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Next] 도시락 싸는 스파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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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14 17: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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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Next] 다음은 너로 정했다

도시락 싸는 스파이 부부 

 

이번 주에는 넷플릭스에서 <데어데빌Daredevil>의 두 번째 시즌이 풀려나옵니다.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시죠. 하지만, 제가 학수고대하는 드라마가 이번 주엔 하나 더 있으니, 그것은 바로 FX의 <(디)아메리칸즈The Americans, 2013~>입니다. 벌써 4번째 시즌인데, 생각보다 알고 계시는 분이 많지 않아서 시청 후 늘 혼자서 감상을 삼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하는 <아메리칸즈>입니다. 

 

<아메리칸즈>는 미국과 (구)소련의 정치/군사적 대립이 극에 달하던 8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에 걸맞게 주인공은 소련이 오래 전부터 미국에 심어 놓은 스파이들, 그것도 부부입니다.

 

f41e59438713116a3c66058bfd1f477a_1457941 지나치게(?) 충실한, 80년대의 재현 (모든 이미지 출처는 FX)

 

 

아, 80년대에 만들어진 드라마가 아니고, 80년대 초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맞습니다. 이래봬도 2013년에 시작하여 이어지고 있는 최신 드라마입니다. 어때요? ‘촌스러운 옛날 드라마’같은 느낌이 드시나요? 

 

 

촌스러운 것도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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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즈>는 단순히 80년대의 시대배경의 재현을 위한 자동차패션, 헤어스타일소품뿐만 아니라, 화면의 색감, 명암, 색조는 물론, 단조로운 조명과 때론 필름과 같은 거칠거나 뭉개진 입자까지 표현하며 80년대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황스러울 만큼 80년대스러운 최신 미드 <아메리칸즈>는, 우리가 80년대에로 돌아가 그 시대의 느낌과 감성에 익숙해질 때쯤 우리가 80년대에서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이야기의 전개캐릭터, 고민을 던지며 시대가 변한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80년대 시대와 드라마의 관습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뒤통수를 크게 맞는 방식입니다.

 

 

스파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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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주인공인 스파이 커플, 엘리자베스필립 제닝스 부부를 한 번 살펴볼까요. (다시 한 번 확인하자면, 미국 스파이가 아니라 소련 스파이 부부가 주인공입니다) 스파이, 그것도 부부라니. 왠지 <미스터&미세스 스미스Mr.&Mrs. Smith, 2005>같은 로맨틱 액션 코미디가 나올 만도 한데, 액션이 조금 있긴 하지만 로맨스코미디도 없습니다. 복잡한 애정관계들이 있기는 하지만, 단 밀당 후에 얻는 열매 같은 달콤한 수확보다는 잦은 거짓말배신으로 엉망진창인 관계들만 넘쳐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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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겆이 좀 해 놓으라고 했잖아?! / 아, 미안 (시무룩)

 

 

그래도, 스파이인데 번지르한 본부에 고급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기발한 첨단무기 정도는 기본 아닌가요? 하지만, 007 시리즈나 <킹스맨Kingsman, 2014>에서 보았던 그러한 모습들은 없습니다. 엘리자베스와 필립은 버지니아의 평범한 집에서 살고 있으며, 평범한 국산 자동차들을 탑니다. (물론, 필립의 쉐보레 카마로도 미국 남자들이 좋아하는 머슬카이지만 분명 본드의 애스턴마틴이나 랜드로버급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필립의 차가 카마로였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아래참조) 무엇보다 벽돌만한 무전기나 서류가방만한 외장하드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있자면 측은한 생각이 먼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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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그거...가발이죠?

 

그리고 (여주 스파이인 엘리자베스가 아주 매력적인 누님이긴 하지만) 남주 스파이 필립은, 본드도 킹스맨과도 거리가 먼, 심하게 평범하게 생긴 아저씨입니다. 그저 10대부터 FBI 직원까지, 많은 여성을 꼬시는 그의 재능이 부러울 신기할 뿐입니다. 

