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페스티벌이 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마스크를 벗고, 거리 두기와 인원 제한에서도 벗어나 자유롭게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으로 그곳에 가지 못해 아쉬운 분들도 있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시라. 우리는 이 페스티벌의 열기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흥겨운 에너지와 화려한 무대, 주옥같은 사운드트랙을 담아낸 음악 영화들이 있으니 말이다. 글램록부터 로큰롤, 스윙재즈, 히피 문화, 팝까지. 각양각색 페스티벌의 열기를 담은 영화들과 함께 뜨거운 방구석 페스티벌을 개장해 본다.

벨벳 골드마인 (1998)

엔케이컨텐츠, 미라맥스, Film4

1970년대 영국에서 유행하던 글램록 최고 스타인 ‘브라이언 슬레이드’(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암살된다. 그러나 이 사건이 그의 자작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브라이언은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으며 사람들에게 점차 잊혀진다. 10년 후, 어린 시절 브라이언의 열렬한 팬이었던 기자 ‘아서 스튜어트’(크리스찬 베일)는 당시 사건을 취재하며 그의 삶을 깊이 살펴본다. 그리고 곧, 모두에서 잊혀졌던 브라이언의 놀라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캐롤]로 잘 알려져 있으며, 록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벨벳 골드마인]. 광기와 저항, 글램록의 치명적인 감수성을 담은 컬트 음악 영화로, 파격적인 외형과 퇴폐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글램록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주인공 브라이언은 글램록의 대표적인 아티스트인 데이비드 보위를 떠올리게 한다. 글램록의 성지였던 1970년대 영국의 향수와 톰 요크, 조니 그린우드 등이 참여한 아름다운 음악에 집중하며 감상해 보자.

스쿨 오브 락 (2003)

파라마운트 픽처스, 윤스

록 밴드 단원인 ‘듀이 핀’(잭 블랙)은 로커답지 않게 뚱뚱하고 촌스러운 외모와 눈치 없는 성격을 가졌다. 게다가 공연 도중 돌발적인 행동을 행하는 바람에 밴드에서 쫓겨난다. 이후 초등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는 친구의 집에 얹혀살다 월세까지 밀려서 돈이 필요하던 순간, 친구의 이름을 사칭하고 초등학교에 취직한다. 음악밖에 모르던 듀이는 수업 대신 학생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고 경연대회에 출전할 계획을 세운다.

​[비포] 시리즈, [보이후드] 등을 연출한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코미디 음악 영화 [스쿨 오브 락]. 로큰롤의, 로큰롤에 의한, 로큰롤을 위한 영화이자 ‘꿈을 잃지 않은 자의 인생 성공기’를 아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웃음은 계속된다!’라는 포스터 문구는 과장이 아니었고, 코미디 음악 영화로서 전 세계적인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와 뮤지컬로도 리메이크되었다. 영화 개봉 10년 후, 잭 블랙과 당시 아역배우들이 모여 기념 콘서트를 열기도 하였다.

스윙걸즈 (2004)

도호,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지루한 여름방학, 보충 수업을 받고 있는 13명의 낙제 여고생들은 식중독에 걸린 합주부 멤버들을 대신하여 재즈의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된다. 곧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잠시나마 경험했던 재즈에 재미를 느낀 이들은 자신만의 스윙밴드, 일명 ‘스윙걸즈’를 조직한다. 악기를 구입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까지 감행하지만, 연습할 공간조차 없어 해산 위기에 처한다. 대책 없이 발랄했던 이들의 ‘스윙밴드’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하이틴 코미디 음악 영화 [스윙걸즈]는 [워터보이즈]의 감독 야구치 시노부 연출, [노다메 칸타빌레]의 우에노 주리 주연 작품이다. 재즈에 매료된 못 말리는 소녀들이 스윙밴드를 결성하고, 우리 귀에 익숙한 재즈 연주를 선보인다. 무대는 화려하고 웅장한 콘서트장 대신 넉넉한 재즈가 흐르는 고즈넉한 시골 마을이다. 밴드 음악에 강한 일본답게 밴드를 소재로 하여, 재즈가 고루한 어른들만의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테이킹 우드스탁 (2009)

㈜영화사 구안

부모님이 파산 직전에 놓여 전 재산인 모텔을 넘겨야 하는 처지가 된 ‘엘리엇’(디미트리 마틴)은 록 페스티벌을 유치해 돈을 벌기로 한다. 수천 평의 농장을 축제 장소로 제공하고, 부모님의 낡아빠진 모텔은 페스티벌의 공식 숙소가 되며, 난생처음으로 마을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게 된다. 록 페스티벌 소식을 접한 전국의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다리와 고속도로는 정체되고, 고요하기만 하던 마을에는 무려 50만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되어간다.

전설의 음악 축제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탄생기를 그린 [테이킹 우드스탁]. 히피즘의 마지막 불꽃이자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기획자인 ‘엘리엇 타이버’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 [라이프 오브 파이] 등을 연출한 이안 감독이 영화화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사회 문화적으로 혼돈의 시기였던 1969년 여름, 비틀거리는 젊은이들을 다독여 주기 위해 탄생했다. 평화, 사랑, 평등, 환경을 모토로, 이념과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음악과 평화가 공존하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음악 축제를 넘어 젊은이들의 사회 운동과 진보적 외침을 대변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흥미로운 비하인드를 알고 페스티벌을 즐긴다면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엘비스 (2022)

워너 브라더스

미국 남부 멤피스에서 트럭을 몰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19살의 무명 가수 ‘엘비스’(오스틴 버틀러)는 작은 무대에 서게 되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몸짓과 퍼포먼스로 무대를 압도한다. 독특한 음색과 리듬, 강렬한 퍼포먼스, 화려한 패션까지 갖춘 엘비스는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라서지만, 시대를 앞서 나간 치명적이고 반항적인 존재감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과 갈등을 빚게 된다.

영원한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든 것을 담아낸 영화 [엘비스]. [물랑 루즈], [위대한 개츠비]를 연출한 바즈 루어만 감독이 압도적인 영상미를 내세우며, 눈과 귀가 황홀한 엔터테이닝 무비를 완성했다. 배우 오스틴 버틀러는 에너지 넘치는 공연 장면을 직접 소화하며, 우리가 기억하는 엘비스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블루스, 로큰롤, 가스펠, 팝,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엘비스의 명곡 퍼레이드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