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춘할망] 리뷰 - 눈물로 바다를 채우려니

  • 엑세니악
  • 2016-05-27 17: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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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춘할망> 6/10

* 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포스터가 주는 느낌만으로는(내용은 전혀 다르지만서도) 어째 나문희-심은경의 <수상한 그녀>를 지울 수 없는 윤여정-김고은의 <계춘할망>을 관람했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응답하라 1988> 이후 미리 찍어둔 작품들의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는 류준열 배우의 등장에 주목하는 관객들도 많은 듯 하죠. 개인적으로는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성난 변호사> 등 최근 들어 영 씁쓸한 필모그래피를 이어 오고 있는 김고은의 재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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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인 손녀 혜지를 누구보다도 아끼며 살아 온 제주 해녀 계춘. 그러나 사람 붐비는 시장통에서 혜지를 잃어버리고, 12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 버리고 말죠. 길거리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처지인 혜지와 재회한 계춘은 아침부터 밤까지 온통 손녀 생각뿐입니다. 그와는 달리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혜지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의심이 커져 가는 가운데, 서울로 미술 대회를 간 혜지가 또 다시 사라지고 맙니다.

 

 오매불망 손녀 생각뿐인 할망과 영 데면데면한 손녀, 그런 그들의 반복되는 이별과 재회. 이 한 줄만으로도 <계춘할망>이 노릴 법한 극적 포인트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합니다. 서로를 아끼는 둘의 뜻하지 않은 이별, 너무나 길었던 세월에 변해 버린 손녀와 여전한 할망. 망가졌던 인생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삶을 누려 보고 싶은 주인공의 고통, 묘하게 꼬이는 공기에도 굴하지 않으려는 할망의 희망. 감동과 신파 사이의 어딘가임은 당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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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망과 손녀, 윤여정과 김고은은 훌륭한 캐릭터 소화력을 발휘하며 주연의 무게를 책임집니다. 전자의 결과는 얼마든지 예상된 바였으나, 후자는 김고은 특유의 낯을 가리는 듯한 연기가 혜지라는 캐릭터의 개성과 맞물리며 의외의 시너지를 내죠. 자신이 살아 오던 차가운 곳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 냄새로 따뜻한 곳에서 어색해하는 그림은 <차이나타운>의 기시감을 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제주도의 경치와 햇살에 부신 눈으로 관람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요.

 

 정작 진짜 문제는 인위적 캐릭터들과 그 관계도에 숨어 있습니다. 눈물과 신파의 무게를 늘리기 위한, 굳이 그렇게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충분히 자연스레 유도되었을 감동은 너무나 다분한 의도에 상쇄되고 말죠. 철헌과 혜지 아버지 등 전후 설명이라고는 없이, 오로지 혜지의 앞길을 가로막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대표적입니다. 절친 민희와 미술 선생 충섭은 속성만 다를 뿐 플롯 어딘가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음은 마찬가지구요.

 

 특히 민호의 한이 캐릭터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출연작 하나를 더하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차이나타운>의 부정적 평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박보검의 배역만큼이나 맹목적이고 1차원적인 존재 이유를 갖고 있죠(호도르?). 이렇듯 각자의 목적은 달라도 공통적인 단순함으로 메인 플롯을 망치는 조연들 탓에 눈물과 감동의 순도는 주기적인 위협을 피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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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계춘과 혜지의 재회가 이루어지는 순간마다 찡해지는 코 끝을 막을 도리는 없었습니다. 다분히 의도적인 대사와 상황의 연출, 예상치 못했던 극적 전환에도 두 손을 들고 말았구요. 후반부 장면들은 윤여정의 전작이었던 <장수상회>와 묘하게 겹치기도 합니다. 감동을 목적에 두고 있는 영화에서 신파라는 단어를 떼 놓기는 영 어렵지요. 물론 개인차는 뒤따르겠지만, <계춘할망>의 과욕엔 아쉬움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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