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이미지: ㈜쇼박스

8월에 개봉하는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과 현지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의 버디 액션 영화다.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현지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최초의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되었다.

최근에 개봉했던 [모가디슈]나 [교섭] 등의 영화와 결이 같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지만, 영화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출발점은 비슷하지만 각자 영화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는 다르다”라고 일축했다. 영화 [비공식작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내용은 인질보다 구출하는 이들의 서사에 초점을 맞추며 주연배우들의 케미와 유머 호흡을 주축으로 전개된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개봉 전 제목을 ‘피랍’에서 ‘비공식작전’으로 변경하였다.

위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비공식작전]은 하정우와 주지훈의 브로맨스가 영화의 중심이자, 핵심 재미다. 두 배우는 [신과함께]에서도 괜찮은 호흡을 보여줬다. [비공식작전]에서 가진 건 배짱밖에 없는 흙수저 외교관 역을 맡은 하정우는 특유의 개성과 여유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다채로운 액션도 선보일 예정이다.

연기력은 물론 뛰어난 캐릭터 해석과 도전정신으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하정우. 특히 그간 상대배우와 좋은 케미를 선보이며, 브로맨스 혹은 라이벌의 재미를 잘 살리는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은 이 같은 케미가 터졌던 영화 중심으로 하정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기로 한다.

추격자(2008) – 지영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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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봉한 [추격자]에서 하정우는 연쇄살인범 지영민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면서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서 압도적인 사이코패스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열연에 힘입어 [추격자]는 500만 관객을 넘겼고, 하정우 자신도 한국영화사에 손꼽는 악역으로 이름을 올린다.

영화에서 하정우와 김윤석은 환상의 호흡과 케미를 자랑했다. 두 배우 모두 이전까지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추격자]를 발판 삼아 충무로의 새로운 흥행카드로 자리 잡는다. 하정우와 김윤석은 극 중에서 연쇄 살인마와 추격자로 시종일관 격하게 대립하며, 골목길 도주씬부터 피 튀기는 육탄전까지, 온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처절한 라이벌 케미를 선보인다.

[추격자]는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으로 기존 스릴러의 클리셰를 비틀고 리얼리티를 살리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 하정우와 김윤석 등 배우들의 호연도 큰 호평을 받았다. 그해 수많은 영화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굵직한 부문을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고,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권 판매와 해외 개봉 성공 등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2년 뒤 [황해]에서 나홍진 감독, 하정우, 김윤석 세 사람은 다시 만나, 또 한 번 강렬한 작품을 만들었다.

의뢰인(2011) – 강성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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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개봉한 영화 [의뢰인]은 한 남자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법정 스릴러다.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용의자 한철민(장혁)을 중심으로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검사(박희순)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변호사 강성희(하정우)의 치열한 법정 공방을 탄탄한 논리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진행해, 마치 관객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한 듯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의뢰인]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하정우 – 박희순 – 장혁의 연기 대결이다. 연기파 배우 3인이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나 전작들과는 180도 다른 영화 속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세 배우의 한치의 양보 없는 연기 대결로 영화의 드라마적 완성도를 한층 높여 극적의 재미를 더욱 불어넣는다. 특히, 하정우는 능글능글하고 매력적인 변호사의 모습으로,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예리한 연기를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승패가 명확한 여타 법정영화와는 달리 ‘정황증거’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개봉 당시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명확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정황 증거만으로 사람을 범인으로 간주해도 되는가라는 묵직한 주제도 던진다. 법정 스릴러의 재미, 세 배우의 심리전, 생각해볼 주제 등 꽤 만족스러운 영화로 다가올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 최형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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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1990년대 초반 실제로 있었던 국가적 차원의 조폭 소탕작전인 ‘범죄와의 전쟁’을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이 자신만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이려 드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액션과 누아르에 중심을 둔 이전의 조폭 영화와는 달리,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열한 알력 다툼과 결탁을 코믹하면서도 흥미롭게 다룬다.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상황, 근사한 결투와 먼 개싸움 같은 폭력으로 등장인물 전부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이익 앞에 의리 따윈 저버리는 현실의 씁쓸한 단면도 함께 느껴진다.

하정우의 브로맨스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영화 중 하나다. 하정우는 부산 최대 조폭 두목 최형배 역을 맡아, 비리 세관원 최익현을 연기한 최민식과 호흡을 맞췄다. 근엄한 목소리와 자세로 부하들을 휘어잡고, 상대를 위협하는 카리스마는 하정우의 중후한 매력을 한껏 살린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최민식과 손을 잡으면서도 위계를 잡으려는 모습 또한 영화의 주제의식을 잘 드러낸 연기였다. ‘살아있네~’ ‘대부님’ 등 아직까지도 인터넷에서 밈으로 유행하는 그의 명대사는 당시 이 영화의 엄청난 인기를 엿볼 수 있다.

백두산(2019) – 조인창 역

이미지: CJ ENM, 덱스터스튜디오

영화 [백두산]은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아비규환과, 추가 폭발이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막기 위해 남과 북의 주요인물들이 비밀작전에 투입되어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다.

하정우는 전역을 앞둔 상태에서 백두산 작전에 투입된 EOD 폭탄 해체반의 ‘조인창 대위’ 역을 맡았다. 극의 무게를 적절히 배합해 주는 능청스러우면서 허당미 있는 주인공 역으로, 북측 스파이 요원 ‘리준평’ 역을 맡은 이병헌과 훌륭한 케미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서로의 신분상 불신과 의심으로 긴장감이 가득했지만, 후반부 공동의 목적을 위해 멋진 콤비플레이를 펼치며 브로맨스 재미도 함께 건넨다. 여기에 백두산 폭발이라는 스케일 넘치는 화려한 영상미와 액션이 더해지면서 [백두산]은 825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