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대 이야기’.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D.P.]가 시즌 2로 돌아왔다. 2년 전 충격적인 결말로 시청자들을 울적하게 만든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들고 ‘복귀 신고’를 했을까?
시즌2는 김루리(문상훈)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시작된다. 지난 시즌의 진주인공격인 조석봉(조현철)과 동반입대를 한 그 역시 병영 부조리의 피해자였고, 석봉의 끔찍한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음에도 부대 내에선 변한 것이 없자 결국 가해자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만 것. 조석봉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무려 2명의 사망자와 여러 부상자를 낸 ‘총기 난사 및 무장 탈영’이라는 대형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103사단 D.P. 뿐 아니라 국군본부까지 개입한다.

사건에 접근하는 두 집단의 입장 차이는 극명했다.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덮으려는 과정에서 김루리 사살이라는 선택지까지 염두에 둔 국군본부와 달리, 103사단 측은 어떻게든 김루리를 살리려 한다. 당연히 국군본부에서 이들을 곱게 볼 리 없다. 사건을 수사하며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 박범구(김성균) 그리고 임지섭(손석구)은 국군본부의 꺼림칙한 비밀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 상위 부대와의 피할 수 없는 첨예한 대립이 시작된다.
2021년 공개된 [D.P.]는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암암리에 발생하는 병영 부조리와 가혹 행위의 참상을 끄집어낸 작품이었다. 작중 시간대가 실제 군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두 번이나 벌어진 시기라는 점과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인 가혹행위 묘사에 많은 군필자들이 끔찍한 과거를 떠올렸고, 사랑하는 이를 군대로 보낸 시청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당시 국방부에서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니, 약간의 과장이 있을지언정 이 작품이 얼마나 리얼리티를 살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에 공개된 시즌은 단순히 생활관에서 펼쳐지는 부조리를 넘어 군대라는 조직을 파헤치는 데 집중한다. 폐쇄적인 조직 내에서 반복되는 비극의 원인과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다 보니, 시즌 2는 극의 서사가 ‘개인’에서 ‘조직의 문제’로 확장된다. 자연스레 작품의 스케일도 커졌다.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 그리고 이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한 장르의 재미까지 선사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100% 성공적이었다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우선 103사단 인물들이 국군본부 구자운 준장(지진희), 오민우 준위(정석용)라는 빌런과 맞서는 양상이 되어 스토리가 선악 구도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입체적이었던 기존 캐릭터들이 단순한 선역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따른다. 씁쓸함을 남겼던 전작과 달리 ‘정의는 승리한다’는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해 투입된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과 요소들도 눈에 거슬린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기차 안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다. 아무리 안준호가 싸움을 잘해도 그렇지, 훈련된 D.P. 요원들과의 일대다 격투를 이긴다는 건 좀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
에피소드마다 다른 장르를 입혔다는 것도 호불호 요소다. 김루리 사건을 다룬 1, 2화가 이전 시즌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면, 이후 에피소드들은 각각 뮤지컬과 호러, 추격 액션과 법정 스릴러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겁고 어둡기에 이러한 변화를 반기는 이들도 분명 있겠으나, 도리어 몰입을 방해하고 산만하게 느껴질 여지도 있는 지점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다. 정해인과 구교환(비중이 적어져서 아쉽지만), 김성균, 손석구는 지난 시즌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시달리다 성장하는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메인 빌런이라 할 수 있는 지진희와 정석용 그리고 악역 포지션이었으나 추후 전향한 김지현의 퍼포먼스 또한 기억에 남는다. 각 에피소드를 이끌었던 뉴페이스 배나라, 최현욱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조현철, 신승호, 원지안, 고경표와의 재회도 반갑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배우 한 명을 꼽으라면 역시 김루리 역의 문상훈이 아니었을까. 조현철이 시즌 1을 하드캐리했다면, 이번에는 문상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D.P.] 시즌 2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이전 시즌에 비해 아쉬운 점은 있어도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묵직하다. “이전보다 나아졌다”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 작품의 소재가 끊이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오묘하고 우울한 느낌이 기우이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