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에디 레드메인: "대니쉬 걸"의 진정성에 대하여

  • Eddie
  • 2016-05-03 04: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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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오스카 수상의 영광을 누린 데 이어 <대니쉬 걸>로 연이은 수상을 노리는 에디 레드메인이 사회극의 인간애에 대해 이야기한다. 

 

FEB 29, 2016, B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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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니쉬 걸>, 게르다 베게너 역의 엘리시아 비칸데르(좌)와 릴리 엘베 역의 에디 레드메인(우) (사진: Focus Features)

 

  호리호리한 영국인, 잭슨 폴락이 다녀간 듯 흩뿌려진 주근깨, 적갈색의 부스스한 머리. 여러분은 이 단어들을 연상시키는 한 배우를 보고 젊은 배우의 입맛에 맞는, 극히 한정적인 배역을 선택할 거란 합리적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톰 행크스와 프센서 트레이시의 뒤를 이어 두 해 연속으로 오스카 수상을 노리는 에디 레드메인은 매번 당신의 예상을 완전히 거스른 모습으로 화면에 얼굴을 비춘다. 에디 레드메인은 마이클 패스벤더보다 소박하고, 제임스 맥어보이보다 경험이 적고, 크리스 프랫처럼 운동광인 것도 아닌데다 유머러스하지도 않다. 하지만 30대의 다른 세 배우와 비교했을 때, 에디 레드메인은 천의 얼굴을 가진 현대판 히어로 '카멜레온'정도로 묘사 가능하다. 지난 겨울, 에디 레드메인은 우리의 눈앞에서 히어로에서 히로인으로 변신을 했다. 데이비드 에버쇼프의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한 <대니쉬 걸>은 한 세기 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실존 인물 릴리 엘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에디 레드메인의 굵직하고 연민 어린 연기를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통한 멋진 전환에 이어 에디 레드메인의 두 번째 오스카상 수상을 짐작케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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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레드메인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연기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 Focus Features)

 

  흠잡을 데 없는 대본 선별력(주피터 어센딩을 제외하고 말이다)뿐만 아니라 현 시대 최고의 배우라 불리는 에디 레드메인은 잭 니콜슨의 복사판처럼 보인다. 과감한 패션 센스를 가진 그는 최근 GQ에서 선정한 '옷 잘 입는 영국인'에 이름을 올렸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에디 레드메인은 어리고 건강한 호킹에서 신체적 장애를 가진 과학의 맹수 호킹까지를 연기한다. 실로 아름다운 변신을 한 그는, 다섯 달 동안 심도 있게 천체물리학 책을 읽고 호킹의 비디오 영상을 공부하며 '연기의 물리적 기본 요소는 모두 실생활과 밀접히 연관돼있으며 제2의 천성이나 다름없었다'는 말을 믿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혹평을 받는 <주피터 어센딩>이지만, 그는 늠름하고 무시무시한 발렘 아브라삭스를 연기했다. 금으로 치장한 검은 망토를 입은 채 바짓단을 휘날리던 그는 휴 잭맨이 '웨이트 와처스Weight Watchers'로 달려가게 만들 정도의 복근까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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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레드메인은 <주피터 어센딩>에서 외계인 악당 발렘 아브라삭스를 연기했다. (사진: Warner Bros.)

  하지만 톰 후퍼 감독의 <대니쉬 걸>에서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는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자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게 만들었다. 하이힐을 신고서 말이다. 이렇게 인간의 다양한 극단을 밝혀내고 연기하는 비결은 에디 레드메인이 호기심과 연민에 기인한 의심을 믿는다는 것이다. "<대니쉬 걸>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예요. 전 이 영화가 <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 역시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사실을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에요." 에디 레드메인은 이야기한다. "배우로서 아름다운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가 이 축복받은 삶에서 무엇을 할까, 혹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고 묻게 돼요. 제 출연작들 중에서도 <대니쉬 걸>은 특히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려는 한 사람의 거대한 어려움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의 패션과 외모를 차치하고서라도 여전히 아름다운 에디 레드메인은 언제나 그런 역할들을 얻으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데이비드 에버쇼프의 책과 이번 영화를 접하기 전까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릴리 엘베의 존재를 몰랐어요. 케이틀린 제너1)를 둘러싼 소란스러운 이야기들 속에서도 릴리 엘베의 이름은 문화적 영향력을 가지지 못했죠. 당신의 사진이 공개되기 전까지 말예요. 왜 릴리 엘베가 중요한 인물일까요?

  릴리의 특별한 점은 그녀가 하려던 일에 선례도, 선구자도 없었던 시절에 살았단 사실이에요. 그녀 이전에는 그 누구도 길을 닦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릴리는 자신에게 충실해지려 마음먹었어요. 릴리가 이루어 낸 업적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영웅적이고 동시에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트랜스젠더 여성이 없던 1920년대였지만 릴리는 용기를 가지고 진짜 삶을 좇았어요.

 

  실행하기도, 말하기도 어려운 일을 말이죠?

  맞아요. 사람들은 종종 '너답게 행동해라'는 이야기를 해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처럼 들리죠. '너답게 행동해'라니! 사실은 전혀 쉽지 않아요. 특히나 릴리에겐 위대한 도전이었고,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아주 큰 싸움이었어요. 그리고 릴리는 마침내 '그녀다워질'수 있었죠.

 

  누구나 자신의 편이 필요하죠. 릴리 엘베에게 어마어마한 조력자인 게르다가 있었던 것처럼요.

