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펙터(Spec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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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28 10: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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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lia Cultura는 영화, 드라마,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적 체험들에 대한 소통의 장입니다.

'스폴리아 쿨투라 spolia cultura'는 라틴어로 번역하자면 '문화의 전리품'쯤 되는데요.

특히 '스폴리아 spolia'는 고대 로마에서 전쟁의 전리품으로 가져와  

'원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른 건축물의 일부가 된 장식이나 건축재를 말합니다.

유명한 것으로 로마 시내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에도 원래 건축의 요소가 아닌 '스폴리아'가 섞여 있답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적 체험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눔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전유(appropriate)하고자 시도가 바로 Spolia Cultura이며

따라서 '전리품 spoils'의 다른 의미인 '스포일러 spoiler'가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007 시리즈는 어린시절을 함께 했던 영화 시리즈 중 하나였다. 어떤 남자아이가 그러지 않았을까?

 

TV에서 주말의 명화나 명절특선 영화에서 숀 코너리(Sean Connery)나 로저 무어(Roger Moore)의 007 영화가 상영하면 빼놓지 않고 봤었고 90년대의 새로운 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넌(Pierce Brosnan)의 네 편의 007도 아마 최악의 007로 평가받는 2002년도의 <007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를 빼고는 다 봤던걸로 기억한다.

 

그러니 밀레니엄의 새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007을 어찌 안 볼 수 있으랴? 게다가 그의 마지막 007 영화인데? 게다가 전작인 샘 멘데스(Sam Mendes) 감독의 2012년 작 <007 스카이폴>(Skyfall)이 워낙 훌륭한 작품이었던 만큼 같은 감독의 <007 스펙터>(Spectre)를 기대하지 않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카지노 로얄>에서 <퀀텀>으로 이어진 실망감이 <스카이폴>에서 <스펙터>로 반복되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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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앞선 007 출연작 세편을 아우르는 종결편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이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서 <스카이폴>까지의 등장인물, 특히 악당들이 직접 다시 등장하기도 하고 오프닝에서부터 몇번씩이나 암시되고 언급되기도 한다. 베스퍼 린드, 미스터 화이트, 도미닉 그린, 라울 실바 그리고 M ...... 전편의 등장인물들이 마치 망령(specter) 처럼 <스펙터>에서 떠돈다. 2006년의 <카지노 로얄>에서 2015년의 <스펙터>가 거의 10년의 터울이 있는만큼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고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 한둘을 제외하고는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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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을 좋아하는데 물론 그의 제임스 본드가 2000년대 중반의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나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하긴 어렵지만 (영웅의 기원을 탐구하여 영웅의 인간적 고뇌의 시작을 확고한 설정으로 삼아 더 큰 이야기, 트릴로지 혹은 그 이상의 시리즈 물을 생산하는 것이 확실히 근래 10년간의 트렌드인듯 하다.) 고뇌하고 긴장되어 보이고 악전고투를 마다하지 않는 새로운 본드가 여유롭고 위트있고 능글맞은 클래식한 본드에 비해 신선하게 다가왔고 더 설득력 있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런 흐름에 발맞추어 등장하는 악당들 역시 과거 냉전시대의 적이나 과대망상 테러리스트 등에서 보다 최근의 시대적 이슈가 반영된 듯 보이는 테러리스트 자금관리사-도박사(카지노 로얄), 환경운동의 탈을 쓴 자원 제국주의자(퀀텀 오브 솔러스), MI6와 M에게 원한을 품은 전직 첩보요원(스카이폴) 등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 상에서 <스펙터>의 악당 에른스트 블로펠트 혹은 프란츠 오버하우저는 두 가지 측면의 동기를 가지고 제임스 본드를 대적한다. 하나는 지극히 사적이고 가족사적인 원한,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구시대의 첩보시스템인 '더블오 프로그램'(00 Program)의 폐지와 전 지구적 감시 시스템으로의 대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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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펠트의 첫번째 동기는 아마도 <스펙터>가 실패로 여겨질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듯 하다. 블로펠트와 제임스 본드가 의복형제이며 아버지를 뺏어간 것에 분노하여 아버지를 죽이고 그 원인을 제공한 형제에게 지금까지의 모든 고통을 선사하였다? <카지노 로얄>에서 베스퍼 린드와의 사랑과 배신과 상실의 고통, <스카이폴>에서의 MI6의 파괴와 '진정한 본드걸' M의 죽음까지 모두 내가 한 짓이었지롱~ 괴롭지? 하는 장면에서 어안이 벙벙하지 않을 팬은 아마도 별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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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자신이 이끌로 있는 '스펙터'라는 전세계적 범죄단체와 그 하수인으로 영국 첩보기구에 침투한 C, 맥스 덴비에 의한 자신들이 이용가능한 막대한 자원인 전세계적 감시 시스템을 도입함과 동시에 과거의 첩보 시스템이며 제임스 본드의 정체성인 살인면허(license to kill)을 가진 '더블오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이다. 

 

전작 <스카이폴>에서부터 MI6는 핵심인물을 잃고 본부가 파괴당하는 등 심각하게 위축되어 왔으며 <스펙터>에서는 그 존재의 위기를 겪게 된다. 그래서 <스펙터>의 본드는 본부의 조직적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행동하거나 본부의 명령에서 일탈한(?) 본부 직원들의 개인적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에 더욱더 고독하게 악전고투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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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결말이야 영화를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듯이 본드와 새롭게 M이 된 가레스 말로리 등의 분전으로 블로펠트와 C의 음모를 분쇄하는데 성공한다. 이미 파괴된 MI6 건물은 그 과정에서 흔적도 남지 않고 철거(?)되지만 말로리의 대사를 통해서 '더블오 프로그램'의 존재의의를 다시금 확인한다.

 

'살인면허'(license to kill)은 동시에 '살인하지 않을 수 있는 면허'(license not to kill)이기도 하다고 감시시스템이 과연 이러한 분별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본드는 말로리의 이러한 대사에 화답이라도 하듯 마지막 장면에서 '살인하지 않을 수 있는' 분별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모든 고통의 원인(?)인 블로펠트를 죽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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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나선 MI6를 그만두고 연인이 된 마들렌과 떠나게 된다. 물론 고풍스런 클래식 애스턴 마틴을 가져가는 걸 잊지 않고. 행복과 평온, 휴식을 찾은 제임스 본드라고? 전혀 예상치 못하고 맘에 들지 않은 결말이었다. 

 

최초의 연인(베스퍼 린드)를 잃고 일말의 위안(퀀텀 오스 솔러스)를 찾았지만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위기감과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은 상실(스카이폴)을 겪게 되는 것이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새로운 본즈 아니었던가? 어쩌면 그가 출연한 마지막 작품이기에 그에게 이정도 행복과 새출발이 합당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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