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Ca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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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15 19: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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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말들은 종종 그 영화의 본질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심지어는 왜곡시켜 버리기도 한다. 이 경우에 <캐롤>을  단순히 '동성애 영화'라 부르는 것은 <캐롤>이 보여주고 있는 핵심을 결코 다 담아내지 못하며 '퀴어(queer)무비'라 하는 것은 지나치게 나아간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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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theguardian.com


<캐롤>은 영화의 도입부의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단 한 컷을(테레즈가 직원수첩(?)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1952년이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외하고는 등장인물들이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미국 문화에 익숙하던 익숙하지 않던간에 관객은 그저 옷차림과 도시 풍경을 통해서 추측할 수 밖에 없다.


1950년대 미국 사회에서의 동성애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캐롤>을 퀴어무비로 볼 수 있는 것일까? <캐롤>은 '사회적 문제으로서의 동성애'라는 퀴어무비가 정확히 다루고자 하는 그 지점까지 가지 않는다. 아니, 그것을 철저하게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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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collider.com

 

그 대신에 <캐롤>은 테레즈와 캐롤, 두 사람의 만남으로 인한 분위기, 특히 두 사람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페이소스(pathos)에 집중한다. 서사구조 역시 영화적 흥미를 유발하거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고 평범한, 어딘가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사랑 이야기일 뿐이다. 단지, 그 이야기의 두 주인공이 둘 다 여성이라는 점이 <캐롤>을 '동성애 영화'라 부를 수 있는 단 한가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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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theneotrad.com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 두 배우가 함께 만들어내는 분위기, 얼굴에서 드러나는 감정선, 이것만 하더라도 관객들이 이 영화에 몰입하고 열광하기에 충분 힌 것 같다. 두 배우를 선택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적 표현으로 만들어 낸 토드 헤인즈 감독의 역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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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theguardian.com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테레즈와 캐롤의 눈빛과 표정이 남는 기억의 대부분일 정도로 두 배우의 연기는 각자의 캐릭터에 거의 완벽하게 녹아들어가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원작소설 <소금의 값>(Price of Salt)에도 두 주인공이 그렇게 묘사되어 있는지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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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emgn.com


영화 러닝타임 내내 단 한 순간도 감정의 넘쳐남 없이 담담한 분위기 역시 두 배우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테레즈가 캐롤을 찾아가서 서로를 발견한 그 순간의 미소는 좀처럼 잊기 힘든 엔딩장면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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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thefilm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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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Sicario)
폭력과 복수의 악순환에 대한 진실
꼭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모 평론가를 두고 발생한 번잡스런 논쟁을 한동안 따라갔더니 그 마음이 한풀 꺾여버렸어요.ㅋ 헌데 디세뇨님 글 보니 다시 마음이 동하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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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에요~ 후회하시지 않을실거에요 ㅎㅎ
굉장히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여러모로 원작을 찾아읽고 싶게 만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