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팝팝, 톡톡 튀는 입양 이야기

  • 빈상자
  • 2016-05-16 16: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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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팝팝, 톡톡 튀는 입양 이야기 <트윈스터즈>

 

극장에서 볼 기회를 놓쳤던 <트윈스터즈>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에야 보게 됐네요. 쌍둥이로 태어난 자매가 서로를 모른 채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되어 자라다 성인이 되어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나게 된다는 사연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자란 한국인 ‘입양자녀’의 이야기로만 보자면 우리에게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장길수, 1991)>과 브라이언 성덕 바우만 이야기부터, <마이파더 (황동혁, 2007)>와 최근 프랑스 장관이 된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까지 연보도 깁니다. 때론 자랑스러운 성공 스토리로, 때론 가슴 아픈 실패 스토리로, 뉴스나 TV프로그램(예능에서도 아침방송에서도)으로도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고 오히려 지겨울 만큼 다뤄졌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입양자녀를 다루는 방식은 항상 거의 비슷합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고, 감동 없이 들을 수 없는 불쌍하고 안타까운 사연들 뿐입니다. 오래 전에 입양자녀들의 친부모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납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였던가...) 친모를 찾고자 하는 해외 입양자녀의 사연을 소개하고 수소문을 하다가 친모와 입양자녀의 재회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지속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단 한 번만 보고 다시는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제작사측은 입양자녀와 어렵게 찾은 친모가 처음으로 만나는 날 최대한 시간을 끌었습니다. 입양자녀와 친모를 일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은 다음에 붙잡아두고선 멀리서 서로 알아볼 수 있는지 물어보다가 천천히 다가가도록 합니다. 입양자녀, 친모, 그리고 시청자들까지 눈물이 주룩주룩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 지치게 만듭니다. 거기에 감동적인 음악과 반복적인 편집까지 뒤섞어서 최대한 슬프고 극적이게 만들려고 애를 썼죠.

 

이미지=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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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sters' Samantha Futerman and Ryan Miyamoto, 2015

 

 

<트윈스터즈>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영화(다큐멘터리)의 밝은 분위기였습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자 감독이기도 한 사만다의 성격이 많이 반영된 것 같네요. 쌍둥이이지만 미국에서 많은 형제들 속에서 자란 사만다 푸터먼(Samantha Futerman)과 프랑스에서 외동딸로 자란 아나이스 보르디에(Anais Bordier)의 성격은 많이 다릅니다. 사만다가 외향적이고 긍정적인 반면, 아나이스는 내성적이고 다소 소극적이고 조용한 편입니다. LA와 파리의 문화, 다자녀와 한자녀의 차이도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같이 자란) 쌍둥이 자매도 성격이 비슷한 면도 많지만 대립되는 점이 오히려 더 많더라구요. 

 

두 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이자 영화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한 사만다는 <트윈스터즈>를 슬프거나 감동적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시종일관 ‘꺅꺅’거리고 ‘팝팝’거리는 발랄하고 즐거운 느낌으로 이어갑니다. (처음부터 비디오 촬영을 시작한) 감독이자 외향적인 사만다에 비해 아나이스의 감정이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녀의 심정도 좀 궁금해지지만, 그녀 역시 사만다를 만나고 관련된 모든 일을 즐겁고 유쾌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친모를 찾고자 했지만 결국 친모의 부인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과정도 그 사실 이상으로 심각하거나 감상적으로 악용하지 않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일반적인 한국 TV프로그램이라면 이를 어떻게 써먹었을지 상상해보세요)  

 

 

 이미지=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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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와 아나이스 (음...누가 사만다고 누가 아나이스인지 모르겠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한 입양자녀 수출대국이라고 하죠. 우리가 입양자녀들의 이야기에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이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속적 관심이나 실질적 변화(인식의 변화와 제도의 보완)보다는 자극적 이야기만을 쫓아 그때마다 소모적으로 감상적 소비만 하게 만드는 미디어들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무딘 사람들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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