하고 재기발랄한 메이라는 캐릭터와 만나 관객에게 높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극중 CEO로 출연하는 ‘연기 마스터’ 톰 행크스와 엠마 왓슨의 시너지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이다.
작은 아씨들(2019)
메그 마치 역

루이자 메이 올컷이 집필한 불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은 아씨들]은 1860년대를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들을 선사한다. 저마다 다른 꿈을 지닌 ‘마치’ 가문의 네 자매는 시끌벅적하지만 따뜻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각기 다른 숙제 앞에 놓이게 되고, 그 속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따뜻한 위로를 보내며 성장한다. 「작은 아씨들」을 정체성의 일부로 여겼다던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을 맡아 사랑스럽고 현대적인 영화를 완성했다. 엠마 왓슨은 배우를 꿈꾸는 첫째 ‘메그’ 역할을 맡았고,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언니미’를 보여준다. 의상이 중요한 이 작품에서 메그는 로맨틱한 라일락과 초록색의 이미지를 가진 인물로도 묘사된다. 또한 다수의 비평가 협회에서 앙상블상을 수상한 작품인 만큼 엠마 왓슨과 시얼샤 로넌, 플로렌스 퓨, 티모시 샬라메 등 매력적인 배우들의 황홀한 연기 앙상블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