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도 흥미진진함에 눈을 뗄 수 없다. [시그널], [킹덤]에서 장르적 매력이 가득한 이야기를 선보였던 김은희 작가가 [악귀]로 돌아왔다.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를 표방한 이 드라마는 다양한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김태리와 오정세, 김은희 작가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기대에 부응하듯 [악귀]는 꾸준히 10% 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지: SBS

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구산영(김태리)은 어린 시절에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 구강모(진선규)가 사실은 그동안 살아있었으며, 최근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강모의 집에서 산영은 할머니에게서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겼다는 붉은 댕기를 건네받는데, 댕기에 손이 닿는 순간 “받았네?”라고 하는 섬뜩한 목소리를 듣는다. 그 이후로 산영의 주위에서 기묘한 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귀신을 볼 수 있는 민속학 교수 염해상(오정세)은 어릴 적에 어머니를 죽인 악귀를 쫓고 있다. 강모에게서 자신이 죽으면 딸을 지켜달라는 편지를 받고 산영을 찬아간 그는 풀어헤친 머리털이 곤두선 산영의 그림자를 보고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악귀가 산영에게 씐 것을 알아차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악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단서를 쫓으며 공조를 시작한다.

먼저 [악귀]의 매력은 한국형 오컬트를 이야기 속에 잘 녹여냈다는 점이다. 드라마에는 악귀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귀신과 무속신앙 의식이 등장하는데, 이를 민속학자인 해상의 대사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자살귀, 객귀, 아귀, 어둑시니, 염매, 태자귀 등 이제는 [구미호뎐] 시리즈 같은 작품을 통해 익숙해진 귀신들부터 죽은 아이를 묻거나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던 덕달이 나무, 거리에서 죽은 객귀를 막고 액운을 쫓는다는 허재비 놀이 같은 생소하면서도 한국적인 소재들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매력이 빛나는 점도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 한몫한다. [지리산]으로 잠시 방황했던 작가가 다시금 감을 찾고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는 초반에 악귀에 씐 산영과 악귀를 쫓는 해상의 공조와, 경찰 서문춘(김원해)과 이홍새가 산영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죽음을 조사하는 이야기를 대비하며 전개한다. 악귀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악귀를 없앨 방법을 찾던 산영과 해상은 악귀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악귀가 되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단서를 좇는다. 문춘과 홍새는 손목에 피멍이 든 채 목을 매고 자살한 것처럼 보인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망 사건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알고, 과거의 사건으로 거슬러 조사를 펼친다. 대치 상태로 계속될 것만 같던 두 갈래 길은 여러 실마리를 거쳐 해상의 조부모가 가세를 일으키기 위해 악귀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단서를 찾을 때마다 큰 사건이 벌어지면서 흥미를 유발하고, 의문점을 하나씩 해소하면서 새로운 의문점으로 향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늘어질 새 없이 진행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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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을 계속 끌고 가는 데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악귀에 씐 산영을 그려내는 김태리의 연기는 새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대변하듯 막막한 앞날 때문에 힘들어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산영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순식간에 차갑게 빛나는 안광으로 변모하면서 섬뜩한 미소를 짓는 악귀를 묘사한다. 오정세는 그동안 보여줬던 유쾌하고 코믹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말쑥한 비주얼에 웃음기 하나 없이 건조한 모습을 연기하면서 드라마에 신선한 매력을 더한다.

8화에서 문춘과 홍새가 있는 경찰서의 문 앞에 악귀가 등장하면서 죽음을 예고하는 듯 충격적인 엔딩을 선사했다. 산영은 악귀의 살인을 막으려 하면서도 악귀를 원하게 되고, 해상은 악귀를 자기 손으로 없애고자 하면서 두 사람의 공조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악귀]가 끝까지 매력을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