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사랑하고, 세계가 존경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미디어 속에서도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이순신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 최초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성웅 이순신], 시청률 30%를 돌파했던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변주한 애니메이션들과 뮤지컬, 웹툰, 플래시 게임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재해석되고 있다.

그만큼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인물이기에 많은 배우들이 이순신을 연기했다. 드라마에서는 냉정한 영웅이 아닌 따뜻한 인간으로서의 이순신 장군을 완벽하게 표현한 김명민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유동근, 김석훈, 최수종, 아역으로는 유승호가 있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위대한 영웅을 재해석했다.

그런데 의외로 배우들이 이순신 장군 역을 맡으면 부담이 많다고 한다. 워낙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본인의 연기가 행여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많았다고. 그럼에도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뜨거운 연기를 펼쳤기에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뜻을 오늘날에도 생생히 기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부담을 딛고 영화 속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배우는 누가 있는지 살펴본다.

장광 / [난중일기] (1997)

한길프로덕션

변강문 감독의 애니메이션 극장판 [난중일기]에서는 장광 배우가 이순신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애니메이션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아낸다. 죽음을 예견하고서도 자신을 존경하는 소년병의 목숨을 대신 구하고 전사하는 인간적인 모습, 억울한 상황에서도 부하를 타이르는 원칙주의자의 모습, 온갖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최후까지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모습 등. 장광은 중견 베테랑 성우답게 이 모든 목소리를 훌륭하게 전달하였고, 이순신의 일생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 또한 호평을 받았다.

김진규 / [성웅 이순신] (1971)

연방영화주식회사

유현목 감독의 1962년 개봉작 [성웅 이순신]은 이순신 장군을 다룬 최초의 한국영화다. 과거 연극 무대의 경험이 있던 김승길 배우가 이순신 역을 맡았다. 같은 제목의 1971년 작품 [성웅 이순신]은 역시 이순신의 업적을 다룬 초기 한국영화 작품이다.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렸고,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고 김진규가 이순신 역할을 맡았다. 주연이자 제작을 맡았던 배우 김진규는 특히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에 강한 애정을 보였는데, 두 번이나 이순신을 연기했다. [성웅 이순신]은 1971년 당시 한국 역사상 최고 제작비를 쓴 작품이었으며, 1977년 영화 [난중일기] 역시 10만 명에 달하는 출연자가 동원된 유례 없는 대작이었다. 그러나 두 작품이 모두 흥행에 실패하며, 한동안 이순신 장군에 대한 실사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박중훈 / [천군] (2005)

쇼박스

이후 한국 영화가 다시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다룬 것은 2005년 [천군]에서였다. 사극과 SF를 결합한 영화 [천군]은 남북한 군인들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의 조선으로 이동하게 되며, 그곳에서 청년 이순신을 만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28살 삐딱한 청년 이순신의 일생이 뒤바뀌는 과정을 신선한 방식으로 그려냈고, 배우 박중훈이 젊은 이순신을 연기했다. 영화의 초반, 이순신은 무과에 낙방하고 인생을 포기한 무력한 청년으로 등장한다. 훗날 영웅이 되기엔, 너무도 허랑방탕한 청년이다. 그러나 훈련과 수련을 반복하며 영웅으로 각성하고, 마침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으로 거듭난다. 특히 영화의 에필로그가 인상적인데, 명량 해전에 나서서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대사를 읊으며 전투에 나서는 장면으로 장식했다.

최민식 / [명량] (2014)

CJ ENM MOVIE

역사를 바꾼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전쟁을 그린 [명량]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시작이다. 총 관객 수 17,615,844명으로, 역대 대한민국 영화 시장 관객수 1위를 차지한다. 곧 개봉 10년이 되어가지만 현재까지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명량]에서는 배우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다. 최민식은 평소 존경해 마지 않는 위인을 연기하기 위해 인물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치열한 고민을 거듭했다. 또한 ‘명량대첩’을 이끄는 장수로서의 이순신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한겨울 혹한과 한여름의 폭염 속에서 격렬한 전투씬을 모두 직접 소화하며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 결과물로 희망과 절망, 용기와 두려움, 리더십과 외로움 등 폭넓은 진폭의 감정과 애끓는 인간미가 살아 숨쉬는 이순신 장군이 탄생했다. 최민식은 영화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위대한 영웅 이순신 장군에 대한 예의와 존경의 의미로 씻김굿을 제안하고, 그 현장에서 눈물을 쏟아낼 만큼 캐릭터에 대한 강한 애착과 경외심을 드러냈다.

박해일 / [한산: 용의 출현] (2022)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명량]의 프리퀄로 개봉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배우 박해일이 이순신을 연기했다. [한산]은 그 어떤 전투보다 벅찬 승리를 맞이한 한산해전을 배경으로 한다. 여기서 김한민 감독이 그린 이순신은 전략엔 신중하고, 전투엔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영화 속 이순신 장군은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선조마저 의주로 파천하며 수세에 몰린 상황에 처한다. 거북선의 도면마저 도난당하는 어려움을 겪지만, 조선을 구하기 위해 전술을 고민하며 출전을 준비한다. 누명, 고문, 백의종군, 모친상, 칠천량의 패배 등을 겪고 많이 지친 모습인 최민식의 이순신과는 또다른 모습이다. 박해일은 승리를 위해 고민하고 고뇌하면서도, 필승의 의지를 불태우는 40대의 이순신을 잘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윤석 / [노량: 죽음의 바다] (2023)

롯데엔터테인먼트

모두를 압도할 최후의 전투를 그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다. 영화의 배경은 임진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왜군의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의 시작과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고 전쟁을 올바르게 끝내려는 사투, 그리고 충무공 이순신의 죽음까지를 다룬다. 최후의 전투이기에 이전 작품들보다 더욱 장엄한 분위기이며, 모든 전쟁을 마무리하는 고뇌가 담긴 것이 차별점이다. 이순신 장군 역할에 부담감을 느낀 김윤석은 앞서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과 박해일에게 조언을 구하였고 “그저 기도해라”라는 조언을 얻었다고 밝혔다. 걱정과 달리, 공개된 스틸컷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대담하게 소화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이외에도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등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도 기대를 모은다.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는 2023년 12월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