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 아포칼립스] 리뷰 - 그들이 세운 모든 것이 쓰러질 것이니

  • 엑세니악
  • 2016-05-26 16: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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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 아포칼립스> 6/10

* 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2011년 <퍼스트 클래스>, 2014년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 이은 <엑스맨> 과거 시리즈의 세 번째 편 <아포칼립스>를 관람했습니다. 현재 3부작과 울버린 2부작, 과거 3부작에 <데드풀>까지 더해 동일 세계관에서는 무려 아홉 번째 작품이네요. 브렛 라트너부터 제임스 맨골드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들이 갈 데 까지 보내 놓은 시리즈가 매튜 본과 브라이언 싱어의 손에 찬란히 부활했고, 그 영광을 이을 이번 <아포칼립스>는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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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작품은 지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쿠키 영상에서 예고되었던 고대의 존재, 아포칼립스를 극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돌연변이인 그는 자신의 의식을 여러 제물들에게 옮겨내며 수만 년 동안 돌연변이들의 세계를 꿈꾸었죠. 그렇게 오랜 잠에서 깨어난 그는 우월하고 강한 자신의 자손들이 영위할 공간을 위해 인류의 말살을 계획합니다. 이에 찰스 자비에 휘하의 엑스맨들은 다시 한 번 힘을 합치게 되구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영화가 이렇게까지 유치해질 수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초능력자들이 알록달록한 코스튬을 입고 설쳐 대는 슈퍼히어로 장르 특성상 떼어낼 수 없는 속성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팬들이 <엑스맨>이라는 세 글자에 열광했던 이유는 그 와중에도 깊었던 정치적, 이념적 대립에서 오는 현실적인 무게감이었죠.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같은 초능력에도 엑스맨 세계관은 '유전자 변이'를 그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자신의 선택과는 관계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축복이자 저주인 초능력들은 세계관의 핵심이자 골자였죠. 원하지 않았던 능력으로 차별과 박해의 대상이 된 자들의 원망과 그 능력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공존과 평화의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자들의 소망이 충돌하는 그림은 현실과의 연결성도 상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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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번 <아포칼립스>는 세계관을 지탱하는 모든 철학적, 사상적 기둥들을 내버린 채 '강력한 악당의 등장에 힘을 합치는 착한 주인공들'이라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아주 기본적인 뼈대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엑스맨을 엑스맨으로 만들어 주는 바로 그 이유를 제 손으로 포기하고 말았죠. 선악 구도에 매달린 총천연색 슈퍼히어로들의 대결과 눈요기는 옆 동네 신생 제작사가 주특기로 삼았던, 그들마저도 이제는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 영역이 아니었던가요.

 

 슈퍼히어로들 간의 대결을 다룬 작품에서 극적 설득력을 위해 놓쳐서는 안 될 요소는 다름아닌 파워 밸런스입니다. 이번 <배트맨 대 슈퍼맨>의 패인이자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승인이었죠. 제아무리 같은 초능력자이자 슈퍼히어로라도 엄연히 급의 구분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금속 조종, 변신, 염력, 독심, 파괴광선(...) 등 다양한 능력들을 다룬 <아포칼립스>는 거기서도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말더군요.

 

 손짓 한 번으로 자잘한 물건들부터 거대한 신전까지 창조와 파괴가 가능한 아포칼립스를 상대로 어떤 능력이 소용이 있을까요. 제아무리 아포칼립스의 포 호스맨(Four Horsemen)이 되어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한다 한들 하늘을 나는 날개가 그 강력한 초능력자들 앞에서 어떤 효용을 발휘할까요. 비전과 스칼렛 위치만 있으면 게임 오버라던 예상을 캐릭터들의 관계도와 동기로 해명해냈던 <시빌 워>와 달리, <아포칼립스>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강력한 능력과 설정의 범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데 실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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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명의 능력자들이 아포칼립스의 포 호스맨이 되는 이유에도, 일반 능력자들이 아포칼립스와 맞서기로 결심하는 과정에도, 하이라이트 전투에서 벌어지는 심적 변화에도 납득할 만한 설명은 군데군데 빠져 있습니다. 전편들부터 이어져 온 두 축인 찰스와 매그니토를 제외하면 입체적 움직임을 보이는 캐릭터도 한참 부족한 것은 물론, 그들의 행동엔 단순 변심 이상의 사유를 갖다 붙이기 어렵습니다. 나이트크롤러, 스캇, 진 등 이번 작품의 주인공으로 부상한 캐릭터들의 매력이 부족한 것도 한몫했구요.

 

 3부작 중 가장 큰 스케일 덕에 시각적 즐거움만큼은 빠지지 않습니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도 여실히 증명되었던 퀵실버의 잠재력은 여기서도 최고 명장면 자리를 어렵지 않게 가져가구요. 시간 순서상으로는 전편들의 속편이자 프리퀄이 되는 위치인지라 그 작품들과의 연결점을 확보하고 시리즈 단위의 반창고가 되기도 합니다. 워낙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캐릭터 관계도를 완벽히 설명해내지는 못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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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아포칼립스>는 시리즈의 색을 커 가는 자본에 잠식당했습니다. 너는 혼자지만 우리는 함께라는 메시지를 녹여내지도 못해 대사로 직접 이야기하고 마는 광경을 <엑스맨 : 아포칼립스>씩이나 되는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개봉이 임박해서야 공식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며 <엑스맨> 1편과의 연결을 완성한 그 분이 없었더라면 당혹감이 더욱 커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울버린> 3편과 이어지는 쿠키 영상을 놔두고 떠날 수는 없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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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dd
블로그 운영하시는 엑세니악님 맞으시죠? 블로그도 봤는데 요기도 활동하신다고~~
기본적으로 생각의 선이 같아서 반갑네요 ^ ^
그리고 그 마지막을 그렇게 <아포칼립스>는 시리즈의 색을 커 가는 자본에 잠식당했습니다 로 정리하신것에 엄지척 날립니다.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해요~~울버린은...기대 반 걱정 반 입니다 ^ ^
그게 바로 접니다ㅎㅎ
이번 울버린 영화가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연기라고 하는데...
부디 유종의 미를 거둬 주길 바랍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