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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화려하게 데뷔해 충무로의 ‘액션 키드’로 불리던 류승완 감독은 이제 모두가 인정하는 올라운더 감독으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종종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작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짝패]에서는 주연을 맡아 출중한 연기를 선보였고, [복수는 나의 것], [오아시스], [친절한 금자씨] 등에서는 단역으로 얼굴을 비췄다. 중국집 배달원, 상점 점원, 지나가는 행인 등을 자세히 관찰한다면 그의 풋풋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가 힘을 합친 [밀수]는 노련한 베테랑 배우들과 떠오르는 신예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영화 [밀수]의 개봉을 기념하며, 올라운더 감독 류승완의 대표작들을 살펴본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2000) / 감독, 각본, 주연

갤럭시컴퍼니, 라이크콘텐츠

모든 것이 어긋난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 누아르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각기 다른 4편의 단편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어 폭력으로 시작된 기나긴 악역을 치열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은 이 작품으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다. 동시에 저예산 독립영화의 반란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며, 이 데뷔작에서 류승완 감독은 타격감 있고 역동적이다 못해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정도로 사실적인 액션을 연출했다. 또한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았고, 특히 [현대인]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거친 강력계 형사 연기는 훌륭했다. 그의 동생 류승범을 발굴한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피도 눈물도 없이 (2002) / 감독, 각본

시네마 서비스

무자비한 투견장을 무대로, 두 여자의 무지막지한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전직 금고털이범이자 택시운전사 경선과 권투장 라운드걸 출신이자 퇴물 복서의 정부가 되어버린 수진은 투견장의 판돈을 빼돌리고자 의기투합한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인정받은 류승완 감독의 충무로 메이저 데뷔작이자 이혜영, 전도연 주연의 [피도 눈물도 없이]는 여성들의 하드보일드 액션이라는 점에서 [밀수]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두 작품을 통해 20년 동안 변해간 류승완 스타일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또한 이 작품을 시작으로 정두홍 무술 감독과 많은 협업을 함께한다.

짝패 (2006) / 감독, 각본, 제작,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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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죽음 때문에 십여 년 만에 뭉치게 된 어린 시절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짝패]. 정두홍, 류승완 주연의 순도 100% 액션영화 [짝패]는 홍콩이나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한국 액션의 계보를 제대로 그려보기 위해 두 감독이 힘을 합친 작품이다. 어린 시절 액션 스타를 꿈꿨던 류승완은 [짝패]에서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았고, 수준급의 발차기 실력과 액션배우 못지않은 몸놀림을 보여주며 자신의 오랜 로망을 실현했다. 여기에 충청도 사투리 특유의 느리면서도 여유 있는 말맛으로 재미를 자아낸다.

부당거래 (2010) / 감독, 각색, 공동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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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 사건을 중심축으로 경찰, 검찰, 스폰서 간의 부당한 거래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범죄오락 영화 [부당거래]. 뉴스보다 생생하고, 드라마보다 공감되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으로, 액션물을 주로 만들어 왔던 류승완 감독의 새로운 시도이자 선전포고였다. 그 결과 [부당거래]는 비수기 극장가에서 흥행에 성공한다. 이로써 부진에 빠졌던 류승완 감독을 구해준 작품이 되었고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까지 거머쥐게 된다. 여기에 주연을 맡은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은 각자의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한다.

베를린 (2013) / 감독, 각본, 기획

CJ엔터테인먼트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숨겨진 운명의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살아가는 4명의 비밀 요원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린 첩보 액션 영화 [베를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주연의 [베를린]은 제작비 1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독일 베를린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고, 이국적인 풍경과 압도적인 스케일이 웅장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여기에 숨막히고 역동적인 액션, 밀도 높은 스토리까지 더해져 관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개봉 당시 2편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베테랑 2] 작업이 끝나면 류승완 감독이 다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할지 궁금하다.

베테랑 (2015) / 감독, 각본

CJ엔터테인먼트

베테랑 광역수사대와 유아독존 재벌 3세의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을 그린 영화 [베테랑]은 류승완 감독의 첫 천만 관객 돌파 영화이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탄탄한 스토리, 거침없고 통쾌한 매력의 캐릭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베테랑]은 광속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여기에 힘을 뺀 유머와 위트를 강조하여, 초창기 류승완 스타일의 장점을 잘 살렸다는 호평까지 받으며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감독상을 수상한다.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경쾌한 범죄오락 영화 [베테랑]은 곧 속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모가디슈 (2021) / 감독, 각본

롯데엔터테인먼트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액션 영화 [모가디슈]. 김윤석과 조인성이 호흡을 맞춘 [모가디슈]는 류승완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다. 2017년 최고 기대작이었던 [군함도]가 관객과 평단 모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류승완 감독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던 2021년, 코로나19가 한창인 시대에 [모가디슈]를 내놓았고, 전작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는 수작이라는 평을 얻었다. [군함도]에서 비판받았던 부분들을 상당히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본래의 스타일을 줄이는 대신 ‘탈출’이라는 서사를 잘 이끌어갔고,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아 청룡영화상 감독상,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이로써 류승완 감독은 슬럼프를 딛고 다시 일어나는 데 성공하였고, 흥행과 호평을 동시에 받은 [모가디슈]는 팬데믹 상황으로 힘든 한국 영화 시장에 용기와 희망을 전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