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시 중헌 줄도 모르고 '곡성'

  • 빈상자
  • 2016-05-27 18: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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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20th Century Fox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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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나홍진, 2016

 

 

<곡성>을 보고난 뒤 머리 속이 번잡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동안 읽지 못하고 묵혀두었던 관련 기사들과 리뷰를 폭식하듯 소비했지만 번잡함과 무거움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관람객들사이에 떠도는 '그건 이런거라더라' '아니 이건 그런거라더라' 라는 여러가지 해석과, 예를 갖추어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려는 감독의 말이 뒤섞여 머리 속은 더 꼬이고 마음은 더 답답해졌다. 더 이상 내러티브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일도 종교와 인물에 중첩된 온갖 은유와 상징을 파해치는 일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제와서 그 이유를 알고 상징을 깨닫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경찰과 가족애로 대변되는, 제도와 가치 속에서 나름 단단한 구조를 갖고 있는 듯 보였던 커뮤니티는 외지인에 의해 힘없이 붕괴되었다. 서로를 의심하고 남의 일에는 무관심하던 이기심으로 방관하던 틈으로 악이 뿌리를 내리면서 가족끼리 난도질하는 엄청난 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경찰과 종교라는 우리가 그동안 굳건하게 믿고 의지해왔던 법제도와 신앙은 그 힘 한번 제대로 쓸 겨를도 없이 무력했고, 딸바보 아버지의 애뜻했던 부정도 결국엔 한쪽으로만 질주하는 맹목의 위험을 증명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다. 우리를 이 끔찍한 절망 속에서 구해줄 구세주처럼 등장했던 스타 배우에 대한 신뢰는 결국엔 가장 큰 배신감으로 전환되었고,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살을 붙여가던 악마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고 간신히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나면, 오히려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했던 자세가 또 다른 편견과 선입견이 되어 등에 칼을 꽂았다. 상황이 이럴 지인데, 평생을 의지하고 지내왔던 커뮤니티가 이미 산산조각이 나고, 내가 그렇게 사랑하고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피붙이가 이미 나의 살을 쑤시고 뼈를 들추어낸 후인데, 이제와서 그 이유를 알고 그 의미를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남은 것이라고는 곧 썩어갈 냄새나는 주검과 가해자가 트로피처럼 수집한 사진 한 장뿐. 어떠한 해석과 인터뷰에도 내가 간절히 구하던 답이나 나를 안심시켜줄 주술은 없었다. 그저 나는 '우는 소리'가 남긴 좌절감과 공포에 눌려 무력하게 누워있을 뿐이다. 그러다 어쩌면 그 이유를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 좌절감과 공포를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하지만 어디에도 확신은 없다. 애초에 머시 중헌 줄도 모르는 나같은 쓰벌늠이 머슬 알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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