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의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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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7 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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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법과 정의> 마지막 회입니다. 이번 회에서는 시즌 1의 충격적 결말인 네드가 죽음에 이르는 판결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좌의 게임>의 모티브가 된 역사적 배경은 역시나 중세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중세에도 '정의'라는 개념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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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정의'(justice)라는 개념을 의인화(personification)한 '유스티치아'(Justitia)라 불리우는 정의의 여신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법원같은 건물의 외부장식에 흔히 볼 수 있는 조각이나 부조 혹은 벽화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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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베른 시내의 정의의 여신상 16세기 작품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린 것은 판결을 내림에 있어서 공정성, 객관성을 의미합니다.  

전칭 위에 올려진 정의를 가려내기 위한 증거를 그 자체의 무게로만 판단하고 외양으로 판단해선 안된다는 것이죠.  

또한 오른 손에 들고 있는 검은 엄정한 심판을 의미합니다.  

<왕좌의 게임> 세계에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존재하는데요. 바로 일곱신 신앙(Faith of the Seven) 중 하나인 아버지(The Fath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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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끝의 두번째에 위치한 '아버지'는 단지 두 눈을 가리지 않았을 뿐  

정의의 여신과 유사하게 검과 저울을 들고 있으며 심판과 정의를 상징합니다.

이처럼 지금으로부터 천년도 더 지난 중세사회나 판타지인 <왕좌의 게임> 세계에서도

'정의'라는 개념과 그 개념을 체화한 신적인 존재가 등장하는데요.

저는 이러한 이념화가 실제 현실과 역사에서 대체적으로 정의가 실현되어 오지 않았고  

그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며 또 그것을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정의의 여신'이나 '아버지'와 같은 존재를 신으로 추앙하며 규범으로 삼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중세 시대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재판방식은 현재와 비교해서 훨씬 더 잔혹하고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과는 달리 '법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수사기법과 공정한 법적 공방을 통해서 사실을 밝혀내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판이 '시련을 통한 재판'(trial by ordeals)이었는데요.  

간단히 말해서 피고에게 다양한 방법의 시련을 주어 살아남으면 정의의 여신이 선택하였으므로 무죄를 주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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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에 손을 담궈 화상을 입힌 후에 상처가 곪으면 유죄, 곪지 않으면 무죄, 물에 빠뜨려서 가라앉으면 무죄, 물위에 뜨면 유죄 이런식이었죠.

케틀린에게 잡혀간 티리온이 풀려난 방식인 '결투에 의한 재판'(trial by combat) 역시 중세시대에 통용되던 재판방식이긴 하지만

티리온 같이 고귀한 혈통, 즉 높은 귀족들에게만 적용되는 그래도 나름 고상한 재판방식이었다고 하네요.

 

역시 <왕좌의 게임> 시즌 1의 클라이막스인 '네드 스타크의 재판' 역시 정의의 구현과는 거의  무관한 방향으로 전개되는데요.

네드는 자신이 믿었던 '서시 왕비는 로버트 왕을 속여 왔으며 왕좌는 정당한 후계자인 스타니스에게 돌아가야 한다.'라는 '정의'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관철하려고 하였으며 서시와 그의 어린 자녀들까지 자비롭게(?) 풀어주려 하다가 역으로 조프리 왕에 대한 반역죄로 몰립니다.


'왕좌의 게임을 할때는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When you play the game of throne, you win or die.)라는 권력게임의 비정한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순진함과 원칙만을 고수하는 융통성 없음, 그리고 몇 가지 불운들이 결합되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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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감옥에 갇힌 네드는 그래도 캐틀린이 티리온을 인질로 잡고 있는데 설마 나를 죽이겠어? 하고 여유를 부려보지만

그를 찾아온 바리스를 통해 티리온이 무사히 탈출했음을 듣고 자신이 이미 죽은 목숨임을 직감합니다.

그러나 일단은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라니스터는 전략적으로 그 반대의 것을 생각했음이 틀림없습니다.


아버지를 반란죄로 억류한 것에 반발하여 일어나는 북부의 롭, 스스로의 왕좌의 대한 권리를 주장하여 일어난 로버트 왕의 두 동생이라는

세 개의 거대한 세력을 한번에 상대해야 하는 라니스터의 입장에서는  

티리온을 인질로 잡은 케틀린과 마찬가지로 네드의 인질로써의 가치를 최대한 살려두는 것이 하나의 적이라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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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라니스터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애틋한 딸의 마음을 이용하여 산사로 하여금 아버지의 반역죄에 대한 왕의 자비(King's mercy)를 구하게 합니다.

조프리 왕은 반역자인 네드가 반드시 죄를 고백하고 자신이 정당한 왕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못박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왕의 자비는 없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바리스는 이러한 왕의 뜻을 지하감옥의 네드에게 전달하지만  

네드는 바리스 앞에서 자신의 원칙과 정의를 저버리고 나이트워치에서 몇 년 더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마지막 자존심(?)을 굽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완고한 네드도 인질로 잡힌 딸들을 언급하자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바리스 앞에서는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였지만 결국 '베일로르 셉트'앞에서의 재판에서는 스스로의 죄를 고백하고 조프리를 세븐킹덤의 정당한 왕으로 인정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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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로르 셉트 재판장에 끌려나온 네드를 바라보는 피터, 산사, 서시 세사람의 표정이 이 모든 과정을 말해 주는듯 합니다.

사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라니스터에 의해서 치밀하게 연출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되는데요.  

반역자의 자백과 조프리를 정당한 왕으로 인정하는 재판을 대중에게 공공연히 보여줌으로써 왕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선하고 자비로운 왕이었던 베일로르를 기리는 셉트를 재판정으로 선택하여 왕의 자비로움을 보이는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다섯 왕의 전쟁'에서 롭을 제어하고 산사를 통해서 북부에 영향력을 가져가려는 전략적인 의도가 명백한 연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 .... 바로 조프리의 광기똘끼라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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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똘끼를 유감없이 시전하고 있는 중인 조프리입니다.  

'내 왕국에서 반역자가 처벌받지 않고 그낭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는 말했지만 사실은 스타크에 쌓여왔던 감정을 폭발시킨 것이겠죠.

이러한 조프리의 돌발행동(?)으로 네드 스타크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즌 1의 거의 첫장면에서 주장하였던  

자신의 정의(판결을 내린 자가 검을 휘둘러야 한다)와는 정반대의 정의에 의해서 그리고 자신이 휘둘렀던 가문의 검(아이스)에 의해 죽입을 당하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네드의 재판의 연출을 통해 얻어가려던 라니스터의 전략적 이점 역시 무산되었죠.

라니스터는 시즌 2에서 아버지의 복수심에  불타오른 불패의 롭과 스타니스, 렌리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골치아픈 상황에 처하게 되죠.

이는 일견 케틀린이 철저하지 못해서 티리온을 놓아 줄 수 밖에 없었던 실수의 되풀이로 보이지만

서서히 싹을 틔우고 있던 조프리의 똘끼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기에 아무리 치밀한 계획이라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죠.


사람이 계획하고 준비한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옳다고 믿는 정의대로 세상일이 흘러간다면 어떤 세상이 되었을까요?

어떨진 몰라도 재미는 참 없을 것 같네요. 그래서 역사와 <왕좌의 게임>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이로써 <법과 정의>를 마무리하구요. 다음부터는 또 다른 주제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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