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국영화 빅 4가 다 공개되어 관객의 평가를 받는 지금, 광복절 연휴에도 치열한 흥행 대결은 계속되었다. 여름 시즌 막판, 최후의 승자가 되고 싶은 세 작품이 출사표를 던졌다. 일명 광복절 빅 3에 대한 여러가지를 정리해본다.

오펜하이머 – 인물 드라마도 놀란이 만들면 놀랍다

유니버설 픽처스

이름 값을 제대로 하는, 어떤 작품이 나와도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놀란의 신작이 광복적을 맞아 드디어 공개된다. [오펜하이머]는 세계 최초의 핵무기 개발 계획인 맨하튼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오펜하이머의 인생을 담은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시절, 지금의 혼란을 끝내기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던 오펜하이머와 주변 이들의 이야기를 시간과 장소를 오가며 담았다.

인물 드라마를 놀란이 만들면 역시 놀랍다. [메멘토], [덩케르크]에서 보여준 다층적인 플롯에 마치 서스펜스, 스릴러를 보는 듯한 속도감과 내러티브가 상당한 몰입감을 준다. 다소 인물들이 너무 많이 나와 대사를 따라가기에도 버겁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놀란하면 떠오르는 아이맥스의 효과는 이번에도 여전하다. 다른 작품에 비해 크게 화려한 비주얼은 없지만, 아이맥스 스크린을 가득채우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 탄성을 자아낸다. 물론 트리니티 실험의 그 오싹하고도 경이적인 체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준이다. 화려한 캐스팅만큼 배우들의 열연도 핵폭탄급이다. 특히 주연을 맡은 길리언 머피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심리 대결은 기품 넘치면서도 치열하다. 실존 인물 이야기를 바탕으로 놀란 감독만의 스피디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 등 여러모로 [오펜하이머]는 내년 오스카의 단골 손님이 될 듯하다.

보호자 – 정우성의 블랙코미디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은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지만 이내 아내가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된다. 이제 수혁은 홀로 남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평범한 사람’이 되기로 한다. 그러나 열등감과 질투심에 사로잡힌 2인자 성준은 수혁을 경계하고, ‘2인조 해결사’ 우진과 진아에게 수혁을 제거할 것을 요구한다. 과연 수혁은 평범하게 세상으로 나가서 자신의 딸의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가 8월 15일 공개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성을 유지하려는 수혁과 본능에 충실해서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악당들의 대립이 중심적으로 펼쳐진다. 정우성 감독만의 개성이 담긴 스타일리시하고 유니크한 액션 느와르 영화를 예고했었지만, 베일을 벗은 ‘보호자‘는 추격과 총격이 가미된 블랙코미디 영화였다. ‘아저씨‘나 ‘레옹’을 떠올리게 하는 흔한 설정이었지만, 구석구석 녹아 있는 정우성 감독만의 독특한 시선과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들이 독특함을 선사한다.

달짝지근해: 7510 – 배우들의 연기력과 케미가 폭발한 어른들의 유쾌흐뭇한 로맨스

㈜마인드마크

영화 [달짝지근해: 7510]는 과자밖에 모르는 제과회사 연구원‘치호‘(유해진)가 늘 긍정적이고 직진하는 성격의 콜센터 직원 ‘일영‘(김희선)을 만나 인생의 새로운 맛을 알아가며 달짝지근한 사랑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현대판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를 보는 듯한 영화 [달짝지근해: 7510]는 유해진의 또 다른 인생작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과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치호‘라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김희선도 그만의 통통 튀는 매력과 유쾌함으로 유해진과 달달 케미를 선보인다.

뛰어난 연기력의 조연들과 반가운 얼굴의 카메오들은 이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작품을 풍성하게 만든다. ‘치호’의 무공해 매력과 출연진들의 유쾌한 케미가 어우러진 영화 [달짝지근해: 7510]는 무더운 여름 유쾌한 웃음과 흐뭇한 로맨스로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한다. 다가오는 광복절 연휴 가볍게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봐도 좋을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