 

 

애 딸린 스파이, 바람피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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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와 필립 스파이 부부와 여느 스파이들과 다른 점은, 이 둘 사이엔 자녀가 있습니다. 본드가 부엌을 오가며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제닝스 부부는 아침에 아이들 도시락도 싸줘야하고, 학교에도 데려다줘야 하는 평범한 학부모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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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남자 필립의 최대 희생자, 마타

 

 

그만큼 <아메리칸즈>는 단순히 스릴 넘치는 첩보 이야기만큼 평범한 가족의 고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십 대 도 고민이고 무엇보다 드라마는 결혼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합니다. 엘리자베스와 필립 사이에는 아이도 둘이나 있고 20년 가까이 같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둘은 부부가 아닙니다. 평범한 가족으로 가장하기 위한 쇼윈도우 부부이며 동무comrade 사이일 뿐이죠. 둘 다 작전 때문에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 일은 허다하고 하다못해 필립은 작전상의 이유로 FBI의 직원 마타와 (이중)결혼까지 합니다. 

 

그래도 엘리자베스와 필립 사이에 이 없을 순 없죠. 같이 산 세월이 얼마인데. 그 때문에 둘은 종종 서로의 진짜 감정을 확인하고자 하기도 하고 그로인해 부부로서 위기를 겪기도 하고 (서류를 떠나) 정말 둘 사이를 묶고 있는 끈bond을 찾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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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하기 힘든 자본주의의 유혹

 

 

엘리자베스는 ‘위대한 조국’ 러시아만 생각하는 철저한 사회주의자인 반면, 필립은 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면이 있습니다. 필립은 전기도 잘 들어오고 식료품도 풍부한 미국도 그렇게 나쁜 곳은 아니라고 말하는 반면 엘리자베스는 모스크바도 워싱턴과 다를 바 없다고 미국인을 설득합니다. 필립은 신상 카마로에 빠져들어 충동구매를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런 필립이 자본주의의 재화에 빠져있다고 걱정합니다. 그렇게 자본주의의 실용적인 가치관과 사회주의의 이상적인 가치관은 수시로 부딪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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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제부턴 난 평생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야하는 건가요?

 

그런, 엘리자베스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 있었는데, 당에서 이제 15살이 큰 딸 페이지를 (부모 가업을 이을) 스파이 후계자로 만들라고 명하자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부부의 두 아이는 부모가 소련의 스파이인 것은 꿈에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의 가치관을 갖고 자란 미국인으로 성장한 아이들입니다. 자식에게, 우리가 사실은 간첩이다, 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지만, 극한직업인 ‘스파이’의 대를 물려주고 싶은 부모는 많지 않겠지요. 하지만, 결국 시즌 3 끝에 다가가면서 페이지는 부모의 실체를 알게 되고, 시즌 4의 트래일러에 페이지가 포함된 것을 보면 시즌 4는 페이지의 합류로 가닥을 잡은 듯 합니다.

 

 

 

 

<아메리칸즈>의 크리에이터인 조 와이즈버그Joe Weisberg는 전직 CIA 요원이었습니다. 실전에서 스파이들을 만나보니 그들도 여느 가족들처럼 아이들을 걱정하고 사소한 것으로 다투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아메리칸즈>는 그런 경험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했습니다. <아메리칸즈>는 (약간 서툴긴 해도) 007이나 킹스맨보다는 백만 배는 현실적인 첩보 드라마, 타자의 입장에서 미국과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드라마, 그리고 겸사겸사 가족의 의미도 되묻게 되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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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마타 ㅜㅜ
아메리칸즈 안보신분들 꼭보세요!! 완전 재밌습니다.
마타 ㅠㅠ 필립 나빠요
G 이방인
트레일러만 보고 말하긴 뭐하지만
주인공 부부가 페이지와 반대편을 보고 있고, 그들이 겨눈 총이 다시 페이지와 자기들을 향하고 있네요.
그러니까요, 그 전봇대를 돌아서 자기한데 총을 겨누던 광고가 생각나더라구요
하지만, 설마요 설마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