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디즈니플러스가 강렬한 매력을 뽐내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공개했다. 시작 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500억 대작 [무빙]이 공개 이후 꾸준히 호평을 얻으며 순항 중이다.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화려한 출연진과 더불어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각본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는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들을 쫓는 세력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등학생 김봉석(이정하)은 돈가스집을 운영하는 엄마 이미현(한효주)과 단둘이 살고 있다. 봉석은 미현에게서 오감 능력을, 아빠 김두식(조인성)에게서 비행 능력을 물려받은 초능력자다. 비행 능력을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봉석은 미현의 뜻에 따라 살을 찌우고 무거운 물건을 잔뜩 들고 다니면서 능력을 숨겨왔는데, 전학생 장희수(고윤정)를 만나고 설렘을 느끼면서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들키고 만다. 희수 역시 아빠 장주원(류승룡)에게서 재생 능력을 물려받은 초능력자로, 자신을 생각해 주는 봉석과 비밀을 공유하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한편, 택배기사로 위장한 의문의 인물 프랭크(류승범)가 나타나 과거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초능력자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하고, 사고로 위장한 의문스러운 사건들을 지켜보던 미현은 누군가가 초능력자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빙]은 첫 주에 에피소드 7편을 공개한 뒤,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를 2편씩 공개한다. 초반 에피소드는 초능력자의 자녀들인 봉석, 희수, 이강훈(김도훈)의 서사에 집중한다. 능력을 숨기고 살아온 봉석과 강훈, 학교폭력 사건에 휘말리면서 자신에게 초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희수의 이야기를 그리며 2세대 초능력자들의 캐릭터를 구축한다. 그와 동시에 세 사람이 얽힌 풋풋하고 설레는 하이틴 로맨스를 귀엽게 그려낸다. 희수는 첫 등장부터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매력을 보여주고, 봉석은 희수를 다정하게 배려하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에게 첫사랑의 두근거림을 느낀다. 강훈은 희수에게 호기심 반, 호감 반의 감정을 느끼며 희수와 봉석의 관계를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배우들은 캐릭터를 찰떡 같이 소화하며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배가한다. 여기에 더해 로맨스뿐 아니라 봉석과 희수를 통해 타인에게 공감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따뜻하고 선한 메시지를 꾸준히 건네는 점도 인상적이다.
전직 요원이자 은둔 중인 초능력자와 대치하는 프랭크의 액션 또한 볼거리다. 오랜만에 작품으로 돌아온 류승범이 재생 능력을 가진 프랭크을 맡아 괴력을 가진 진천(백현진), 투시 능력과 뛰어난 사격술을 지닌 나주(김국희), 전기 능력을 지닌 봉평(최덕문)과 차례로 맞닥뜨리는 액션을 선보인다. 드라마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합과 더불어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잔혹한 비주얼로 청불 시리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르적 매력을 확실히 챙긴다. 게다가 단지 액션씬을 위해서 등장인물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죽여야만 하는 전직 요원들의 자식을 향한 애정과 가족에게 버려지고 강제로 어중간한 이방인이 되어버린 프랭크의 감정을 대비시키면서 프랭크의 행보에 무게를 더한다.

2주 차에 공개된 8, 9화부터는 본격적으로 부모 세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중 안기부 요원이었던 미현과 두식의 사랑이 인상 깊다. 앞서 보여줬던 2세대 아이들의 로맨스가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질 만큼 귀엽고 풋풋했다면, 임무로 만난 미현과 두식이 서로에게 점점 빠져드는 모습은 짜릿하면서도 애틋한 순애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한효주와 조인성의 훌륭한 케미스트리까지 더해지니 이들의 로맨스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제 막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무빙]은 총 20부작으로, 다른 전직 요원들의 과거사부터 2세대 초능력자를 몰래 육성하는 국정원, 이들을 쫓기 시작하는 북한 요원 등 풀어내야 할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장르적 즐거움이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도 흥미롭게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