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 웃으며 보고 있으면 어느새 서늘한 쫄깃함이 밀려온다. JTBC 주말드라마 [힙하게]가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는 그 주인공이다. [닥터 차정숙], [킹더랜드]와 같은 전작들보다 시청률은 다소 낮지만, 한 번 시작하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흥미롭고 유쾌한 전개로 꾸준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미스터리한 사건 속으로 향해가고 있다.

[힙하게]는 요즘 드라마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운다. 그런데 능력이란 게 어째 민망하다. 사람이나 동물의 과거 기억을 볼 수 있는 신통방통한 능력이 그 대상의 엉덩이를 만져야 발휘된다. 하늘을 날고 염력을 쓰고 거짓말을 간파하며 귀신을 보는 능력자들과 견주어도 분명 밀리지는 않는데, 힘을 사용하는 설정이 독특해서인지 감탄하기에 앞서 웃음이 먼저 나온다.
게다가 이 능력을 사용하는 이가 단아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한지민이다. 그간 다양한 역할을 해왔던 한지민은 이 작품에서 아낌없이 망가지고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마음껏 뽐내며 매주말 시청자를 웃음 짓게 한다. 그중에서도 1회에서 흥분한 소에 매달려 비명을 지르는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엉덩이를 만진다는 설정이 줄 수 있는 불편함까지 쑥 들어가게 할 만큼 엉뚱한 매력으로 (그리고 여전히 사랑스러운) 극을 종횡무진하며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킨다.
[힙하게]는 범죄 없는 소도시 무진에서 유성우에 맞고 별난 능력이 생긴 주인공이 열혈 형사와 엮이면서 공조 수사를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지민이 말 그대로 어쩌다 초능력을 득템한 수의사 봉예분을, 이민기가 무진으로 좌천되어 서울로 복귀를 꿈꾸는 형사 문장열을 맡아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드라마 초반부는 예분과 장열의 관계성을 구축하며 시트콤을 보는 듯 경쾌하게 질주한다. 예분이 갑자기 나타난 능력을 신내림으로 오해하고, 이를 사람에게 시험해 보려다 장열에게 변태로 오해받는 등 일련의 에피소드들이 육성으로 터지는 웃음을 유발한다. 예분의 진지한 태도와 호기심이 주변 상황과 부조화를 이루는 게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홀로 납치사건을 파헤치던 예분이 의심스러운 대학 후배의 집을 몰래 들어갔다가 벽돌에 끼인 채 겨우 빠져나와서 장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화가 좋은 예다. 광수대 복귀를 외치는 장열 또한 과한 열정과 의외의 빈틈으로 코미디에 일조한다.

초능력을 다루는 방식은 재기 발랄한 B급 감성이 넘친다. 능력을 사용하면 그 대가로 머리가 빠지는가 하면, 엉덩이를 만지는 손을 잘 관리할수록 능력이 업그레이드되어 영상으로 재현되는 기억이 선명해지고 필요한 부분은 확대해서 볼 수 있다는 설정을 뻔뻔하게 밀어붙이니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뿐인가. 예분과 장열의 주변 사람들은 어찌나 하나 같이 독특한지 초반부에는 웃다 보면 한 회가 끝나는 기분이 들 정도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패러디하며 어딘가 짠내 나는 중년 로맨스를 선보이는 예분의 이모 현옥(박성연)과 무진 경찰서의 강력반장 종묵(김희원), 신빨이 떨어져 작두에 올라타지도 못하는 생계형 무당(박혁권), 에둘러 말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무진 사람들, 그리고 예분의 절친이자 언니 부대를 이끄는 옥희(주민경)와 독특한 억양으로 충성스럽게 ‘언니’를 외치는 김용명(김용명)까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뚜렷한 존재감을 새기며 쉴 새 없이 웃음 폭탄을 터뜨린다.
잔재미 가득한 코미디로 예열을 마친 [힙하게]는 이제 본격적으로 미스터리를 가동하고 있다. 범죄 없는 청정마을 무진에 세 번째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예분과 광식(박노식)에 이어 초능력을 쓰는 제3의 인물이 유력 용의자로 등장한 것. 8회 엔딩과 9회에서 장열과 광식을 빼고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예분의 불안감을 평소 왕래했던 주변 사람들의 친근한 모습과 서늘하게 대비시키는 장면은 [힙하게]가 코미디뿐 아니라 스릴러도 잘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남은 이야기에서 예분과 장열은 더 끈끈한 공조를 펼치며 범인을 잡아낼 테고, 유쾌한 흐름 속에서도 의뭉스러운 존재감을 드러냈던 선우(수호)의 비밀이 드러날 것이다. 예분의 엄마의 죽음에 얽힌 차주만 의원(이승준)의 어두운 탐욕도 곧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예분은 할아버지(양재성)와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정을 회복할지도 모른다. 차곡차곡 계획된 여정에서 시청자를 즐겁게 했던 맛깔나는 코미디도 계속해서 빛나길 바란다. 아, 그리고 문장열은 광수대에 복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