  '어마어마한'이란 단어는 게르다에게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아요. 게르다는 여성이 예술을 하고, 독립적으로 일하고, 야망을 가지는 것이 못마땅하게 여겨지던 20세기에 이 모든 일들을 했어요. 또한 릴리가 에이나르 베게너라는 이름으로 살았을 때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이죠. 제가 이 이야기를 특별하게 여기는 사실 중 하나는 그들의 사랑뿐만 아니라 사랑 그 자체의 깊이에 있어요. 성별, 성적 취향, 인종, 지역,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은 사랑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일을요. 이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예요. 우리는 항상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우리는 절대 사랑을 표현하거나 잡아낼 수 없을 거예요. 사랑은 영혼과 우리의 내면에 대한 문제예요. 그렇기 때문에 <대니쉬 걸>은 굉장히 특별하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영화예요. 사랑에 대한 것들을 인지하고, 색다른 사랑 이야기가 되어 끝을 맺기 때문이에요.

 

  급진적이다, 혹은 용기 있다 할 수 있는 케이틀린 제너의 발걸음을 볼 수 있었던 건 작년의 일이었죠. 하지만 릴리의 이야기는 무려 한 세기 전의 이야기예요. 그 시대에서 고군분투했던 릴리에게 무엇을 배웠나요? 또 그녀가 어떻게 성전환을 결심하게 된 걸까요?

  릴리 연기를 준비하면서 만났던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언제, 어떻게 처음으로 자기 자신과 다른 성에서 태어났다는 걸 깨달았는지 얘기해주었어요. 제가 흥미를 가졌던 것 중 하나는 저희가 찾아낸 그림이에요. 릴리가 풀 먹인 칼라와 딱 붙는 맞춤 남성복을 입은 에이나르로 살 때의 그림이요. 그림은 그녀와 사회가 구상한 남성이라는 뼈대와 같아요. 결국 그녀가 어떻게든 풀어야 했던 거죠. 고치가 대부분 아름다운 생명을 위해 있는 것처럼, 릴리 역시 이런 모든 것들의 아래에 있었던 거예요.

 

  에이나르의 진정한 정체성이 발현된 계기는 우연이란 거군요.

  네. 릴리의 출현에 촉매 역할을 한 순간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발레리나 대신 게르다 그림의 모델을 섰던 때가 맞아요. 게르다는 그림이 늦어지지 않길 바랐기 때문에 에이나르였던 릴리에게 스타킹과 숙녀화를 신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림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서였죠.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에요. 몸, 옷, 가면 아래서 스스로를 억압하며 수년을 살아온 사람이 한순간 자유로워졌잖아요. 정말 인상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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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의 특별한 점은 그녀가 하려던 일에 선례도, 선구자도 없었던 시절에 살았단 사실이에요.

그녀 이전에는 그 누구도 길을 닦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릴리는 자신에게 충실해지려 마음먹었어요."

에디 레드메인은 그가 연기한 트랜스젠더 선구자에 대해 이와 같은 소개를 한다. (사진: Focus Features)

 

  영화에서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이 나오는데요. 릴리가 처음으로 여성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던 무도회장 신이요. 그 때의 상황을 좀 설명해주세요.

  공포, 위험, 흥분, 즐거움이 공존하는 장면이에요. 배우라면 한 번쯤 욕심내는 장면이죠. 전 연기하는 내내 에이나르이자 릴리의 접근을 게임의 일종으로 보기로 했어요. 릴리는 아주 오랫동안 남자로 살아왔잖아요. 남자다움, 남성성의 골격 안에서 풀 먹인 칼라를 입은 채 말예요.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여성성을 (다시)배우기 시작하는 거죠. 릴리는 무도회장에 있던 다른 여성들을 감상해요. 그 사람들을 관찰하고, 배우고, 따라하는 거죠. 그녀 안의 여성성을 어떻게 발견하고, 수용하는지 발견한 거예요. 아울러 이 아래엔 큰 이해관계가 자리해요. 빠르게 잊어버리곤 하지만 우리는 릴리가 여성과, 여성성을 지닌 남성은 큰 존경을 받지 못하고, 남성보다 좋지 않은 대우를 받던 시대에 살았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이런 요소들이 모든 장면에, 영화에 층을 이루고 있어요. 많은 공포와 위험을 가진 채 말예요.

 

  <대니쉬 걸>은 전 세계 관중들과 깊은 연관점을 지니고 있어요. 몇 년 전 데이비드 에버쇼프의 책이 그랬던 것처럼요. 배우이자 이야기꾼으로서, 주류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길 바라나요?

  릴리의 이야기는 정말 특별해요. 솔직히, 제가 그녀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는 하나로 결론지을 수 없다는 거예요.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이야기란 게 원래가 다른 거죠.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감명을 받았던 부분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에 대한 개념이에요. 가장 간단하고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행하기 어려운 개념이죠. 릴리의 용기는 제 말문을 막히게 만들었고 동시에 저를 고무시켰어요. 진짜 삶을 산다는 게 뭐냐는 물음은 참 복잡해요. 제가 릴리를 연기하며 찾아낸 답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찾았다는 느낌은 확실히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대니쉬 걸>이 관객들 스스로가 진짜 삶을 살도록 이끄는 일종의 충격요법이 됐으면 해요. 그렇게 된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지겠어요?

 

1) 케이틀린 제너는 2015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미국의 전직 육상선수입니다. 새로운 이름을 밝히기 전까지 그녀는 브루스 제너로 불렸습니다.

 

 

 

 

 

Eddie

트위터: @eddie820106

피드백: eddie820106 gmail.com  


시간이 조금 지난 인터뷰지만 많은 분들이 배우의 깊은 생각과 영화의 아름다움을 알아주시길 바라며 작업했습니다. 에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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