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 피크(Crimson P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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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2 11: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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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lia Cultura는 영화, 드라마,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적 체험들에 대한 소통의 장입니다.

'스폴리아 쿨투라 spolia cultura'는 라틴어로 번역하자면 '문화의 전리품'쯤 되는데요.

특히 '스폴리아 spolia'는 고대 로마에서 전쟁의 전리품으로 가져와  

'원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른 건축물의 일부가 된 장식이나 건축재를 말합니다.

유명한 것으로 로마 시내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에도 원래 건축의 요소가 아닌 '스폴리아'가 섞여 있답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적 체험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눔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전유(appropriate)하고자 시도가 바로 Spolia Cultura이며

따라서 '전리품 spoils'의 다른 의미인 '스포일러 spoiler'가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원래 영화를 보러가기 전엔 되도록이면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최소한으로 알고 가는 것을 좋아하기에 <크림슨 피크>를 보기 전에 가지고 있던 키워드라면 유령, 작가, 미스테리어스한 이방인, 음산한 저택 이 정도였던것 같다.

 

이런 키워드의 공포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에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와 요새 잘 나가는 스타일리시한 세 배우를 끼얹는다!? 영화 팬이라면 이런 영화에 대해서 기대하지 않기가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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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흥미로운 요소들의 결합으로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 영화라는 예술장르가 재미있는 점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예술장르들과 비교했을 때 영화는 대체적으로 감독의 작품으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그 어떤 예술보다 많은 사람이 창작에 참여하고 (엔딩 크레딧을 보라!) 또 수 많은 이해관계가 제작과정에 얽혀있기에 예상보다 실망스런 혹은 예상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오는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네 가지의 키워드는 많은 미스테리 공포 스릴러 물에서 거의 클리셰처럼 사용되는 것이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와 같은 스타일이 있는 감독이 이걸 어떻게 풀어낼까 하는 것이 <크림슨 피크>를 볼 나의 감상 포인트였다.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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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유령이 등장하는 작품은 너무도 많으니 딱히 다른 예를 들어서 비교하진 않겠다. 이디스의 어린시절부터 '크림슨 피크를 조심하라'고 알려준위협한 ​ 어머니의 유령부터 알러데일 저택에서 끔찍하고 억울한 죽음을 당해 그 원한으로 출몰하는 유령까지 <크림슨 피크>의 유령은 끔찍하고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나 실질적으론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무섭기는해도 이들은 아무런 해를 가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애원하는 애처로운 피해자들일 뿐이다.  

 

유령이 무언가를 했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이디스를 살린(?) 토마스의 유령일까? 아니면 최초부터 '크림슨 피크를 조심하라'고 했던 어머니의 유령일까? 어머니와 크림슨 피크와 관련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경고했던 것일까에 관한 의문은 영화에서 아쉽게도 설명되지 않는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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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주인공인 미스테리 스릴러는 사실 매력적인 점이 많다. 용의자인 작가가 창조해낸 이야기가 실제 사건으로 벌어지는 영화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이나 창작의 괴로움으로 외딴 곳으로 도피한 작가가 끔찍한 일을 겪게 되는 게임 <앨런 웨이크>(Alan Wake)가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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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크림슨 피크>의 주인공 이디스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작가이지만 자신의 작품을 알아봐주었던 남자를 만나자 작품에 대한 열정이 남자로 향해버린 순진한 여자일 뿐이다. 그리고 모든 일을 다 겪고 써낸 책이 바로 <크림슨 피크>라는 점 이외에는 주인공을 작가로 설정한 다양한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   


미스테리어스한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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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넘치치만 인정받지 못한 순진한 작가인 주인공 앞에 홀연히 나타난 유럽 출신의 매력적인 두 남매 이방인, 이런 설정은 어딘가 비슷하지만 사실은 꽤나 다른 같은 주연(미아 바시코브스카)의 영화 <스토커>(Stoker)를 떠오르게 만든다. 가장을 잃은 아름다운 모녀 앞에 갑자기 등장한 치명적인 매력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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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 아쉬움이다. <크림슨 피크>의 초반부의 이디스가 위험한 매력의 이방인인 토마스 샤프에게 끌리고 일련의 사건을 통해 문제의 저택으로 향하는 과정은 <스토커>의 성적 긴장감 가득하며 미스테리를 유발하는 초반부에 비하면 너무도 지루하고 상투적이다. 영화를 보면서 좀 간략하게 줄이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음산한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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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 피크>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적 장치이지만 미스테리의 공간적 구조화란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음은 어쩔 수 없다.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 처럼 다가가서는 안되는 금지된 공간이 존재하고 그것에 접근해가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을 하였지만 그 금제가 너무 강력해서 유발되는 긴장감과 공포도 비밀에 접근하여 풀어나가는 쾌감도 약하다. 토마스는 애초부터 유약해 보였고 루실은 푸른 수염이 되기엔 너무 엉성하고 애틋한(?) 캐릭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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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도레의 <푸른 수염>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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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등장하는 공간적 특징과 유령들에 얽힌 이야기들도 영화에 거의 끝부분에 가서야 갑작스럽게 풀어놓아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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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진흙 광산 위에 지어져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저택 주변의 땅이 선홍색으로 물들어서 '크림슨 피크'라는 별명으로 불린 저택이기에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영화 종결부에 갑작스레 각종 흉기와 피가 난무하는 슬레셔 무비(?)로 전환되는 전개도 좀 어이없고 델 토로답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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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까지 살펴 본 네 가지 관람 포인트 이외에도 주요 사건의 동기나 인물의 심정변화 동기가 설득력이 부족하거나 영상과 함축적 의미로 충분히 관객들에게 알려 줄 수 있음에도 굳이 대사로 명백하게 설명해주는 연출방식 등 아쉬운 점을 여럿 발견하긴 했는데 사실 적고 보니 너무 아쉬운 점 위주로만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점만 나열한 것 같다. 이게 다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제 '기예르모 델 토로'라는 이름에 거는 기대를 좀 낮춰야 할 때가 온 걸까? 지켜보야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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